-
-
어쩌다 편의점 - 전지적 홍보맨 시점 편의점 이야기
유철현 지음 / 돌베개 / 2024년 3월
평점 :
어쩌다 편의점 - 유철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편의점은 언제부턴가 회사만큼이나 자주 가는 장소가 되었다. 최근 나의 경험에서 제일 유용했던 경우는 국가검정 시험을 보러갔는데, 펜을 안 가져 왔을 때 문방구를 대신해준 경험이었다. 스타킹 댄싱 나갔을 때 스타킹 사러도 가고, 이제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시원한 얼음컵 음료가 생각날 때 편의점 만한 효자가 없다. 편의점 매출 1등이 얼음컵이라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제는 꼭 팩에 든 음료수가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 하면 꼭 얼음컵을 큰 사이즈로 사는 것 같으니 괜히 매출 1등이 아니리라.
작가는 맥주회사와 편의점 회사 면접을 동시에 붙었다가 술보다는 편의점을 더 자주 간다는 자신의 빅데이터를 믿고 편의점 영업부를 거쳐 홍보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편의점은 책 말미에 CU라는 것으로 판명된다. 처음부터 CU라고 알려줬다면 읽는 내내 회사 홍보물인가 했을 텐데, 인사 편에 상당히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재미있게 읽었다. 나의 첫 편의점도 공교롭게 패밀리 마트(CU의 옛날이름) 이었다. 폭포수처럼 콸콸 나오는 음료수 자판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방문해 본 것도 비슷하다. 콜라만이 아니라 환타도 포도맛도 다 섞어서 먹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기에 괴상한 탄산음료를 조합해서 큰 컵에 잔뜩 담아서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같으면 탄산음료를 그렇게 큰 컵에 마시는 일은 영화관에서 세트메뉴를 샀을 때 정도일까. 그나마 이젠 극장에서도 생수를 챙겨가서 마시지만.
새롭게 알게된 것은 매출을 위한 빅데이터를 편의점은 예전부터 모으고 있었다는 것이다. 객층키가 바로 그것이다. 한 번도 편의점 알바를 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기민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유용한 정보로는 아이들이나 길 잃은 노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편의점에서 길을 잃었다고 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고, 생각보다 많은 수가 그렇게 사람들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파출소를 근처에서 찾는 것 보다 편의점을 찾는게 훨씬 더 빠른 일이니 이런 사회적인 모습을 가진 편의점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실종아동 찾기로 20년 만에 친 부모를 만나게 된 사연은 이시대의 휴먼스토리였다. 그리고 개성공단에 있었다던 3개의 편의점이 CU였다는 것 거기 팀장님의 북한 운전면허증 제출 이야기에도 웃음보가 터졌다. 그 북한4종 운전면허를 본 경찰은 또 얼마나 놀랐을 것인가. 책을 다 읽고 일부러 CU로 가서 백종원의 도시락을 사먹었다. 레인지업 해서 알뜰 살뜰하게. 커피도, 물도, 밥도, 라면도 다 먹을 수 있는 편의점. 이제는 회사를 옮길 때도 이 근처에는 편의점이 하나 없냐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차타고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귀한 편의점이라는 것. 늘 가까이에 있지만 치열하게 오늘도 당신을 유혹하는 편의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