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킨트
배수아 지음 / 이가서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소설 자체가 난해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소설은 장편이지만 빠른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웠다. 하지만 '다 읽었다'라는 것 자체로는 무엇인가 부족했다. 그저 하나의 스토리를 소화한 것일 뿐, 작가가 말하고 싶어 하는 바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설에서 독자의 '왜'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없다. 동물원 킨트라는 생소한 개념을 소개하면서도 작가는 불친절하게 무엇인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 곁들일 뿐, 그러한 것이 왜 생겼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여기서 독자들은 혼란을 겪지 않나 싶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가의 의도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방인' 이 그 해답을 푸는 열쇠가 될 듯싶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것을 여기저기에서 나타낸다.  이방인으로서 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한 사람의 모습이 동물원과 동일시하려는 모습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자신이 동물원이 되어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러한 모습을 이방인의 생활방식과 동일시한 것은 아닐까.




 작가가 성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이유도 그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안에 있는 원숭이를 볼 때, 우리가 그들의 성별을 생각하던가? 그저 다 같은 원숭이 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결국 이방인의 생활이라는 것이 동물원의 그것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동물원 안에 있지만 동물원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것뿐이다. 결국 다른 무의미한 조건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와 소설 속의 '나'를 동일시하고 있었다. 오히려 작가가 제시한 놓은 무성의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나'의 성을 찾게 헤매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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