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6
존 르 카레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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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파이'와 동일시되는 단어가 '007'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007'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그간의 스파이의 법칙을 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파이의 세계가 과연 그럴까? 매일 화려한 정장으로 갈아입고 파티에서 첩보 활동을 핑계로 파티에 참석하고, 돈으로는 칠 수도 없는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당연히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007은 스파이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는데 상당부분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스파이' 라는 것이 그런 직업이 아니고 또한 그러한 위치가 아님은 짐작으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미디어가 보여준 모습이 너무 좋게만 비춰진 것이리라.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소설에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티는 고사하고 매일 술에 찌들어 살고, 여색을 밝히기는 커녕 외로움을 달려줄 친구하나 없다. 그러한 스파이의 고독한 삶이 이 소설에서 잘 녹아나 있다고 생각한다. (스파이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없는 만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장점이 바로 이런 리얼리티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한 사실성은 잠시나마 첩보계에 몸담았던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지는 여러 장점 중 '스파이에 대한 사실적 묘사' 만은 얘기한다면 그것은 이 소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은 소설이다. 그 중에 구지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치밀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파이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추리소설의 플롯을 따르고 있는 이상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은 반전의 묘미 일수도 있고, 앞뒤가 정확히 들어맞는 구성의 치밀함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그런 면에서 두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반전영화나 반전소설에 비하면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 구태스럽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묘미는 좀 낡은 표현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구성의 치밀함을 빼놓을 수 없는데,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간가하고 넘어갔던 부분이 뒤에서 부각될 때의 느낌은 다른 명작 추리소설에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추리소설을 사랑하고 특히 스파이 소설에 애착을 갖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서 그간의 법칙을 깨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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