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 나남창작선 29 나남신서 10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흔히들 말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말할 때 '한(恨)의 정서'를 꼽는다. 그만큼 우리의 역사가 굴곡이 심했고, 그 역사를 지고 살아야 했던 선조들의 삶 또한 그러했다. 아마도 그러한 정서는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부터 경제 급성장을 이루는 60년대 후반까지가 그 절정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지금의 한국민에게 恨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김약국의 딸'은 바로 그 시기의 우리네 삶을 조명한다. 작가가 그 고장 출신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통영이라는 배경을 설정하는 데 있어 작가는 '외딴 곳' 이라는 것을 많이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한이라는 정서는 그 시기 한국민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으리라.

태생부터 심상치 않은 김약국과 그의 다섯 딸들. 종국에는 죽거나 버림받거나 미쳐버린다. 사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극성이 강하다. 그런 가정이 실제로 있었는가 없었는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만큼 우리의 삶이 비참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다섯의 비극이 자매였든 같은 통영에 사는 이웃주민의 이야기를 묶은 것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恨 이라는 걸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했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표현 방식이나 묘사의 적절성에 있어서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작가 박경리는 이 부분에 있어서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두었다 생각한다. 적어도 그 정서에 동화되서 그 시대의 슬픔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역량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