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 2002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정미경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밤이여, 나뉘어라>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만으로 고른 두번째 소설이 이 책이다. 다소 불순해보일지는 몰라도 그녀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는 알게 모르게 상(賞)이라는 요소가 개입되어 있었던 셈이다.

 사다놓곤 2년만에 읽은 책이지만, 발행된 지는 6년이나 지났고, 그간 작가의 컴퓨터 속에 들어있었을 시간까지 감안하면 시간의 터울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현대소설답게 그리고 현대인을 그린 얘기답게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고 적당히 낯설었다. 난 이미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들은 외국소설을 읽을 때와 흔히 순수소설이라 일컫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들을 읽을 때 다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임하게 만든다. 친절하게 가이드를 자처해 집까지 데려다주는 그들과는 달리 우리작가들은 어딘가 두리뭉슬하다. 길을 물으면 '이 쪽으로 가시다가 왼쪽으로 꺽어서 쭉 걸어가시면 되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때론 그 곳에 과연 길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한다.

 하지만 길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순간일지라도 어떤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건 그들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다른 사람의 얘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 삶에 투영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이 아귀가 맞는 이야기들. 누군가 내 얘기를 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믿는 이상 길이 없다고 한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사랑에 대해서 작가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다. 사랑하지 않는 부부사이나, 결혼을 했으면서도 이성을 만나는 등의 행위 등은 그 담담함 속에 묻혀 있지만, 사실 부부갈등이나 외도 등의 단어들로 쉽게 변형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어떠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그리될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는 듯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음의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뜨거웠던 그 사랑조차 별 것 아니었음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삶의 한 부분일 뿐임을. 그저 인생의 담담한 한 페이지 뿐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에 의해 언뜻언뜻 생각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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