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본의 아니게 '인더풀-공중그네-면장선거' 로 이어지는 닥터 이라부 시리즈를 연이어 읽게 되었다. 토요일에 있을 독서토론의 주제가 바로 이 시리즈였기 때문인데, 사실 세 권을 모두 읽지 않아도 토론 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연작이라기보다는 단편 모음집의 성격이 강하고, 각각의 에피소드가 거의 아무런 연관없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배열되어 있는 것같은 이 14편의 에피소드들 사이에도 소설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줄만한 공통점은 존재한다. 각각의 상황을 웃으면서 보지만, 환자로 분류되는 그들이 정작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증세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그래서 많은 부분에서 일단 그 환자들과 공감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들과 비슷한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말을 하진 못한다. 그들 주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내 친구들도 나를 신경외과로 보낼지 모르니까. 무언가에 사로잡히는 것이 신경외과에 가는 것보단 낫다.

 개인적으론 정전기에 대한 공포가 있다. 겨울이면 현관문을 한번에 잡지 못하는 건 예사고, 심지어는 스태인레스컵에 있는 물조차 바로 손을 댈 수 없다. 가상의 공포 뿐이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열에 한두번은 꼭 손끝이 아릴 정도의 정전기가 흐른다. 때론 과감하게 손을 대보려 하지만 언제나 전기가 오를 때쯤해서 손을 멈추곤 서서히 다가간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다가도 쇳조각을 만질 일만 생기면 그런 증상이 나타나니 스스로 적응이 안될 지경이다. 그렇다면 나도 닥터 이라부를 찾아야하는 환자라는건가.

 결국 작가가 말하려는 것도 닥터 이라부가 말하려는 것도 결국 같은 것 같다. 우리 중에 진정한 의미의 정신병환자는 없다. 아니, 우리 모두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하지만 이라부는 (그것이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그들에게 치료보다는 그 병(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당당하게 맞서라 한다. 그렇다면 분명 그것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테니까. 적어도 신경증이라는 것은 신경을 쓰면 쓸수록 더 발전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신경을 쓰지 않는 행위 자체가 또다른 신경을 건드릴지 모른다. 닥터 이라부처럼 사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또다른 신경증이 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가 바로 이라부의 환자라는 생각. 언젠가는 그를 찾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의 15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한국 남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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