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주는 고전적인 느낌이 소설을 20년은 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출간된지 2년도 채 안된 소설이다. 게다가 반듯한 느낌의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삐딱선을 타선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세종 때의 조선을 배경으로 겸사복 채윤이라는 인물을 세워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다. 조선 시대에 그것도 궁 안에서의 살인 사건은 곁길로 들어가도 한참 들어간 것이리라. 그렇지만 그 덕에 이 소설은 정사임을 내세우는 다른 소설과 다른 참신함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참신함만을 무기로 삼으려 했다면 그렇게 큰 성공은 예의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책을 보면 작가가 이 소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미술, 천문, 문학, 역사, 역법 등 수많은 분야에 대해서 녹록치 않은 식견을 보여준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가 아닌 이상 이 모든 것을 애초에 섭렵할 수는 없었을 터, 작가의 노력에 감탄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판매 기록은 그에 대한 작은 보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책은 최근 '팩션' 열풍의 정점에 있는 소설이다. 대체 역사라는 것은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가져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정사에서 벗어난 소설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팩션의 미래는 달려있다. 정사는 정사대로 대체역사는 대체역사대로 따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역사 왜곡 수준이 아니라면 자유로운 상상은 최대한도로 허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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