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혹시 이어령 선생님이 1988년 서울올림픽의 개회식을 기획하셨다는 것을 기획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전세계의 온갖 탈과 가면이 등장한 ‘혼돈’ 이후에...
넓고 넓은 잠실주경기장 한쪽에서 등장한 굴렁쇠 소년.
소년이 굴리는 굴렁쇠 하나에 전세계가 집중하였고,
‘혼돈’을 정화하는 ‘고요’와 ‘적막’에 대해 그 분위기 하나로 보는 사람들을 압도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런 파격과 아이디어를 즐기신 분이 저자인 책이라면,
우선 읽어보아야 할 책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어령 선생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는 한국 사람이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음의 탄생]... 부엉이가 그려진 표지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부엉이는 잘 알려진대로 지혜의 여신 아테나(미네르바)의 상징인 동물.
헤겔은 그의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이 시대에 뒤처지는 이성이 아닌, 시대를 선도하고 새로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발견해 내는 이성을 기대하고 쓰신 것이라는 인상을 먼저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젊은이’들에게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습니다.

[젊음의 탄생]에는 카니자 삼각형, 물음느낌표, 개미의 동선, 오리-토끼, 매시 업, 연필의 단면도, 빈칸 메우기, 지(知)의 피라미드, 둥글 별 뿔난 별 등 아홉 가지 매직 카드가 제시되어 있고,
각 카드에 지적 호기심, 지행일치, 목표에 대한 일관된 열정, 진리의 상대성, Cross Over, 절제와 균형, 독창성, 순수하지만 위대한 아마추어적 열정, 세계와 지역의 융화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20여년의 나이만 먹으면, 청년기에 진입합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신체적인 나이일 뿐,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청년의 마음을 가지고 살지만,
또 어떤 사람은 정말 젊은 나이가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의미없는 일상의 반복과 세파에 찌들어 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젊음이란 그냥 가만히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붙여질 수 있는 이름이 아닙니다.
주위의 이야기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
그 새로운 것과 전통적인 것의 원융 속에서 발전의 의미를 찾을 때에 비로소 ‘탄생’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탄생은 산고가 뒤따릅니다. 젊음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젊음의 탄생] 가운데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의 부활과 현상의 상대성을 이야기한 부분을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당해내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생각해보면 지성과 이성의 순수성은 그 대가를 바라지 않을 때에 더욱 빛나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진정한 아마추어의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현실은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자본화되어 어떤 것에도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노력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호하고 보상이 있어야 하겠으나,
지금처럼 짜깁기를 합법화시키는 레포트를 돈주고 웹상에서 구매하는 행태의 만연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진정한 창조는 독창성에서 나오며, 그 독창성은 관심있는 분야를 즐길 줄 아는 것에서 나온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최소한 대학에서만은 그 ‘즐기는 일’이 상품화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이 책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이어령 선생님은 너무나 좋은 얘기만 써놓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령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젊음의 탄생]을 읽다보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정말 장밋빛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웹 2.0 시대를 이야기할 때, 분명 이러한 정보인프라에 접근하고 싶어도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즐기는’ 아마추어리즘.... 좋은 이야기지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즐기고 싶어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있음이 현실입니다.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하여 여러 사람의 지원을 받으면서 한발 한발 나가는 젊은이가 있는 반면, 세상의 고단함과 피곤함을 어쩔 수없이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젊은이도 많습니다.
취직 걱정에, 취직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불안감에, 언제 구조조정될지 모르는 불안정성에 대고 ‘꿈을 가져라! 노력해라!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하는 얘기는 뜬구름 잡는식의 이야기입니다.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양극화와 차별이 분명 존재하는 현실에 눈감는다면, 창조하는 ‘지식인’은 될 수 있으되, ‘지성인’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보면서 가장 감동을 주었던 것은 쉴새없이 더듬이를 다듬고 있는 개미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먹이를 찾아야 할 필요도 없고, 전투가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개미는 그 날, 그 순간을 위하여 자신의 더듬이를 닦으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삶이란, 그리고 그 개인이 모인 사회의 모습이란 언제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좋은 점, 나쁜 점, 발전할 점,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자신만의 더듬이를 다듬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젊음의 탄생’을 가져오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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