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을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바빠진 일상에 치였기 때문인지 요즘 읽은 하나같이 무거운(?) 주제의 책들에 질려서인지
친구에게 재미있는 책 추천을 부탁했더니 바로 이 책 추천이 들어왔다.
그리고 모처럼 낄낄거리면서 편안한 독서를 했다. 고맙다. 친구야!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시트콤을 본 것 같았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빨간색 표지의 책을 읽으면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히죽거리던 사람을 보신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다.

이 책은 스펠만 가족 6명의 이야기인데, 엉뚱하고 엽기적인 가족이다.
이들 중 아빠, 엄마, 삼촌, 맏딸은 사립 수사관(사립탐정) 일을 하고,
오빠는 변호사, 10대 초반인 막내딸은 가업을 잇기(!) 위한 수업중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척 하지만,
미행을 하든 도청을 하든 어떻게 해서든 서로의 사생활을 파헤쳐낸다.
그리고 그걸 약점으로 잡아서 거액의(?) 용돈을 뜯어내거나 협박(!)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이 동문서답과 막말의 향연인 ‘협상’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게다가 당한 사람은 또 가만 있느냐...
복수의 칼날을 갈다가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약점을 잡아내서 통쾌하게(?) 복수한다.

이야기는 이미 여덟명의 남자친구를 갈아치운 맏딸 이자벨이
치과의사인 대니얼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자벨은 얼떨결에 대니얼에게 자신이 교사이며, 가족들도 모두 교사 집안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프라이버시와 사생활 보장과는 담을 쌓은 가족들은 일치단결(!!) 합심하여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
상심하여 사립수사관 일을 그만두려고 하는 이자벨에게 부모님은 마지막 일을 제안한다.
12년 전 캠프에서 실종된 앤드류라는 소년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사실 인류가 만든 무한한 조직가운데 가족만큼 묘한 것도 없을 것이다.
가족에게서 사랑을 받지만, 살다 보면 가족만큼 웬수가 되는 사람도 별로 없다.
힘들 때마다 언제나 믿어주는 ‘가족의 힘’을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나부터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가족들에게 얼마나 함부로 대하고,
때론 가족들을 미워하고 집을 나와 독립하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하긴..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인류가 존재하는 한 혈육의 정이란 것은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겠구나 생각되기도 한다.

스펠만 가족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틈엔가 마음 속에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자리잡게 됨을 느낀다.
정말 세상에 이런 가족이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엽기적인 가족들이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들의 모습에 내 가족의 모습을 투영시키면서
스펠만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하나가 되어 잘 살기를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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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que 2010-05-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메리카의 나치문학>으로 들어와 여러 글들 잘 읽고 갑니다. 글을 차분하고 맛깔나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서재 제목을 보면 여자분 같은데 박식하기도 하시고.... 종종 들러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