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세 상징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 주나미 옮김 / 오롯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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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가혹하고 잔인했을지언정 상상의 꿈을 통해 인생의 ‘놀이‘를 구축한, (하위징아도 주목했던) 중세인의 ‘어린애 같은 상상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다른 학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색채, 문장을 통해 중세를 이야기하고 안내해 온 저자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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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국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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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번잡한 이야기는 많은데 저자가 관심을 둔 주제(시간, 제국주의, 소수자, 기후위기 등)에 대한 SF다운 통찰은 보기 어려웠고, 구성도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 그러니까 ‘공포를 느끼지 않기 위해 포식자의 편에 가담한다‘는 정도만 인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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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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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별점을 보면 호불호가 갈리는데, 나는 좋았다. 기회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의 내용을 단순화하면 말한 사람’, 그러니까 말의 주인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말 또는 문장이 특정 인물에 의해 전유되는 것이 아닌, 관계망 속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되풀이되고 공유되면서 생명을 얻는 과정을 지켜보는 매력이 있었다. 또한 그 과정이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이루어지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좋았던 건, 나도 한 발 정도 담그고 있는 세계, 그러니까 학계(學界)라는 세계에 대한 디스(?)였다. 신형철 평론가는 이 책에 대해 아카데미를 비판하자고 쓴 건 아니고, 진짜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자는 소설이라고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통쾌함같은 감정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학문의 세계만큼 말의 주인를 깐깐하게 따지는 곳도 없을 터. 물론 학문의 세계에서 창의성은 중요하지만, 때론 배우신 분들의 권위세움과 자존심 싸움, 위조/변조/표절 논란도 결국은 내가 바로 말의 주인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본문과 함께 저자 후기에 담긴 “Tree of Word”, “Amicorum communia omnia(모든 것은 공유다)”와 옮긴이의 말도 매우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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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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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편안함, 자연, 신앙, 아름다움, 재물.. 인간이 욕망해 온 다양한 ‘더 나은 삶‘에 대한 바램을 건축물에서 본다. 개인적인 행복한 독서 경험 한 가지: 주변에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 있다. 그간 책들에 써왔던 내용을 설계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글과 실제‘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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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 스트리트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앤 클리브스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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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여사가 미스 마플과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 이야기를 현대에 쓴다면 이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본질적으로는 선하지만 일상을 공유하는 이웃들 간의 악의. 사건 속에 축적된 악의와 비밀을 인생 여정 속의 사소한 단서로 찾아가는 과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리소설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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