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침의 지하철, 한국말을 떠듬떠듬하는 동남아 아주머니 두 분이 한성대 입구에서 내려야 하는 듯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내리려 한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로 내렸을 것이다. 잠시만요 라는 말을 하면 참 예의가 바른 거고 아니어도 비집고 어떻게든 내렸겠지.

 

이분들, 못내렸다. 아주 느린 한국말로 잠시만요, 내릴게요를 너무 수줍게 말하던 탓이었는지, 아님 크지 않은 키로 앞의 사람들 사이를 지나는 게 부담이었는지. 결국 한성대 입구에서 열렸던 문은 닫히고 문이 닫히는 걸 아쉽게 본 두 분은 자기나라의 말로 두어마디를 나누고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열차는 다음역을 향해 출발.

 

열린 문이 닫히는 걸 바라보며 못나간 그 순간, 그 둘의 모습이 괜히 짠했다. 이 역시 그들을 나와 다른 존재로 여기는 내 알량한 모습이 반영되었기에 혼자 짠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눈 말은 아 여기 아닌거 같은데? 라고 말한 것일수도 있지만, 어이되었건 심각한 오해력을 자랑하는 나로서는 30센티도 안되는, 그러니까 한명만 제치고 나갔더라면 내릴 수 있었던 것을 못내렸으니, 그게 괜히 안타까웠던 거지.

 

그냥 또 꼬리를 물고 떠오르기로는 아마 앞으로 10여년 뒤에는 입사 지원서에 석자 넉자 보다 훨씬 더 길고 긴 이름들이 심심치 않게 접수될테고, 내가 만약 그 때에도 일을 하고 있다면 내 후배로도 그 긴 이름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그 무엇이든. 어쩌면.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같은 상황에선, 흔히 피로 세운 민주주의, 자유 평등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내세우는 선진국이라는 나라일수록 더 심했던 점을 생각하면, 우리도 그렇게 차이가 없어보인다.

 

그러니까 그 30센티가 참 애잔했다는 거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도 문이 닫히는 그 광경이, 이들에게 적용될 사회의 선이 되는 건 아닌지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는 소리다. 마치 100여미터를 눈앞에두고 다시 물속으로 돌아와 차가운 주검으로, 사랑의 심정을 두 팔과 다리에 싣고 그 힘, 전하지 못한채 바다에 묻게 되었던 한 영화의 장면을 보았을 때처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앞으로 인구통계를 예측하는 사람들은 지금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남아 등의 유색인종을 통계에 가정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생산성이라는 아주 원초적인 단어는 그들이 아니라면 도무지 방법을 못찾게 될테고(기계화 따위 이야기 하지말자) 아무리 차별을 하고 배제를 시켜도 오히려 우리는 점차 그들에게 의존하는 비율은 상당수 높아지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고용하는 것이고, 그들이 살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라, 고, 생색낼 건 뻔할테지만, 지금처럼이라면. 나도 겨우 글로 생색내고 있잖는가.

 

어쨌거나, 아침의 출근길 순간의 광경은 생각보다 많은 걸 내게 던져주었다. 꼭 동남아 사람들로 상정하지 않아도 주위에 그렇게 소외받는 조세희의 난장이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다는 뻔한 사실을, 가난한 자는 언제나 너희 곁에 있을 것이라는 신의 말씀마저도.

 

 

아, 물론, 그 아주머니들은 다음역인 혜화역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내렸다. 아마 내릴 역을 착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뭐랄까 외국인들 사이에서 괜히 부끄러웠을수도 있고. 어쨌거나 다행히 내릴 역에서 열린 문을 통해 내리는 모습을 본 나로서는 다행인 광경이었다. 이 역시 표정과 몸짓만으로 행동을 추리한 나의 오해라면 오해일지 몰라도.

 

여튼, 그렇다. 오늘 아침은 이렇게 시작한게다. 이렇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oon_er 2010-07-0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오. 블로그로 옮긴다더니 여기였구먼유.

風流男兒 2010-07-09 09:22   좋아요 0 | URL
아니 다음에 있는데 거기 완전 잘 안돼 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07-22 00:52   좋아요 0 | URL
다음에도 있어요? 김오라버님 집이 몇개야?

風流男兒 2010-07-23 11:03   좋아요 0 | URL
아니 그 티스토리요 ㅋㅋㅋㅋㅋ
 

 

잘 살고 있다.

아침에 일찍 회사에 도착해 있는다.

가끔 팀장님보다도 빨리온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내려마시고,

가끔 기분 좋으면 팀원들에게도 휙 돌린다.

 

며칠 팀장님이 오늘은 빨리왔네 그러시더니

요즘은 아무말 안하신다.

내가 빨리오는 건 팀장님에게는 이제 일상이니까.

뭐 좋다. 팀장님한테 칭찬받을라고 빨리 오는 건 아니니까.

 

야근도 뭐 한다. 일이 적지는 않다.

잘 모르는 일도, 재미없는 일도, 이런저런 일 모두

정말, 꾸역꾸역 하고 있다.

 

모임 6월 발제를 못하게 되었다.

번역도 제대로 못한 채 내고 그냥 손털었다.

같이 공부하던 것도 마무리 잘해서 지금껏 했던 거 정리한번 할랬는데, 마음의 자리에서도 저 멀리 밀려있다.

회사에서 부탁한 일들은 당연히 제자리 걸음이다.

요즘은 소통을 사람하고 하지 않고 일하고 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더더욱.

 

뭐가 더 숭고하고 뭐가 더 가치있고 뭐가 더 훌륭한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이런 일 저런 일, 누가 시키는 일, 시키니 해야 하는 일, 시켰으면 해야 하는 일,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할 일 속에 살다보면 시간은 잘 간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그러셨다.

이를 닦을 때는 칫솔질 잘해야 한다고

젊었을 때 상아질 좋아도 그거 나이들면 다 상한다고

 

사실 눈좋은 엄마가 책볼 때 돋보기 안경을 쓰고

아부지가 뭐 물어보시면 솔직히 좀 짠하다

아 진짜, 더 안늙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안늙었으면 좋겠다.

 

계획은 못하는 계획 세우기로 유명하고,

계획없이 산다는 치밀한 계획으로 사는 내가

또 바보멍청이 같이 10월에 시험을 하나 보기로 했다.

토플은 올해도 접혔다.

여튼 시작은 했으니 안되는 능력은 열심으로 커버하며 살아야지

시험은 붙는 게 목적이지만, 동시에 뭔가 일을 할 때 항상 제대로 못해온 나에 대해 나는 내 식대로 또 덤비는구나, 싶다.

 

 

 

어쨌거나 휴가를 냈다.

감사히 잘 보내자. 물론 요즘 충분히 감사하다.

 

사실 휴가를 쓴다니까 모든 사람들

특히 옆 차장,과장님들이 너무 부러워하신다.

이렇게 버릇없는 망아지가 또 있을까.

그냥 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차피 한 순간이래도,

그러니까 같은 구성원으로서 짠한 마음.

휴가낸게 너무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그게 참 더럽다. 군대에서도 포상휴가 받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으로 나왔는데 좋은 건 같이 쓰고 싶고 그렇고

맛있는 건 나눠먹을 수 있고 좋은 물건은 나눠 쓸 수 있는데

휴가는, 그러니까 시간만큼은 그게 안된다. 참 그렇다.

어쩌면 좋을까.

 

군대나 여기나 별반 차이없다.

치사하고 욕나오게 하고 스트레스주고

그래도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일로 시간으로 물심양면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켠으로 존경스럽다.

 

 

 

돌아오면 야근은 주구장창 확정이고 밀린일은 언제나 끝없지만,

그래도 욕먹으면 욕먹은만큼 장수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산다.

언제는 뭐 욕안먹고 살았나?

 

 

 

6.23.-6.27.

멀리 가겠냐.

남은 서평이라도 쓰면 성공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6-22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어차피 맘에 안드는 내용은 비꼬는 게 내 특기니, 

별점으로 구분하는 건 피하기로 했다.  

차라리 애당초 별점없이 서평을 쓸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으니 일단, 앞으로 모든 책의 별점은 10점

내용이나 잘 채워봐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10-05-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큰 의미 없이 주고있긴 하지만 (특히나 알라딘은 반별도 없으니 다섯가지 범주로 호오를 어찌 구분한단 말입니까) 그래도 가끔은 보은하고 싶거나 복수하고 싶은 심정이 드는 책이나 영화가 있더라고요. ㅎㅎㅎ 그렇지 않고서는 대부분 넷. ㅎㅎㅎ

그나저나, 저 별점 사이트 예리한데요. 어딘지 알려주세요. ㅋㅋㅋㅋㅋ

風流男兒 2010-05-17 19:01   좋아요 0 | URL
아 나도 잘 몰라요 ㅋㅋㅋㅋ 누가 가르쳐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듣고 완전 좌절 ㅋㅋ 젠장 열심히 살아봐야 뭔소용 이러면서
(열심히 살지도 않음)

굿바이 2010-05-18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살아봐야 완전 꽝이야ㅎㅎㅎ, 나도 좀 알려줘, 별점 사이트, 그런데, 나도 물병자리라 같은 별점이 나올려나?

風流男兒 2010-05-18 16:20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 제가 이따 물어보고 알려드릴꼐요 ㅋㅋㅋㅋ
음.............. 같은 물병자리면 그게 성별 구분은 안되어 있던 거니..
아마.. 같지 않을까요 ㅋㅋㅋ
 
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참 바빴던, 123월이었다. 그러고 보면, 또 그렇다. 언제는 안바빴나. 아무리 한가로워도 무언가를 하기에는 바쁜 건 틀림없으니.  

지금도 사실 일해야 하는 시각임에는 틀림없지만, 머리도 너무 아프고 몸상태도 메롱이라, 일단 쓰고 나가야 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기억에 남은 책.. 한낮의 시선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다. 서평에 쓰지 못한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맞나 제목?)도 기억에 남고. 문득문득 던지는 말이 가진 무게, 그리고 그 무게가 사람을 지독하게 억누르기 보다는 뎅하는 맑은 울림을 가져다 주었기에 그랬다고 하면 너무 추상적이려나? 어쨌거나 훌륭하게 엮인 소설. 이라는 생각으로 이 두책을 가장 좋았다고 고른다. 

내맘대로 좋은책 베스트5... 
그것도 좋긴 좋은데, 아쉬웠던 책은 개청춘과 남자초콜릿. 이 두 책정도.
순위매기는 건 아직 익숙치는 않아서 베스트5정하기가 쉽진 않다만, 
유모아극장, 한낮의 시선, 아홉번째 집, 곰배령, 아이들이 뛰노는. 이렇게?
아 그러자니 라틴아메리카 단편소설집, 기타 등등도 다 걸린다.
역시 베스트는 어려워.. (이래놓고 결국 베스트 써놨다)

한구절..  
아, 이건 비밀로 ^.^  

그럼, 여전히 바쁜 456월이래도 6기 서평단은, 또 재밌게 시작해봐야겠지. 
만화책으로 구매한 플루토가 언제 집에 올런지, 그저 기대나 하며 보내는 4월의 첫날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10-04-0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도 안좋으신데...오기 마무리글...오기로쓰셨군요...
그나저나 비밀이라뉘. -_-

風流男兒 2010-04-02 10:41   좋아요 0 | URL
안쓰면 못쓸거 같아서 ㅎㅎ 아 이거 비밀로 하면 안되는 거구나 ㅋㅋ
나중에 하나 추가할까요 그럼? ㅋㅋ
 

 

이규혁이 그랬다.  

   
  이번 올림픽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밤에 잠이 없고 아침에 잠이 많은데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연습했다.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는데...

시합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500m를 하기 전에 선수로서 느낌이 있다.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아무리 마인드 콘트롤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건 사실 내가 콘트롤 하려는 의지에 불과함을 알 때가 있는게다.

그럼에도, 도전할 마음조차 없는 나같은 자들에게
이규혁은 충분히 할만큼 했다. 그 자체로도 정말,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의 스피드 스케이팅 금메달은 아마 더 뒤로 미뤄졌을 테니까.
물론 이 위로도 지금은 아무 소용없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