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다.
아침에 일찍 회사에 도착해 있는다.
가끔 팀장님보다도 빨리온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내려마시고,
가끔 기분 좋으면 팀원들에게도 휙 돌린다.
며칠 팀장님이 오늘은 빨리왔네 그러시더니
요즘은 아무말 안하신다.
내가 빨리오는 건 팀장님에게는 이제 일상이니까.
뭐 좋다. 팀장님한테 칭찬받을라고 빨리 오는 건 아니니까.
야근도 뭐 한다. 일이 적지는 않다.
잘 모르는 일도, 재미없는 일도, 이런저런 일 모두
정말, 꾸역꾸역 하고 있다.
모임 6월 발제를 못하게 되었다.
번역도 제대로 못한 채 내고 그냥 손털었다.
같이 공부하던 것도 마무리 잘해서 지금껏 했던 거 정리한번 할랬는데, 마음의 자리에서도 저 멀리 밀려있다.
회사에서 부탁한 일들은 당연히 제자리 걸음이다.
요즘은 소통을 사람하고 하지 않고 일하고 하는 것 같다.
회사에서. 더더욱.
뭐가 더 숭고하고 뭐가 더 가치있고 뭐가 더 훌륭한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이런 일 저런 일, 누가 시키는 일, 시키니 해야 하는 일, 시켰으면 해야 하는 일,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 할 일 속에 살다보면 시간은 잘 간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그러셨다.
이를 닦을 때는 칫솔질 잘해야 한다고
젊었을 때 상아질 좋아도 그거 나이들면 다 상한다고
사실 눈좋은 엄마가 책볼 때 돋보기 안경을 쓰고
아부지가 뭐 물어보시면 솔직히 좀 짠하다
아 진짜, 더 안늙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안늙었으면 좋겠다.
계획은 못하는 계획 세우기로 유명하고,
계획없이 산다는 치밀한 계획으로 사는 내가
또 바보멍청이 같이 10월에 시험을 하나 보기로 했다.
토플은 올해도 접혔다.
여튼 시작은 했으니 안되는 능력은 열심으로 커버하며 살아야지
시험은 붙는 게 목적이지만, 동시에 뭔가 일을 할 때 항상 제대로 못해온 나에 대해 나는 내 식대로 또 덤비는구나, 싶다.
어쨌거나 휴가를 냈다.
감사히 잘 보내자. 물론 요즘 충분히 감사하다.
사실 휴가를 쓴다니까 모든 사람들
특히 옆 차장,과장님들이 너무 부러워하신다.
이렇게 버릇없는 망아지가 또 있을까.
그냥 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차피 한 순간이래도,
그러니까 같은 구성원으로서 짠한 마음.
휴가낸게 너무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그게 참 더럽다. 군대에서도 포상휴가 받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으로 나왔는데 좋은 건 같이 쓰고 싶고 그렇고
맛있는 건 나눠먹을 수 있고 좋은 물건은 나눠 쓸 수 있는데
휴가는, 그러니까 시간만큼은 그게 안된다. 참 그렇다.
어쩌면 좋을까.
군대나 여기나 별반 차이없다.
치사하고 욕나오게 하고 스트레스주고
그래도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일로 시간으로 물심양면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켠으로 존경스럽다.
돌아오면 야근은 주구장창 확정이고 밀린일은 언제나 끝없지만,
그래도 욕먹으면 욕먹은만큼 장수하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산다.
언제는 뭐 욕안먹고 살았나?
6.23.-6.27.
멀리 가겠냐.
남은 서평이라도 쓰면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