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연휴, 진주에 다녀왔다.  

사실 다녀온 곳을 꼭 진주라고 짚어 말하기 뭣하다. 그 옆의 진양이라는 곳에서 묵었고, 또 진주에 잠시 발을 걸치다가 어줍시리 남해까지 차를 타고 가 잠시 풍광을 즐겼다. 그 뿐인가? 영남제일의 경관이라는 촉석루에 올라 제대로 바람맞고 돌아왔다.  

촉석루의 경치는 가히 천하 일류라, 한번 앉으면 도무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  

쨍하고 모든 것을 녹일듯한 더위에도 촉석루 안에 있는 동안은 세상의 시원함은 이리로 다 몰려오는 듯한데, 그 시원함에 마음도 머리도 훌훌 풀어버린 객들은 그새 달콤히 눕고 잠이든다. 

잠든 이들을 깨우고 앉히기 위해 관리인은 돌아다니지만, 새롭게 오는 객들은 또다시 눕고 잔다. 남강에게서 부는 달콤한 편안함과 스르르함은 그 누구도 피해가기 어렵다.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우연찮게 베트남 다낭을 여행가서 본 이 책은 여전히 설렌다. 지인들에게 초판을 참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책이 없어 신판으로 대신한건 못내 아쉽다. 몸만 그런게 아니다. 책이 펑퍼짐해지면 곤란하다.  

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책을 들려할 때면 달이 참 좋아 인적드문 농가 사이를 걸어 달그림자를 벗삼아 이길저길을 돌아다녔다. 평화로웠다. 희미함과 은밀함은 낮보다도 더 아름답도록 밤의 한가운데에 어우러진다. 정리하고픈 수많은 생각과 가끔씩 떠오르는 괜한 감정, 해뜨는 아침만큼 명징한 현실감각과 쌓인 일들마저도 느릿하게 춤추는 하늘 속에 모두 녹아버리고 사라진다. 남는 건 달빛과 바람에 취할수록 또렷해지는 온몸속 기쁨 뿐. 

   
 

 그들은 자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숨소리 대신 대지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반듯이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생각이 새어나가고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은 망각을 택했었고 그 속에서 무한히 존재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도미니크와 카트린느는 끊임없이 서로를 발견해갔다. 도미니크는 그녀의 목을 애무했고 눈을 뜨면 그녀가 보였다. 서로는 상대에 대한 욕망을 느꼈다. 그들은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하늘과 땅의 신호들이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그들은 가까워진 그들의 몸의 확실한 존재를 사랑했다. 그들은 우주로부터 보호되어 있는 것이었다. 튱의 달빛 그림자가 또렷해졌다. 카트린느의 몸은 이제 더이상 흘러가버릴 듯한 느낌을 주지 않는 진정한 것이 되었다.  

 
   

바람이 분다. 그 누군가의 마음이 고독해지고, 사랑에 깊어갈수록 그 마음은 바람이 되고, 흐르고 흘러 흐를수 없는 곳까지 흐르고야 만다.  

 

그래서 바람은 아직 잠들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 상자를 열면, 그 상자에서 나오는 공기는 과연 얼마나 된 공기일까. 

혹시 10년전 어떤 춥고 가슴마저 얼어붙던 날, 울며 닫던 상자에는 그 슬픔이 숨이 아직 남아있을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차곡차곡 모아두며 생글대던 그 어릴적 기쁨의 숨은 그 물건들과 계속 같이 있어 주었을까. 

많은 것을 치우고 옮기고 열고 나서야, 나는 오래된 숨을 만나게 된다.

어떤 것은 십수년을 숨쉬고 있었고, 

어떤 것은 이십년을 숨쉬고 있었다. 

 

그 오랜 것들에 빛을 쏘이자  

그들은 오래된 숨을 쉬며 하늘로 뛰어올라 내 눈위에 가만히 가라앉았다.  

 

그냥 벽에 기대서 고요하고 적막한 밤을 보내고 싶은, 

아니 그냥 어떤 것도 필요없이 벌판에 누워 수없는 별빛앞에 온 몸을 드러내다가 

꼬박, 밝은 날만을 기다리고 싶은 순간이다.  

 

아, 전화가 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1-05-04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6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달이 지났다. 

애초에 세운 목표는, 조자룡 헌칼 쓰듯 거의 다 스러져 버리고 구정을 맞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하나는 그래도 새해는 오늘부터 시작인게고, 

또하나는 올해 배우기 시작한 기타를 아직까지 별탈없이 무사히, 배우고 있다는 거랄까. (겨우 한달만 친 주제에)

우얏건 스스로도 놀랍다.  

좋은 선생과 좋은 동료들을 만났기에 아직까지는 무사히 배우고 있다. 

대략 5~6곡 정도를 배웠고, 

몇개 안되는 주법을 배웠다.  

  

어떤 의미에서 손에 들고 치며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그리고 들고 다닐 수 있는 

몇 안되는 악기중 하나인 기타를 이제라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올 연말이 되었을 때, 몇 곡 정도는 스스럼없이 무사히 치며, 무사히 노래를 불러보는 게 

나름의 목표랄까. 

 

자, 다시 시작한 2011년, 조금만 더 재밌게, 열심히 달려봅시다.  

참고로 자본 상당수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책들을 한번 꼬옥 읽어보는 것도 나름의 목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 그녀와 그의 연애다.
노출신이 많네, 뭐 뻔하네 말들이 많고, 어느부분 그렇다 싶은 부분도 있다
아니, 그보다는 기왕에 넣은 노출신은 좀 더 쎄게 나가지.. 하는 마음이 들었더랜다 응?

우얏건, 누군가의 존재를 그의 부재로 느끼기보다는, 바로 옆의 온기와 달콤한 내음으로 느끼는 것이 훨씬 낫고, 그런 뻔한 소리만 하는 것으로도 로맨틱코미디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

길게쓰고싶은 마음은 억누르고, 태그로 마무리 짓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굿바이 2011-01-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에 크게 동의하오. 그러나, 명심하오. 불장난에 죽어나가는 사람 여럿 봤소 :)

風流男兒 2011-01-24 14:56   좋아요 0 | URL
네 누님 명심하겠사옵나이다. ;)

2011-02-01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축가를 불렀다. 

어느분이, 가만 뒤에서 연습하는 걸 들으시며 참 좋아하셨다. 

시를 쓴다고 하셨다. 그리고 조금 더 들려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고, 몇번 정도 더 불렀다.

잠깐 더 얘기를 나눈 후 자리를 떠나며 그분은, 좋은 노래 잘 들었으니, 설렁탕 값이라도 꼭 내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잠시 자리를 비웠고, 그새 그분은 너무 잘 들었다는 말과 함께 약간의 돈이 든 봉투를 전해주시며 이미 나온 것이니 다시 들여보낼 수 없다는 말씀을 남기고 떠났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축가는 무사히 불렀다.  

모든 관계가 가져주는 애틋함과 아련함을 음악에 담아 보내는 마음으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11-01-2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다.


음악으로부터... 어디로 갔나요?

風流男兒 2011-01-24 00:14   좋아요 0 | URL
음.. 그러게요, 사실 어디로 갔는지 생각을 잠깐 해봤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더라구요. 알게 된다면 웬디양님께도 꼭 말씀드릴께요 ㅎㅎ

sslmo 2011-01-2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를 잘 부르시는군요.
전에도 축가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대와 영원히’를 부르셨다면, 약간 비음이 섞이셨을 것 같기도 하구요.
‘시로부터 음악에게’도 아주 멋져요~^^

風流男兒 2011-01-24 00:17   좋아요 0 | URL
잘 부르는 것보단, 좋아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막상 부를 땐 엄청 떨리고 그렇더라구요.
참, 저는 어렸을적부터 축농증기가 있어서
원하지 않는 비음이 항상 섞여있는 편이었답니다 ㅎㅎㅎ

정말 온 몸이 시리도록 추운 날이었지만,
저 말 덕분에 조금 더 의미있어진 날이었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