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소설, 향
조해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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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소설. 작가정신(펴냄)








꽁꽁 안간힘으로 잠그고 있던 수도꼭지,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책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있다가 고개를 들어 내 방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그냥 까만 밤 같았다. 나는 끝내 울지 못했다. 얼마나 오래 참을수 있는가 자신과 내기라도 하듯이 참고 또 참는다.



원래 정말 잘 우는 편인데, 나보다 더 잘 우는 여린 엄마를 보니 나까지 울 수는 없었다. 최근 아빠가 아프셨고, 엄마는 자신을 잊을 정도로 아빠에게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아빠는 회복 중이시다^^) 그런데 내기 어떻게 울겠는가? 소설도 마침 엄마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는 주인공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은 영원히 부모와 헤어져야 한다. 그 불변의 진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면서도 그 감정은 연습조차 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서 부모의 죽음과 헤어짐을 연습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ㅜ.ㅜ



소설 속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아닐까.....

이미 암세포에 자신을 온전히 잠식 당한 채로 끝내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 심장이 찢기는 기분으로 읽은 책!! 지금 리뷰를 쓰면서도 한없이 무너져 내린다.



이 작가는 도대체 무엇이길래 독자의 심장을 아리게 하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다. 주인공을 통해서......



내가 읽은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 중 단연 최고의 작품이었다. '슬픈 것은 또한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이라고, 누군가가 내게 말해주었다. 슬픔이 아름다움이라면, 이 소설은 정말 아름답다.



소설의 제목처럼 누구나 겨울을 지나쳐야 한다. 우리들 삶을 계절로 비유하면 잘나가는 '봄'이 있다면, 고통스러운 '겨울'도 있을 것이다.

겨울 추위는 왜 그리 혹독한지! 나같이 햇볕 쪼이는 것을 좋아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겨울은 그 존재 자체로 악마의 계절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겨울이 악마가 아니라 통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통로를 지나지 않고 봄은 오지 않으니까.....



겨울 좋아하시나요?

겨울의 어떤 점이 좋으신지 궁금합니다.

( 저는 눈이 안 오는 동네에 살아서 그저 눈이 좋습니다. 눈사람 만들 정도로 눈이 펑펑 오는 겨울을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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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정혜승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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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지음)/ 메디치(펴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집단이 겪은 기억은 하나의 역사가 된다. 집단이 기억하는 한 그들의 역사는 승자에 의해 무릎꿇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잊는 순간 역사는 승자의 것이 되고 만다는 생각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도 광주항쟁도 제주 43민주화운동도 그렇다. 집단이 기억하는 힘은 무섭고 그 힘은 세다.



10월 29일 그날, 이태원에서 우리는 꽃 같은 젊은 목숨을 얼마나 잃었는가? 낳으라고만 하지말고 이미 태어난 목숨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이미 태어나 있는 아이들이 그 무엇으로부터 학대당하지 않고 잘 자라주기를, 이미 늘어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그런 고민을 해야한다. 정부가!!!!


왜 거기 갔냐고 물을 것이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냐고 묻는다.



각 챕터의 제목 하나하나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부의 존재 이류를 물어보고 싶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확실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썼다...... 누가 책임을 지고 옷 벗는 꼴을 보자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에 얼마큼 관심을 가지는지, 참사는 한순간이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고 멀쩡해야 할 다리가 무너지고, 아파트와 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 달라질까?!!!!



기자 출신 이혜승 작가는 전 현직 공무원과 참사 유가족, 분야 전문가 등 을 인터뷰했다. 그날의 현장에서 비참함과 분노를 느끼며 이 글을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주권을 가진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썼다는 이 책!!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 눈물을 닦아줄 책임지는 정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고위 공무원들, 그들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4대강이든, 창조경제든, 디지털 뉴딜이든 슬로건에 맞는 성과를 척척 만들어내왔다. 검찰 정부는 적을 찾는다라는 문장의 인상 깊다. 안전에 대한 고민은 왜 아랫사람의 몫인가? 외교란 무엇인가?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수많은 죽음이 이어졌다. 산업현장에서 교실에서 군대에서 우리는 젊은 목숨을 잃었다. 팬데믹 이후 경제 대책은 무엇일까? 추모비는 왜 세워지지 못하는 건가? 묻고 싶다... 협치와 소통 없는 정부를 국민들은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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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콘텐츠가 전부다
노가영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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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영 외 지음/ 미래의창(펴냄)







미래 전략서, 미래 전망서 잘 만드는 출판사 #미래의창





2024가 아니라 앞으로는 콘텐츠의 시대가 아닐까 싶다. 콘텐츠 대세 시대를 넘어 누구나 손쉽게 제작하고 활용하는 시대. 그만큼 책임감도 무겁고, 사랑받는 콘텐츠가 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분야 관계자는 아니지만, 책 스타 그램을 하면서도 많이 느낀다.




예전이 줄글로 길고 길게 쓴 서평이 인기 있었다면 요즘은 카드 뉴스 아니, 카드 뉴스의 시대도 한물 간 것 같다. 이젠 더 짧은 영상, 인간의 집중 시간은 13초라고 들었는데 요즘은 더 짧게 8초라고 한다. 오죽하면 《8초 인류 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





콘텐츠 미디어 전문가들, 산업, 마케팅, 유튜브, 틱톡, 투자 리서치 등 분야 전문가 4인이 쓴 책!! 최근 방송사에 오래 몸담은 유명 PD가 유튜브를 배우겠다며 초보의 자세로 전문 유튜버에게 배움을 청한 미담이 회자되고 있다. 과연 유튜브는 웹 3 시대에서 어떻게 진화할까? 유튜브 다음 세대는 무엇이 올까? 생각하면 기대감과 오스스 소름 듣는 불안감이 함께 밀려온다. 방송의 세계에서는 OTT 드라마 시대 과연 K 콘텐츠는 어떻게 살아남고 세계를 선도할 것인가의 문제들.






콘텐츠 트렌드 시대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15가지 키워드를 만날 수 있다. 책 맨 첫 페이지에 소개되는 키워드가 먼저 눈에 쏙 들어온다.






뽀로로에서 아기 상어까지 글로벌을 사로잡은 K 키즈 산업도 눈에 띈다. 과연 Z세대는 어떤 플랫폼에 열광하는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한국의 문화 현상들. 점점 더 빨라지고 더 짧아지는 영상의 시대에 저자가 말하는 첫 3추만에 사로잡아라는 문장은 낯설지 않았다.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그 미래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역시 K다! 건강한 기획력에서 진정 사랑받는 K_문화가 나온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쓰고 덥기 전에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내내 생각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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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론 간신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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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마천학회 김영수 지음/ 창해(펴냄)







간신이라는 주제는 너무 매력적이다. 김강우 배우 주연의 영화 《간신》이 떠오른다. 영화세어 우리는 최악의 군주와 제 뱃속만 채우는 교활한 신하가 만났을 때 세상은 어찌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았다. 간신이 없던 시대가 있었던가? 연산군에게는 임사홍이라는 간신이, 최근에는 최순실이 떠오르는 것은 억지인가?ㅎㅎㅎ 시대가 간신을 만드는가? 간신이 시대를 망치는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사안이다.







사마천의 《사기》 권위자, 지난 25년 동안 중국을 연구하고 중국 현장을 150차례나 탐방한 전문가다. 간신은 하나의 심각한 역사 현상, 간신 현상이라 부른다. 병적인 신드롬의 심각성. 떼거리를 지어 온갖 해악을 끼치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간신은 하나의 역사 현상이 자 사회현상이다.

나라 흥하는 데는 열 충신으로도 모자라지만 나라 망치는 데는 간신 하나면 충분하다 p11







중국사 연구에서 간신 현상을 들여다본 저자, 심지어 대물림되기도 했다. 저자의 역사인식에서 배울 점이 있었는데 역사를 기록의 산물로 보지 않고 나아가 다수와 집단의 기억, 그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변형되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문득 이태원 참사가 떠오른다. 좀 더 과거로 가면 제주 4.3 항쟁이나 5.18 민주화 운동이라든지, 집단 기억이 가지는 힘은 위대하다는 생각이다.






'간신'이라는 한자 자체에 비굴함, 교활함, 속임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책 초반에 간신의 종류를 분류하고 간신의 특성 및 실제 사례를 중국사에서 실제 사례를 찾아 서술해놓았다. 천하에 위험한 세 가지는 무엇인가? 덕이 적은데도 총애를 받는 것, 재주가 적은데도 지위가 높은 것, 큰 공이 없는데도 후한 녹을 받는 것이라는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현명한 사람은 선으로 살피고, 아첨꾼은 악으로 관찰한다는 문장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가르침이 되는 문장이다. 나라의 녹을 먹는 자 오늘날 관점에서 공직에 있는 분들. 그들에게는 좀 더 높은 가치관이 요구된다.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학력, 고능력자들이다. 공직뿐 아니라 모든 직종이 전반적으로 학력상승,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신 1등급 수능 만점에 가까운 공부만 한 학생들의 인성을 시험으로 변별할 수 있는지, 각 시대마다 의문이었다.






위대한 학자들의 문장, 고전의 문장을 언급하다 보니 간신 소재로 한 언급이었지만 도움 되는 구절이 많았다. 《장자》 《순자》등을 책으로 만나면 정말 읽기 어렵지만 이렇게 수록 문장으로 만나는 재미는 색다르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고문장이 눈에 들어오는 기분^^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펼쳤을 때 일화 중심이라 가독성이 좋았다. 일반인 독자들뿐 아니라 소위 지도층이라는 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더 이상 간신이 하나의 현상으로 역사 현상이 아닌, 지나간 이야기 소멸된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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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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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아밀 외 지음/ 문학과지성사(펴냄)










SF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SF 단편집은 하나의 선물 같다. 특히 듀나, 아밀, 이산화, 이서영, 이유리, 정보라 여섯 작가의 앤솔러지 작품집이라니!! 작가 저마다 지향하는 우주를 한 데 모아놓고 내가 원할 때 꺼내 보는 느낌^^






문지혁의 하이퍼 링크는 마치 현대미술을 보는 듯했다. 아직 현실 세계에서 SF의 세계로 건너오지 못한 독자를 위해 링크를 걸어두는 느낌이랄까?^^ 읽기 전에 먼저 벽이라는 소재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작가가 소개하듯 《나니아 연대기》나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신비적인 부분이 떠오르기도 한다. 벽은 내게 '단절'의 의미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보호'의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벽'을 떠올리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상대로 쌓았던 거대한 벽이 떠오른다.






《아레나》 적사병이 창궐한 시대는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를 아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으스스한 공포감을 주는 소설, 과연 영웅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은 손의 피아니스트 나윤의 이야기, 부부 사이의 벽이 사라진 다시 풋풋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무너뜨리기》 토끼를 저지하기 위해 벽을 쌓는 《깡총》 두 소녀의 성장을 그린 《월담하려다 접천》 벽 너머의 세계에서 보호벽이란 무엇이었을까, 사회적인 통제들..... 종교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무르무란》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벽과 마주하고, 때로 벽을 오르고 마침내 넘어서고 또 다른 차원(세계)로 넘어갈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벽뿐 아니라, 때로 이 사회라는 거대한 감옥이 작동하는 벽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부대끼는 우리들이 서로에게 하나의 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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