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9 체인지 나인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이미 <포노 사피엔스>를 베스트셀러로 매김하고 그 다음 책이 바로 이 책인 저자는 4차 산업혁명과 인류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라고 하는(책 앞 날개 저자 소개에) 최재붕 교수이다. 물론 이런 책은 나의 성향과 아주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얻게 된 책이니 그 기회에 값을 하려면 읽어야한다는 것이 내 성격이기도 하다.
일단 포노 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12번째 장기처럼 사용하는 사람들, 현재의 대부분의 지구인들인 인류를 칭하는 호칭이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잠자는 침대 머리맡에 필수적으로 함께하는 스마트 폰.
젊은 사람들은 현상황을 특별한 의식 없이도 훤히 꿰뚫고 있으며 즐기고 있으니 새삼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같이 SNS계정을 갖고 있지않고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살고 있는 중년을 넘어선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의미는 지대할 것이다. 슬기롭게 포노 사피엔스 대열에 동참하지 않으면 퇴행할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이를 위해 9가지의 코드를 주문하고 있다. 비대면의 시대에 서로 공감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기업의 정신에도 부합하는 코드들을 제시한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의 9가지 코드.
1. 메타인지 - 더 많은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표준이다. 검색할 수 있다면 '내 지식'이 된다. 이제 외운 지식, 아이큐는 별 의미가 없다. 검색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당장에 내 지식이 되고 정보가 되므로 내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엇이 필요한 정보인지를 분별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2. 이매지네이션 - 상상력은 경험 안에서 탄생한다.
3. 휴머니티 - 자기 존중감은 모든 사람의 권리다. 이모티콘 하나로 천냥 빚을 갚고,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나의 무기가 된다.
4. 다양성 - 다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5.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모든 부는 디지털 공간으로 모인다. 모든 상품은 스트리밍으로 소비된다. 'GAFA'가 세상을 좌지우지한다.
6. 회복탄력성 - 냉정한 낙관주의자의 길을 간다. 문명 교체기에 감정 근육은 더 세져야 한다.
7. 실력 - 데이터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증명한다. 소비자가 남긴 데이터는 1도 버리지 마라.
8. 팬덤 - 가장 큰 권력(팬덤). 새로운 소배채널, 팬덤이 세상을 삼킨다. 소비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자기 선택'이 개입한다. 소비자 권력시대.
9. 진정성 -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시대를 살고 있다. 보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는 보고 있다. 진정성이 모든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구원한다.
그런데 이 9가지 코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아날로그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여진다. 특히 한 개인의 태도나 자세를 주문하는 저자의 코드는 이전부터 우리 사회의 공동체 내에서 요구되던 것들이다. 자기를 존중하고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상상력이 있는 사람, 타인을 인정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 사태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태도가 바뀌는 사람보다 진정성있는 사람을 모두 선호했었다. 그런 인간적이며 인격적인 사람은 언제나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확연하게, 무섭게 포노문명에서 달라진 것이라면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 그 안에, 자신이 걸어온 궤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누군가에, 어느 알 수 없는 시간, 공간에 자신이 걸어온 행적이 자기도 모르게 쌓여 어떤 공적인 일에 부딪혔을 때 엄청난 눈사태처럼 자신에게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이런 디지털 시대가 마냥 두렵고 혼란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잘 돌보고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이기도 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저자는 유튜브 방송이 처음에는 말초적이고 공격적인 유튜버들이 주목받았으나 갈수록 진정성있는 새로운 유튜버들이 능력자로 부각되는 현실을 얘기한다.
중간중간에 소비자들의 새로운 성향에 포인트를 맞춘 신생 기업들의 성장세와 그 특징에 대한 자료도 좋았다. 유튜버들의 구독자수와 그들의 수입도 놀라웠는데, 그중 강유미 같은, 무대가 없는 개그맨들의 활동장으로도 유튜브는 꽤 의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또 강유미 유튜브도 찾아보는 열성을 보였는데, 오! 강유미는 정말 천재적인 아티스트였다. 그녀의 동영상들은 리얼리티가 완벽하게 깔린 품격있는 개그, 그 자체였다.
며칠 전부터 딸이 깔아준 앱에서 게임을 한다. 물론 깔줄은 알지만 게임에 대해서 영 모르니 딸이 깔아준 것인데 이름하여 superstar YG. Dalcomsoft,inc. 이다. 제일 쉬운(고,중,저 중에서) 레벨로 하고 있지만 너무 재미있다. 그런데 이 저자의 포토 사피엔스 코드에 나의 이 게임플레이가 합당한 것 같기도 한데, 요건 너무 레벨 낮게 9가지 코드에 끼워맞춘 것이고 그 이상의 원대한 것을 계획할 시기가 언젠가 올 것이다(정말).
고로 나는 포노 사피엔스이며 내 옆엔 갤럭시 10이 항상 켜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