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상자 - 애도에 관한 책 I LOVE 그림책
조애너 롤랜드 지음, 테아 베이커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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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독서는 그림책 읽기로 시작했다.

죽음, 슬픔, 이별.... 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주제와 달리 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었다.

"기억 상자 (조애너 롤랜드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애도에 관한 책>

이라는 또 다른 제목이 붙어있다.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 손을 뻗은 소녀는 다른 한 손으로 메모리라고

쓴 상자를 꼭 잡고 있다.

마치 기억을 담아 잊지 않으려 잡아둔 것처럼.

소녀는 풍선과 이별 후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수많은 이별이 있다. 그 대상이 사람이나 물건

또는 반려 동물일 수 있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은 남겨진 자가 짊어져야

할 무겁고 어두운 슬픔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죽음을 경험했을 때 감정을 해소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상실이라는 감정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억 상자를 만들어

즐거웠던 기억을 담아두며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이야기 속

소녀를 따라가다 보면

"당신을 잊을까 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예요."라는

문장과 만나게 된다.

나 역시 남겨진 이가 되었을 때 떠나간 이가 너무 빨리 잊혀질까

두려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몸이 기억하는 슬픔의 시간들이 아주 오래 나를 괴롭혀

잊혀질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죽음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슬픔이 더욱 커진다.

이야기 속 소녀 역시 그것을 알기에 풍선을 잃었을 때와 달리 더 큰 슬픔을

느꼈는지 모른다.

소녀는 가족들과 함께 추억의 시간들을 정리해 차곡차곡 기억 상자를

채워간다.

그리고 소녀는 이제 기억 상자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찾은 듯하다.

기억 상자에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저장해두고

소녀는 다시 매일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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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 Wow 그래픽노블
배리언 존슨 지음, 섀넌 라이트 그림,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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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밤, 굵은 비가 후둑후둑 쏟아지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런 밤이면 위로가 되는 문장을 찾아 밤을

헤매는데 재미있고 귀여운 이야기를 만나 소개해보려고 한다.

그래픽노블 "트윈스 (배리언 존슨 지음, 보물창고 창고)"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 모린과 프랜신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이 된 첫 날, 아빠는 모린과 프랜신을 오코노 중학교 앞에 내려주며

이런저런 중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프랜신은 말을 잘하는 아이고, 모린은 생각을 잘하는 아이다.

둘의 성향은 너무 다르지만, 항상 쌍둥이라는 공통점에 아이들의

개성을 묶어두려는 시선이 있다.

외모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모린은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프랜신은 어느 장소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

이전에는 두 아이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헤어스타일은 하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같은 이야기들로 즐거웠지만 중학교 입학

후로 둘 사이에는 묘한 다름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 다름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살벌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한 발 앞으로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모린은 혼란스럽다. 프랜신의 변화가 당혹스럽고 프랜신과

함께 학년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이 일로 프랜신과 더 멀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전처럼 다정한

자매로 지낼 순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쌍둥이는 외모 뿐 아니라 행동, 생각, 성격 등이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쌍둥이는 비슷한 생김새 외에는 모두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트윈스는 사춘기 아이들의 생각과 일상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결국 학년 회장 선거에서 모린이 패배하지만 무엇보다 열심이었던

모린의 모습을 떠올리며 프랜신은 왜 모린이 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두 아이의 치열한 경쟁은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며 전처럼

가족으로 묶이는 힘이 된다.

모린과 프랜신은 이제 각자의 모습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누구의 동생 또는 누구의 언니로 불리는 쌍둥이 자매가 아닌

모린과 프랜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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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박물관 I LOVE 그림책
린 레이 퍼킨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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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을 마무리 하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났다.

"모든 것의 박물관 (린 레이 퍼킨스 지음, 보물창고 펴냄)"이 바로

그 책인데 마치 놀이동산 같은 모습을 한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향하는 소년이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모양이다.

떨어진 꽃 한 송이, 마른 낙엽 하나도 전시가 되는 곳이 아마 소년이

상상하는 박물관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박물관은 무언가 거창하고 거대하며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 가득하다.

그에 비해 소년의 박물관은 소박하고 뭐 저런 것도 전시를 할까?

싶은 것들도 소년의 눈에는 소중하고 커다란 무엇이다.

사람들 마음 속에는 자신만의 박물관이 하나씩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년은 가장 작고 가장 평범한 것들을 관찰하며 하나씩 설명을

한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것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설명하는 소년을

따라가다 보면 소년의 박물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소년 자신의 추억을 기록하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년은 누구보다 관찰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친구이다.

마치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우리에게 자신의 박물관 전시품을

설명하는 소년은 자신의 수집품들이 굉장히 멋진 모양이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 또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것이

되기도 하는 우리의 삶에서 자신만의 박물관을 마음 속에 하나씩

만들어보는 건 어떨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내게 의미있고 소중한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음 속 나만의 박물관에 어떤 모습으로 전시하고

어떻게 설명할지 작품 설명집처럼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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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업고 레디, 액션! - 한 편의 영화로 남은 한국 첫 여성 감독 박남옥 바위를 뚫는 물방울 15
김주경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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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밤이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유독 많은 일들이 일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또 다른 길이 주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걸음을 이끌 기운이 나는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꿈을 찾아 먼저 걸어 낸 이들의 이야기를

찾다 만나게 된 한국 첫 여성 감독 박남옥을 만나게 되었다.

"아기 업고 레디 고, 액션! (김주경 지음, 씨드북 펴냄)"은 씨드북의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 중 열다섯 번째 이야기로 한국 첫 여성

감독 박남옥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같은 삶을 살아낸 영화 감독 박남옥의 이야기는 표지에서부터

무언가 기운이 나는 느낌이었다.

어릴적 박남옥은 개구장이 어린이로 집에서 놀다 심심해 언니들의

학교를 따라가기도 한다.

공부를 하고 싶어 간 것이 아니라 무언가 재미있는 시간이 펼쳐질

것만 같아서였다.

토포환 선수로 활약하며 자신이 던진 포환이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해하며 자신의 꿈을 펼치던 박남옥은 책을 유독 좋아하는

여학생이었다.

헌 책방에서 만난 영화 관련 책들에 빠져 공연을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 당시 학생에게 허락된 외부 활동은

아니었다.

미술 공부를 위해 유학을 결심하지만, 학교측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른 여학생들처럼 평범하고 무난한 학교와 전공을 선택

하지만 꿈을 찾아 걷는 박남옥에게는 답답한 시간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만 아직 채워지지 않은 꿈에 대한 갈증은

결국 그녀를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게 하고, 그녀의 첫 영화 <미망인>

이 상영된다.

여자라는 이유로 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영화가 만들어지고 40여

년 만에 그녀의 영화가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나왔다.

그렇게 한국의 첫 여성 감독 박남옥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꿈을

펼치기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이

좌절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보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꿈에 도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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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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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게 겨울로 넘어가는 시간은 밤이 길어져서 그런지 오래된

일들을 끄집어 내기도 하고, 어릴적 추억의 음식을 떠올리며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계절이 주는 여유와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났다.

"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이 그 이야기인데,

서로의 곁을 지키는 미래를 꿈꾸던 남자 친구가 모든 걸 가지고 떠나버린

텅 빈 집에서 나와 무작정 어릴적 떠나온 고향으로 향하는 링고를 따라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갑작스런 남자 친구와 이별은 링고에게서 말을 빼앗아갔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낯설고 또 익숙했다.

엄마를 만났지만 이미 십 년 전에 집을 떠나 서먹한 관계가 주는 건조한

감정만 남았을 뿐이고, 다행인지 몰라도 그 곳에는 엄마가 경영하는 술집

아무르와 창고, 밭 등이 그대로 있어 어색했지만 편안했다.

엄마는 고향집에 사는 대신 엄마가 키우는 돼지 엘메스를 돌보라 한다.

물론 식비나 기타 비용도 모두 부담해야 한다.

링고는 집을 살피다 창고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 어떨까

생각하고 엄마에게 식당을 낼 수 있게 장소를 허락하고 식당을 개업할

때 필요한 비용도 엄마가 빌려달라 제안한다.

의외로 순순히 엄마는 링고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렇게 링고는 식당을 열게 되고, 엄마의 부탁으로 구마 씨가 링고의

일을 돕게 되면서 달팽이 식당이 탄생한다.

엘메스를 위해 빵을 굽고, 제일 고생해준 구마 씨를 첫 손님으로 식당은

시작된다.

자신이 좋아하던 요리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행복이 되길 바라며.

구마 씨를 위해 석류 카레를 만들고, 구마 씨가 음식으로 위로를 받는

것을 본 링고는 눈물을 흘린다.

"뭐든 나쁜 쪽으로만 생각이 기우는 소심한 나는, 이제 프로로 당당히

서야 한다는 자신감마저 어느새 잃어 가고 있었다." - p.93

석류 카레 덕분이었을까? 아주 잠깐 집을 나갔던 구마 씨의 아내가

집으로 와 물건을 챙겨 갔는데 구마 씨는 카레 덕분이라 여기며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구마 씨의 소개로 이웃의 '첩'으로 사는 할머니가 방문하고

코스의 마지막까지 음식을 음미하며 끝까지 접시를 비운 후 이전과

달리 화사해진 옷차림과 얼굴로 이웃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달팽이 식당은 기적을 일으키는 식당이라는 또 다른 소문이

돌며 사랑이루고픈 소녀 모모와 그녀의 남자 친구가 방문하고 뒤이어

맞선을 보는 남녀가 등장한다. 거식증에 걸린 토끼를 데리고 방문하는

아이 고즈 방문해 토끼의 치료를 부탁한다.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자신의 상처나 결핍에 대한 위로를 받고 치유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달팽이 식당을 찾는다.

암환자가 된 엄마는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을 첫 사랑인 슈이치 씨와

결혼을 한다.

결혼 만찬의 재료는 엘메스였다.

그렇게 링고는 엘메스와 이별을 하고 대신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게 된다.

죽음을 맞이한 엄마에게 목소리를 내서 말하지 못한 것을, 그저 꼭

안아주지 못했음을 링고는 후회한다.

엄마의 편지를 발견하고 링고는 문을 닫았던 달팽이 식당을 다시

연다.

들비둘기 요리로 마음도 몸도 치유를 받고, 사라졌던 목소리도

돌아오지만 여전히 링고는 필담으로 손님들과 소통한다.

마지막 방문자는 동성애 커플인 사쿠라와 하루미였다.

눈이 쌓인 숲 속 방갈로, 사쿠라와 하루미의 공간은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곳이며 링고가 만든 위로의 음식들로

다시 걸어갈 힘을 얻게 된다.

"위에서 보면 Y자인 이어폰은 마치 우리의 인생같았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도중에 만나 하나가 됐다. 앞으로 우리

에게는 넘어서야 할 산 같은 고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처럼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준다면

너끈히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 P.301

상처투성이로 사는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 달팽이 식당은

곁에 두고 위로받고 싶은 날 꺼내 읽을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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