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워크 I LOVE 그림책
맷 데 라 페냐 지음, 코리나 루켄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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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부터는 본격적인 독서를 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아직도

낮에는 더운 기운이 남아 있어 책 읽기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벼운 독서를 위해 그림책을 읽는데, 요즘 그림책들은

가볍게 읽히기가 쉽지 않다.

구월에 만난 그림책 중 한참을 읽고, 더 한참 그림을 보았던

그림책이 있어 소개해본다.

"패치워크 (맷 데라 페냐 글, 보물창고 펴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을 가진 천을 이어붙여 한 장으로

만들어내는 바느질 용어이다.

다만 각기 다른 천을 아이들에 비유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우리는 태어날 때 고유한 어떤 특징을 가지고 태어난다.

성별도 이름도 생김새도 하물며 성격까지 다른 우리는 적성이나

정체성 대신 부모님이 정의한 어떤 틀에 제일 먼저 갇히게 된다.

책에서도 아이에게 파랑이라 부르고 파랑이 되도록 아이를 성장하게

하려는 부모님 덕분에 아이는 조금 슬픈 표정이다.

어쩌면 아이는 노랑이나 보라 혹은 빨강이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파랑의 마음 속에 분홍이 자리잡을 수도 있지만 아이는 부모의 바람을

따라야 하나 고민을 한다.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자기 색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어 부모가 만들어놓은 틀이 어쩌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아이들의 적성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제 자리를 찾고 잡아간다.

그 길에서 지치지 않게 손을 잡아주며 아이의 색을 고운 빛을 찾아

빛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아이들의 얼굴에는 각기 다른 색이 덮였지만, 행복이 묻어나는 표정들로

물들어 알록달록한 패치워크가 완성되어 간다.

각자에게 주어진 개발하고픈 재능을 찾아가는 길, 미래를 향해 지금을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도 응원의 목소리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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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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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제법 가을을 닮은 바람이 불어온다

늘어지고 상처투성이가 된 마음을 다잡기 위해 팔월

끝자락부터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고 만난 책 중 가을에

읽으면 좋겠다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살롱 드 경성 (김인혜 지음, 해냄 펴냄)"이라는 책인데 제목과 표지가

주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상당해 당장 펼쳐들 수 밖에 없었다.

삼십대가 시작되면서 나는 종종 그림을 보러 외출을 하곤 했었다.

미술은 전공도 아니고 특별한 재능이 있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삼십대

시작부터 그림이 좋아져 전시 소식이 있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서곤

했는데 그때 만난 화가 중 박수근의 그림에서 멈칫하곤 했다.

책의 목차에서 화가 박수근과 소설가 박완서가 등장하는 것을 확인 하곤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누어 펼쳐지는 이야기로 우리가 알고 있던 작가나

화가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이 등장해 더 흥미진진했다.

시대와 배경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눈맞춤을 하는 동안 가을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 백석, 정지용 시인으로 넘어가는 이야기에는 한국 근대 미술을

끌고 온 화가들이 짝을 이루어 등장한다.

낯선 이름의 화가들이 그 시대와 배경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문인들의

모습 또는 그들의 작품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작품을 빛나게 했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채워준 소설가 박완서의 <나목>이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 관한 부분에서 문득 박수근의 그림이 보고 싶어져

서둘러 양구로 향했다.

책으로 우선 두 사람의 인연을 읽고 출발해 그런지 이번에는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그림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입구부터 아련하게 오래전 박수근의 그림을 처음 본 날이 떠올랐다.

책과 문학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며 <몽실 언니>를 만나고, 박수근의

그림 <기다림> 속 아이를 업은 소녀의 모습이 몽실이를 닮아 그림을

보는 내내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났다.

책을 들고 입장해 <나무 아래>를 관람하는 동안 처음 그림을 그리던

화가의 연습 노트와 박완서의 소설에 등장하는 PX에서 그림을 그리던

시대까지 천천히 그림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책을 읽기 전 선입견이 있었다.

그림에 대해 어렵게 서술한 책이 아닐까, 전문가만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우려와 달리 시인이나 작가 그리고 화가들의 일상을 쉽게 풀어

내어 그림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지게

된 배경을 잔잔하게 서술해 읽는 내내 더 많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강렬한 여름의 열기로 이성과 감성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팔월,

소진한 기력과 열정을 되살려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예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로 작용했던

그들의 열정, 때때로 냉정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던 순간순간을

보며 가을을 걸어낼 힘을 얻었다.

슬프지만 결코 암울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그들의 시간, 그 시간을

이어걸을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 오래 기억이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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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도그 - 2023 칼데콧 대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더그 살라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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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한 가운데로 들어온 칠월의 날들은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우리를

찾아오는 중이다.

에어컨을 켜고 집 안에서 지내는 일상이 가장 안전하다 생각하는 내게

바다 바람을 몰고 온 귀엽고 발랄한 그림책이 있어 그림책 수다 시작.

2023 카데콧 대상과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한 그림책 제목이

"핫 도그 (더그 살라티 글, 그림/보물창고 펴냄)"라고 해서 우리가

간식으로 먹는 '핫도그'라고 생각한 나는 책을 만나 표지를 보고는

혼자 한참을 웃었다.

주황색 털이 붉게 빛나도록 날리는 닥스훈트, 그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산책으로 교감을 한다. 종종 운동길에서

마주치는 그 모습들이 난 참 부러웠는데 그림책 속 개와 주인 할머니도

그런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더운 날 할머니와 개는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이미 시작부터 개는 더위에 지쳐 걷기를 힘들어하고 할머니는 그런

개를 달래고 끌고 걸으며 도심 속을 누빈다.

그러다 할머니는 택시를 불러 세우고, 개와 함께 낯선 곳으로 향한다.

개는 낯선 길을 지나 낯선 냄새가 나는 곳에 도착해 바다를 마음껏 즐긴다.

할머니와 개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표정이 그저 행복하다.

한참을 바다에서 놀고 난 후 다시 사람들 속에 섞여 집으로 향한다.

떠날 때와 달리 밤이 다가 온 도시는 어둡고 시원한 공기가 있어 출발할

때보다 신나는 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밤.

개는 바다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꾼다.

매 순간 숨이 차오르도록 걸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일상에서 벗어날

틈이 주지 않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는 삶이 얼마나 여유롭고

행복한지 알려주는 그림책 덕분에 할머니와 개처럼 나도 집 밖에서

즐거움을 찾아볼까? 라는 일탈을 꿈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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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찍지 마 미래의 고전 65
장수민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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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날들은 종일 뉴스를 보며 빗소리에 집중을 하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여오는 가슴을 짓누르며 괜찮은

날들이 오기를 모두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언가 감정의 환기가 필요했다.

남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내가 아닌 사람들의 일상을 보통의

날들을 엿보며 위로받고 싶었다.

그렇게 만난 동화집

"내 얼굴 찍지 마 (장수민 지음, 푸른책들 펴냄)"는 아이들의

일상이 주는 색다른 가슴이 몽글해지는 이야기 일곱 편이 담겨

있었다.

그냥 말할까 - 미술 공부를 하고 싶은 민영이는 엄마는 돈타령과 잔소리에

미술학원을 포기하지만 효원이를 기다리다 효원이네 샌드위치 가게에

면접을 보러 온 엄마를 보게 된다.

혹여 엄마가 효원이네 샌드위치 가게 연락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걱정하지만 엄마는 민영이 덕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며

좋아한다.

거북 아빠 - 사법고시 준비로 항상 바쁜 도윤이 아빠는 도윤이의

생일날 도윤이를 의외에 장소에서 만나고 그 동안 도윤이와

서먹했던 관계 회복을 위해 용기를 내어 엄마와 조금 다른 일상에

대한 상의를 해보기로 한다.

아빠는 주말마다 도윤이와 캐치볼을 할 수 있을까?

집으로 가는 길 - 선형이는 왕따로 인해 시골로 전학을 온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선형이는 왕따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런데 그건 선형이의 오해였다. 여기서 선형이는 친구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될 예정이다.

안녕, 첼로 - 시현이는 마지막 첼로 연주 날을 맞이했다. 시현이의

의견과 상관없이 엄마가 정한 첼로와 이별하는 날, 연주회에 온

편의점 형의 응원으로 시현이는 본인이 첼로를 얼마나

좋아하고 즐기는지 알게 된다.

내 얼굴 찍지 마 - 서윤이의 엄마는 SNS를 즐긴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소식들을 타인에게 듣게 되기도 하는데 서윤이는 이런 상황이

싫다.

나윤, 채윤과 함께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한 날, 동네 사람들이

이 소식을 먼저 알고 있어 마음이 좋지 않은 서윤에게 파자마

파티를 촬영해 동영상 채널에 올리자는 채윤의 이야기에

혹여 친구들의 마음이 상할까 걱정하며 서윤이는 싫다고 한다.

오해가 생길 상황에서 나윤은 서윤의 의견을 존중해준다.

나만 몰랐던 것 - 서현이는 방과 후 논술 수업을 함께하는

민성이에게 짝사랑을 고백할 생각이다. 그런데 그런 서현이를

응원해주던 아영이와 민성이가 커플이 되자 서현이는

갑자기 멍해진다.

서진이와 비를 맞으며 들어선 편의점, 남매는 비오는 월요일이

너무 싫다.

노란 별빛과 마주치다 - 갑작스런 이사로 이전 집과 새 집 입주

날에 엉켜 가족이 각자 머물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찬형이네는 할머니가 일하는 집에 피아니스트 정선생님의 초대로

음악회에 오게 된다. 그곳에서 예지를 만나게 되고 예지의 다이어리

표지와 정선생님의 방에서 본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서

묘한 감정을 느낀다.

찬형이의 특별한 경험.... 그림 속 노란 별빛처럼 찬형이도 빛을

내겠지?

아직 빛나지 않은 수많은 별들을 지닌 아이들의 일상을 엿보는 동안

잠시 고민과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 아이들의 일상이 주는 즐거움에 감정의 환기와

더불어 그 아이들의 내일을 응원해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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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여름 낙서 에디션)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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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나는 매순간이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에서 발을 내딛는 기분이다.

내 몫의 걸음을 걸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추락시키기에 충분한 이유였고, 9년 연속 가족들의

병간호를 하다보니 그저 나는 간병인의 삶을 살아내려 여지껏 버텨냈

구나라는 허탈감에 허덕이게 되었다.

나란 존재는 그저 누군가를 일으키기 위해 나 자신을 갈아넣는 재료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커지며 우울감이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문득.... 왜 그 누구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나를 위해 무엇을 해달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지금 이 우울감은 나 때문인가?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하던 어느 날,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에세이

한 권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씨씨코 글, 그림 / 다산북스 펴냄)"를

만난 날, 섬뜩한 제목과 달리 표지가 너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났다.

버릇처럼 목차를 읽어내리는데, 일상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소제목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위로는 내가 남에게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위로는 내가 나에게도 해줄 수 있다.

.

.

내가 어려울 때 내가 나를 위로해 주어야 하는 것 같다."

- p.134 난 나한테 위로받았다

읽어내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터진 문장.... 나는 타인을 위로하는

일에는 익숙하나 나를 위한 위로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왜인지 몰라도 그러면 안되는 줄 알았다.

지난 시월부터 나와 그는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는 9년 차 암환자이고, 나는 9년 차 간병인 겸 보호자로 살아내고

있는데, 때때로 돌발행동을 하는 암이라는 녀석때문에 나는 소리죽여

는 날들이 늘었었다.

사람들은 내게 울지말라고, 힘을 내라고 얘기하지만 그게 내 뜻대로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울고 있는데 울지 말라고 위로하지 않고

힘든데 힘내라고 위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면 좀 울어도 된다고 하고

힘들면 좀 힘들어해도 된다고 하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괜찮아질 때쯤 괜찮아지겠지."

- p.160-161 울지 말라고 하지마

이 페이지를 읽는 동안 무뚝뚝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실컷 울고, 힘들다 말하고 내가 다시 걸을 수 있을 때 걸으면 된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정말 나를 위한 위로라고 생각되는 페이지를 만났다.

"만약 너무나 처참한 날이 온다면,

모든 게 망해버려서 끝내고 싶다면,

그냥 그때 가서 난 미련 없이 스스로 끝내버리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

지금이 처참하다면 이 처참함을 견뎌낸다.

견뎌내고 이 터널 끝에 다다랐을 때 빛이 안 보인다면

그때 가서 끝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터널을 저벅저벅 걸어간다.

이 터널에 끝이 없어도

그렇게 죽을 각오로 저벅저벅 걸어가다 보면

삶은 나를 그렇게 쉽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서

꼭 빛이 보인다."

- p.279-280 이 터널을 걷다보면

빛이 보인다는 말, 아직 빛나지 못한 나의 별이 빛을 낼 시간을

기다리라는 말같아 하찮은 내 인생이 아직은 끝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 같아 괜히 위로가 되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나고, 새벽이 빨리 온다는 말처럼 지금 갇힌

어둠의 터널을 걸어 빛의 편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담담하게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사는 동안 위로가 필요한 날마다 꺼내 읽어볼 것만

같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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