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여름 낙서 에디션)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깊은 밤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나는 매순간이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에서 발을 내딛는 기분이다.

내 몫의 걸음을 걸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누군가의 보호자로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추락시키기에 충분한 이유였고, 9년 연속 가족들의

병간호를 하다보니 그저 나는 간병인의 삶을 살아내려 여지껏 버텨냈

구나라는 허탈감에 허덕이게 되었다.

나란 존재는 그저 누군가를 일으키기 위해 나 자신을 갈아넣는 재료

같았다.

그런 생각들이 커지며 우울감이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었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문득.... 왜 그 누구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나를 위해 무엇을 해달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지금 이 우울감은 나 때문인가?

생각의 갈피를 잡지 못하던 어느 날, 이런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에세이

한 권이 나를 찾아왔다.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씨씨코 글, 그림 / 다산북스 펴냄)"를

만난 날, 섬뜩한 제목과 달리 표지가 너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났다.

버릇처럼 목차를 읽어내리는데, 일상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소제목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위로는 내가 남에게만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위로는 내가 나에게도 해줄 수 있다.

.

.

내가 어려울 때 내가 나를 위로해 주어야 하는 것 같다."

- p.134 난 나한테 위로받았다

읽어내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터진 문장.... 나는 타인을 위로하는

일에는 익숙하나 나를 위한 위로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왜인지 몰라도 그러면 안되는 줄 알았다.

지난 시월부터 나와 그는 터널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는 9년 차 암환자이고, 나는 9년 차 간병인 겸 보호자로 살아내고

있는데, 때때로 돌발행동을 하는 암이라는 녀석때문에 나는 소리죽여

는 날들이 늘었었다.

사람들은 내게 울지말라고, 힘을 내라고 얘기하지만 그게 내 뜻대로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울고 있는데 울지 말라고 위로하지 않고

힘든데 힘내라고 위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면 좀 울어도 된다고 하고

힘들면 좀 힘들어해도 된다고 하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괜찮아질 때쯤 괜찮아지겠지."

- p.160-161 울지 말라고 하지마

이 페이지를 읽는 동안 무뚝뚝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실컷 울고, 힘들다 말하고 내가 다시 걸을 수 있을 때 걸으면 된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정말 나를 위한 위로라고 생각되는 페이지를 만났다.

"만약 너무나 처참한 날이 온다면,

모든 게 망해버려서 끝내고 싶다면,

그냥 그때 가서 난 미련 없이 스스로 끝내버리겠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

지금이 처참하다면 이 처참함을 견뎌낸다.

견뎌내고 이 터널 끝에 다다랐을 때 빛이 안 보인다면

그때 가서 끝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터널을 저벅저벅 걸어간다.

이 터널에 끝이 없어도

그렇게 죽을 각오로 저벅저벅 걸어가다 보면

삶은 나를 그렇게 쉽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서

꼭 빛이 보인다."

- p.279-280 이 터널을 걷다보면

빛이 보인다는 말, 아직 빛나지 못한 나의 별이 빛을 낼 시간을

기다리라는 말같아 하찮은 내 인생이 아직은 끝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 같아 괜히 위로가 되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 빛나고, 새벽이 빨리 온다는 말처럼 지금 갇힌

어둠의 터널을 걸어 빛의 편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담담하게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사는 동안 위로가 필요한 날마다 꺼내 읽어볼 것만

같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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