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만하고, 죽지... 이제 그만하지.'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보면서 난 정말 처음으로 주인공이 죽어버리기를 원했다. 너무도 처절하게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가 너무도 안타까워서 이제 그만 죽어버리라고... 산다는 것이 어쩜 죽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데도 그는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그가 실존 인물인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임을 알았다. '살아서 다행이라고... 살아서 다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새해를 맞으면서 처음 만난 책이다. 솔직히 별 기대 없이 뽑아 든 책이었는데...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책을 넘기면서 맘에 드는 곳에 밑줄을 긋다보니 책이 온통 밑줄로 그득하였다. 참, 소중한 이야기를 쉽게 전하고 있구나 여겼다. 살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왜 하필이면 나냐고... 왜 이렇게 나만 힘들게 하느냐고...' 그랬다. 난 왜 나만 힘들어야 하는가를 물었지, 왜 난 힘들면 안 된다는 것인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 모든 불행이 날 비켜가라는 법은 없었는데, 당시 난 내가 겪는 아픔이 너무 커서 가슴을 치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면서 더 힘들고 고통스럽게 오히려 그 상황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었다. 그 때의 난 날 사랑하지도, 날 용서하지도 못했다.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물론 적당히 작위적인 부분도 엿보이고, 성공의 잣대가 물리적인 부에 치우친 폰더 씨의 미래상은 조금은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석의 몫까지 작가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 적어도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고 더불어 또 다른 한 해를 살아야하는 나에겐 적지 않은 반성과 감동을 남겨 주었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스필만이 보여주던 삶의 모습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고, 비겁하게 삶을 포기하지 않은 용기였고, 그것이 바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 삶의 흔적임을 더불어 알게 해 주었다.

좋은 향을 싼 종이는 그 종이에서도 향내가 난다고 한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의 향이 느껴진다고... 이젠 나에게도 조금은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냄새가 나기를 원한다. 올 해 우선은 날 사랑하는 법을 익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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