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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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장갑 줘요.' 겨울이 되면서 유독 장갑을 많이 챙기던 나의 아들이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장갑을 찾았다. '왜, 장갑은... 갑자기', '장갑 끼고 저기 가서 집 만들어 줄거야. 택규가 집 새로 만들어 줄거야.' 내 아들이 가리킨 곳은 거대한 모래 무덤으로 변해버린 지진이 스치고 간 이란이었다. '엄마, 저기도 태풍 왔어. 매미가 왔어?' 올 여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할머니 집 나무가 모두 넘어지는 것을 보고 아들은 무너진 곳, 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매미를 거들먹거렸다. 나쁘다고... 할머니 집 나무 부셔버린 매미가 나쁘다고...

아들을 통해 전해진 삶의 따스함에 기분이 참 좋았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말로 너무도 귀한 진리를 나에게 전해준 내 아들... <연금술사>를 읽어가면서 동화같이 아름답게라는 표현 대신에 조금은 생소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원하는 보물, 그 꿈을 향해서 도전하고 전진하면 이뤄진다는 참으로 쉬운 진리가 세상과 더불어 서른 해를 살다보니 꼭 그렇지 만은 않던데라고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언제부터 귀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책을 만나면 우선은 뒤로 주춤하곤 했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울음을 터뜨리게 될 장소가 바로 보물이 있는 곳이라고... 어렴풋이 기다림의 진리가 느껴졌다. 바다의 소리를 담고 사막 한 가운데서 살아있는 소라 껍질이 다시 그 사막이 바다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그런 조금은 무모한 기다림이 아무 의미 없던 삶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이 아닌가...

2003년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매일 반복되는 날이지만 유독 이런 날만 우린 의미를 부여하여 소중하게 여긴다. 매일이 같은 날인데... 잊고 산다. 가끔 뜻하지 않는 곳에서 전해지는 삶의 기분 좋은 메시지가 그래서 더 그립다. 장갑을 사달라는 나의 아들이 보여준 순수한 마음같이... 눈이 내리면 아들과 더불어 눈으로 예쁜 집을 하나 만들어야 되겠다. 지진에도 태풍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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