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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너무 사랑했어. 그 사람 없으면 난 못 살 것 같아.'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야.' 그때 그 친구에게 집착이란 말 대신에 열정이라고 말해 줄 것을... 냉정을 잃어버린 열정이라고... 한참을 힘들어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친구를 보면서, 몇 해 전 나의 모습을 읽어가고 있었다. 눈부처... 그 사람의 눈에 비친 눈부처(상대의 눈동자에 어린 나의 모습)가 항상 나이길 바라면서 살 때가 있었는데... 그것도 냉정을 잃은 열정이었을까... 아님 집착이었을까.
서른의 마지막 겨울... 우연히 첫사랑을 만났고, 그의 곁에 서있는 예쁜 딸을 보면서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것을 알았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면서, 곱게 접어둔 옛날 편지를 꺼내듯 조각난 추억을 맞추어 갔다. 가슴 한켠이 조금 아리다. 많이 사랑 받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 부딪치면서 하나로 성장해 가고... 사소한 오해가 긴 세월의 이별을 남기고... 그리고 그렇게 조용하게 다시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난다. 미래를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지는 과거와 추억의 도시. 그들이 열심히 사랑한 도시가 도쿄라면 그들을 추억으로 붙들어매는 것은 이탈리아의 피렌체가 아닐까... 아오이, 쥰세이의 사랑보다, 메미와 마빈의 모습이 더 오래 남는다. 그들은 또다시 사랑의 추억을 부여잡고 몇 년을 더 버티어내야 하니까... 소심하고 답답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따뜻해 보이는 사랑이다. 많이 사랑하니까... 더 사랑하며 세상을 살아가겠지... 막연한 희망을 가져본다.
우연히도 지금 내 나이가 서른이다. 가끔 서른에 맞이하는 이 겨울이 어색하고 그래서 더 의미 깊고 소중하다. 두 아이의 엄마에서 서른에 접어든 여자로 잠시 날 돌이켜본다. 이젠 열정보다는 냉정에 가까운 삶의 연속이다. 그래도 여전히 소중한 나의 삶... 아오이와 쥰세이의 행복한 사랑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