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 곁에 끝까지 남아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자기 생의 끝자락을 지켜주던 아내에게 남편이 건넨 마지막 한마디로 이 영화는 진정한 사랑의 승리자를 매듭지었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결코 떠나지 못하던 그녀의 긴 삶도 곱게 마무리되었다. <열정>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영화였다. 참 바보같이 속고 지낸다고 여겼는데...

인간이 지닌 감정은 그래 열정이라 칭하자. 그 열정은 어쩜 이름 붙이기 어려운 욕심이 아닐까. 세상의 중심이 자신을 향하여 돌아가기를 그래서 세상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욕심들이 열정, 분노, 욕구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책장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했다. 모두다 안타깝구나. 참 서럽게 살아버린 인생이라 억울하기도 하겠구나. 크게 용서하고 받아들인 자가 지닌 여유를 그들 모두에게는 허락되지 못했으니 형벌 아닌 형벌로 평생을 견디어야 하겠구나.

단순한 이야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사랑한 두 사람 아내와 친구가 자신을 배신하고 몰래 사랑을 한다. 그냥 자신을 죽이고 도망을 갔더라면... 이라고 여길 정도로 헨릭은 그 두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고, 그것이 더 고통스럽고 한스럽게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한 줌의 검은 비단 같은 재로 변한 그들의 41년의 삶. 열정이었다 말하기엔 뭔가 부족하지 않을까...

씁쓸하다. 너무 새콤해서 오히려 쓴맛이 나는 사탕 같다. 맛있을 것 같아서 껍질을 벗기고, 첫 맛이 묘해서 계속 먹었는데, 다 먹고 나도 여전히 씁쓸한... '산도르 마라이' 참 솔직하면서도 조금은 잔인하고 여겨진다. 너무 들추어내면 아프기 마련인데... 인간이 지닌 본성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은 아닌지.

눈이 많이 올 듯한 날씨다. 이 날씨와 참 잘 어울리는 소설 같다. 그리고 벌써 서른의 삶을 살아온 나를 돌아본다. 너무 들추어내면 아프기 마련인데... 조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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