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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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왜 또 지각이니. 선생님이 한 번만 더 지각하면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지' 아마 이제 겨우 교사로 걸음마를 하는 나에게 있어 내 말을 거역하고 몇 번이나 지각을 하는 그 아이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나 보았다. 매를 들고 때렸는데 꿈쩍도 하지 않고 맞고 있었다. 아프다는 말도, 잘못했다는 말도 없었다. 2학기 접어들면서 변한 그 아이의 행동에 예민해져 있었고, 여름방학동안 느슨해진 아이들에게 경고의 차원에서도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 생애의 아이들, 별 기대 없이 선택한 책이었다. 사실 사전에 전혀 어떤 내용인지 조차 모르고 그냥 매달 몇 권의 책을 신청해서 읽는 버릇으로 책을 선정했는데, 참 오래도록 길게 길게 되새김질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 그 하나 하나가 모두 나의 아이들이었다. 교사가 되면서 나도 내아이들 이라고 나의 제자들을 칭하며 지냈다. 친구 같은 선생님이 목표였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는데 선생님이 지녀야하는 귄위와 친구 같아야한다는 편함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고 갈등했다. 너무도 가난해서 선물을 준비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 서툴고 어색하지만 열심히 글쓰기에 도전하는 아이, 극한 가난 속에서도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줄수 있는 아이, 집안의 모든 살림을 맡아서 하는 아이, 그리고 선생님을 사랑하는 아이...

나에게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매번 지각해서 혼을 냈는데, 알고 보니 새벽에 막노동 나가시는 아버지의 아침밥을 차려주고 잠시 잠이 들어 지각했다고... 안 잘려고 노력해도 자꾸 잠이 와서 그랬다며 울면서 매달리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지금도 쟁쟁하다. 엄마 없는 아이라도 놀릴까봐 거짓말을 했던 아이에게 난 근 8개월을 속고 있었다. 나 자신에게 너무도 화가 나서 들고있던 매를 던지고 엉엉 울었다. 둘이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같이 우는 것이 가장 나쁜 상담이라지만 지금도 난 잘 운다.) 그 뒤로는 난 그 아이의 모든 비밀을 알았다. 남자친구와의 100일 날짜까지...

지금은 두 아이 엄마가 되었다. 둘째 출산 탓에 잠시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라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학교가 무너진다고 교사를 믿을 수 없다는 오늘에도 참으로 많은 선생님들은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나 또한 그렇게 노력한 많은 선생님들 덕분에 이렇게 컸고, 아마 나의 아이들도 날 그렇게 기억해 줄거라 믿으며 노력하고 있다. 논밭의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학교의 아이들은 교사의 관심으로 자란다는 어느 교육자의 말이 문득 생각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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