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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병장수 밥상의 비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년의 기록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 비타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KBS 건강 프로그램인 <생로병사의 비밀>을 책으로 편집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10년 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이라고는 하나 워낙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선 정확한 기억이 없다. 방송국마다 건강 프로그램 한 두개쯤은 다루고 현실에서 분명 지나치듯 보긴 보았을 텐데. 아무튼 방송과는 무관하게 이 책을 읽었다.
건강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텃밭을 가꾸고 내가 기른 채소로 밥상을 차리는 일에는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그 또한 내 몸 좋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씨앗에서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고 잎이 나는 그 경이로움에 도취되어 밭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2년 정도 농사를 지어보니 건강이란 자연과 함께 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자연이 제철에 제공해주는 초록 식물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결이 아닐까.
이 책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길순씨의 아이들은 아토피 증세에 시달렸는데 텃밭을 가꾸고 난 이후로 증세가 좋아졌다고 한다. 가공식품을 완전히 끊고 텃밭에서 자란 제철 채소로 채식을 시작한 것 뿐이라는데 질병이 사라진 것이다.
그녀의 이 인터뷰가 내 마음을 대변한다.
"전에는 채소 하나하나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하는 걸 전혀 못 느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게 나와 아이들의 건강에 직결된다는 것, 먹을 것 하나가 나의 생명에 바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되더군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의 모든 질병은 자연에서 멀어진 삶을 사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백과사전처럼 옆에 두고 애용하면 좋을 듯 싶다. 나는 농부의 관점에서 고구마, 시금치와 브로콜리, 콩, 양파, 매실, 양배추 등을 다룬 항목을 관심있게 보았다. 앞서 언급한 작물들은 내가 길러본 것들이고 또 나름대로 효능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전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양파에는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과 다른 지질 성분의 합성을 막는 몇 가지의 흥미로운 성분'이 있는데, 그 성분을 퀘르세틴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퀘르세틴이 양파 껍질에 많다고 한다. 양파를 깔 때 보통 몇겹은 벗겨내는데 앞으로는 그래선 안 되겠다.
콩이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갱년기 여성에게 부족한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콩에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굴을 다룬 부분에서도 좋은 정보를 얻었다. 굴에는 아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중년들의 탈모 예방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주변에 탈모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
감귤, 포도, 배, 견과류, 허브, 인삼, 고등어, 베리류, 파프리카 등의 항목도 관심있게 읽었다.
참고로 파프리카에 관해 흥미있는 두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이 채소를 신봉하는 주부의 이야기다. 이 분 역시 아이들이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는데 비타민C가 풍부한 파프리카를 이용해 샌드위치, 피자 등의 간식을 만들어 먹였다고 한다. 그랬더니 아토피가 호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 식생활편 - 대한민국 명의들의 식단과 건강법> 편에서는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유병철교수는 저녁식사 때마다 과일과 채소를 꼭 챙겨먹는데, 수입 채소는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점을 볼 때 건강에 대한 관점에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른데, 연구결과만 들이대며 이건 꼭 먹어야 한다, 저건 절대 먹지마라 하는 식으로 일반화해선 안 될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노화를 예방하는 기호식품 편에서 <커피, 당뇨병을 막는다>는 꼭지 부분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즐기는 나로선 인스턴트 커피에도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 관심을 갖고 읽었다. 그런데 원두커피에 한해서만 이야기를 진행할 뿐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원두보다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아울러 매실 편에서는 평소 매실 요리법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던 터라 그 점을 기대했는데, 아무런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