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 행복을 일구는
조우상 지음 / 치우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아주 즐거운 독서였어요..
저자의 고민과 희망이 저의 고민과 저의 희망이었기 때문인듯 해요..
저자는 프랑스의 농부 철학자 피에르를 소개하고 있어요.. 피에르는 "발전이라는 이름의 패러다임에 먹힌 이 시대를 치유하는 방법으로서 농업"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 역시 어림풋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무척 공감이 갔어요..
농약과 화학비료를 이용해 단일작물을 대규모로 키우는 오늘날의 관행농.
귀농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준비하면서 이런 관행농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지요..
저로선 '발전이라는 이름의 패러다임에 먹힌 이 시대'를 벗어나고 싶어 귀농을 희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관행농을 하고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소박하게 자급자족하는 생활.. 이것이 제 삶의 목표가 되었어요..
저자가 소개하는 태평농이니,, 자연농이니,, 하는 농법들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저는 단순하게 이런 농사를 희망해요.. 농약과 화학비료를 거부하고,, 퇴비는 내가 만들어서 사용하며 자연의 절기를 거스르지않는 농사..
그런데 태평농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 농법에선 거름이나 퇴비도 거부하고 있어요.. 정말 놀라워요.. 이건 믿음이 없으면 시도하지 못할 농법입니다.. 자연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저 역시 씨앗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었는데,, 저자가 들려주는 F1종자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었어요..
참고로 F1종자는 '우수한 형질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다른 두 작물의 교잡을 통해 만들어진 종자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종자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F1종자의 성질이 F2로 전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과, F1종자는 화학비료와 농약 없이는 병충해를 견딜 수 없을 만큼 허약하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처럼 모든 악순한의 중심에 F1 종자가 있었어요.
농부는 매년 F1 종자를 구입하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세트로 구매해야 하지요. '그렇게 약 주고 화학비료 주며 힘들게 농사지어도' 가을에는 씨앗을 받지 못합니다.. 흙도 힘을 잃었어요.. 그러니 다음해 봄에 이 농부는 다시 F1종자와 농약과 화학비료를 세트로 사야합니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욕망하는 식물>이란 책에 이 문제에 관해 심도깊은 설명이 이어
져요..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기 바래요..
책 이야기를 했지만,, 이 책의 고마운 점은 더 읽어보면 좋을 책들의 목록을 덧붙이고 있다는 겁니다..
읽어보고싶은 책의 목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설레였어요..
그 외에도 잡초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각이 인상깊었어요..
환경농업에서는 잡초를 자생초라 부르며 이 풀들을 죽이려 약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관행농에서는 '잡초를 잡아야 농사가 산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이 사이에서 이런 통찰을 얻습니다..
"누구는 잡초라 하고, 누구는 자생초라고 하는구나."
그렇습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다른 길이 보입니다..
평생을 관행농으로 살아온 이웃 농부들 앞에서 '커밍아웃'을 한 저자의 심경이 이해됩니다.. 그가 줄곧 '열린마음으로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소망'하다고 언급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됩니다.. 저 역시 주위(가족)로부터 이런 시선을 받고 있기에요..
그런데 저는 가족도 이해를 못 시키고,, 그때문에 마음속으로 원망을 달고 사는데,, 이 분은 동네 어르신들이 환경 운운하는 자신의 언행에 상처가 될까봐 조심스러워하고 있어요. 그 마음이 무척 넓고 따뜻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어요..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즐거운 독서였다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젊은 농부들과 귀농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