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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가족의 성장일기
심재철 지음 / 문예당 / 2011년 12월
평점 :
육아일기, 옥중일기, 병상일기를 이어서 쓸 수 있는 인생이란 흔치 않을 겁니다.. 게다가 수배를 피해다니느라 학창시절엔 일기를 쓰고싶어도 쓸 수 없는 형편이었다는데 이 점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평범한 인생은 아닌 것 같네요..
저자는 스스로 '나는 왜 운동권이 되었는가?' 하고 자문해 봅니다..
그의 대답은 '그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단 하나의 길'이었고, 그가 그 길을 '회의도 없이' '달려온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운명을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모두 저자처럼 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의 인생이 특별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정치가 심재철 씨의 일기를 묶은 겁니다.. 책을 받고 좀 놀랐는데 별다른 편집을 거치지 않고 말 그대로 일기(와 편지와 사진)를 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비출판'한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나는 듯 했어요.. 가족과 친지와 지인들끼리 보관할 목적으로 출판하는 그런 성질의 책들이요..
일기의 성격을 살리면서 좀더 세련된 편집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어요..
저자는 mbc 파업을 주동해 옥살이를 하게 되는데,, 이때 매일 같이 아내와 편지를 교환합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그가 옥살이를 성찰의 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돌담벼락 밑에 있는 화단에서 국화꽃을 꺾어다 우유팩에 물을 담아' 두는 부분도 감동적입니다.. 자연과 차단된 독방 안에서 그렇게 꺽어온 꽃을 '낮에는 화장실 바깥 벽 창틀에 올려놓고 볕을 쬐어 주고 밤에는 방 안에 들여다 놓'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러면서 매일매일을 '어떤 즐거움을 키워 함지박만한 웃음을 머금을지 생각해'보며 지냅니다..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보려는 저자의 심성에 박수를 보내게 돼요,,
병상일기에서도 이런 면이 엿보입니다..
죽다 살아난 처지에선 누구라도 삶을 긍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묽은 뜨물 같은 미음을 먹기 시작한 어느 날의 감동을 기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어요.. 죽음 가까이 다가갔다 돌아온 다음에야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기적임을 알게 되는 이 역설..
그의 병상일기를 읽다보면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육아일기에는 딸에 대한 사랑이 잘 나타나있어요.. 자잘한 행복,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요.. 오늘날의 부모들은 모두 바빠서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의 연속이지요.. 그렇게 아이는 자라고 그러다 대화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것이 오늘날 우리 가족의 자화상이잖아요.. 많은 아빠들이 이 책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