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엄마가 되다 - 개성 강한 닭들의 좌충우돌 생태 다큐멘터리
김혜형 지음, 김소희 그림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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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모네 농장에도 닭을 길러 달걀을 자급자족한다. 그 닭들을 늘 지켜본 나로선 이 책에서 벌어지는 닭들의 일상사가 낯설지 않다. 달들도 사람처럼 성격이 제각각이라는 걸 닭을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고 이 책에는 씌어있다. 그 말은 사실이다. 닭을 '달걀 낳는 기계' '닭고기'로만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절대 알아볼 수 없는 닭들만의 개성.

 

이 책에 등장하는 닭들을 예로 들어 그 개성을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암탉 꽃순이는 매사에 야무지고 엄마 노릇도 아주 잘한다. 알을 품는 동안엔  둥우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모이를 줘도 둥우리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반면 얼룩이는 평소에도 노는 거 좋아하고 먹을 거 좋아하더니, 알을 품을 때도 그 기질이 그대로 이어진다. 주인이 모이 줄 기미만 보여도 알 품다 말고 둥우리에서 뛰어내려온다. 이렇게 되면 달걀에 온도가 떨어져 부화가 잘 되지 않는다.

 

고모네 농장에도 얼룩이와 비슷한 성격의 암탉이 있다. 알을 품다가도 돌아다닐 거 다 돌아다니는 못 말리는 엄마다. 행동이 굼뜬 녀석, 소심한 녀석, 느긋한 녀석, 정말 개성이 가지가지다. 사랑하게 되면 자세히 보인다. 닭 하나하나의 개성이 이처럼 확연히 드러나는데, 이 닭들을 어찌 달걀 낳는 기계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대규모 사육장의 산란용 닭들은 4개월이면 첫 알을 낳는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순둥이는 6개월째부터 알을 낳았다.) 사육장의 닭들은 알만 잘 낳도록 유전자를 조작한다고 한다. 항생제와 산란촉진제가 섞인 고단백 사료를 먹고 일년에 500개 가량의 달걀을 낳는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가 기르는 닭들이나 고모네 농장의 닭들은 일년에 200개-250개의 달걀을 낳는다. 거의 두배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약물이 닭들에게 투여될까.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육계(고기용 닭) 어떤가. '살이 잘 찌도록 종자 개량된 병아리에게 성장호르몬제와 단백질을 듬뿍 넣은 사료'를 먹여 일반 닭들보다 성장 속도를 2배는 빨리 키운다고 한다. 고기로 팔리는 닭들은 어른으로 성장해 보지도 못하고, 흙도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비좁은 철망 안에서 짧은 생을 마친다. 고작 태어나 한달만에!

 

이 책에 등장하는 녀석들은 태어나 한달이 지나도 여전히 엄마 품을 파고드는 조그만 병아리이다.

 

저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어린 병아리를 짧은 시간안에 무서운 고기덩어리로 바꿔놓는 그 이상한 약들이 사람에겐 해가 없을까?"

 

책을 읽는 내내 흐뭇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암탉들은 '한 생애를 닭답게 살면서 자기를 닮은 새 생명도 남기고' 행복하게 산다. 반면 세상의 수많은 닭들은 기계로 취급받으며 지옥같은 삶을 견디고 있다.

 

부화기에서 태어난 꼬꼬는 어릴 때 사람으로부터 부리를 잘리는 폭행을 당했다. 육계인 꽁지는 몸무게 때문에 다리를 전다. 이 두 닭이 저자의 닭장으로 와 새 삶을 사는 모습이 너무나 흐뭇하다. 

 

특히 꽁지는 이곳으로 와서 짝짓기도 하고 달걀도 낳고 알도 품었다. 엄마의 본능을 되찾은 꽁지에게 박수를 보낸다.

 

책 마지막에 이런 글이 씌어 있다.

 

"행복한 닭들이 낳은 행복한 달걀을 먹어주시길! 여러분이 어떤 달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 딸의 닭들이 어떤 환경에서 길러지느냐가 결정된답니다."

 

진정 옳은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 행복한 닭들이 낳은 행복한 달걀을 먹읍시다. 내 선택이 닭들의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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