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 - Sky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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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한 편의 아우라를 뿜은 SF 판타지 외계 전쟁영화가 중심에 서 있다. 보통의 호불호를 넘어선 어떤 극단으로 달려가는 느낌인데, 한쪽에서는 무언가 독특하면서도 센스가 넘치는 색다른 SF 호러로 볼만하다부터, 재밌긴 개뿔 지루하고 무언가 독립영화적 냄새도 나는 게 이상하다, 마지막 반전은 뭥미?!, 이거 시리즈로 또 나온다니 이건 전초전이다, 한 편의 SF 쓰레기를 봤다 등 반응들이 아주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 좋게 보는 이는 10명 중 2명 남짓이고, 8명은 안 좋게 보는 쪽이다. 그리고 강호는 그 8명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강렬한 파란 섬광처럼 선명한 디지털로 관람한 강호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기존의 SF 외계물과 다르게 유니크한 <스카이라인>

물론 제목에 괴작이라니, 졸작이라니, 결국에 색다른 망작이라니 하면서 제목을 좀 과하게 썼지만 소위 그렇게 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뭐랄까.. 영화 자제가 분명 기존의 SF 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 있다. 주류로 보이는 느낌이면서도 결코 주류같지 않은 모습에 무언가 색다르게 그릴려는 노력에 마지막 얼척없는 반전으로 아주 귀여운? 센스까지 보인 이 영화 <스카이라인>, 그래서 마냥 까고 싶어도 까기가 묘한 이중성을 갖고 있는 SF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지극히 강호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렇다면 이런 느낌이 왜 왔는지 간단히 4가지로 요약해 정리를 해 본다. 그전에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제로드(에릭 벌포)와 일레인(스코티 톰슨) 커플은 친구 ‘테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LA로 향한다. 미국 LA, 최고급 펜트하우스 ‘더 코브’. 새벽까지 계속된 파티 후 잠이 들게 된 제로드와 일레인 커플, 그리고 친구들은 블라인드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섬광에 눈을 뜨게 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섬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삼켜버린다. 외계의 거대 함선이 지구의 스카이라인을 장악하고, 외계생명체의 인간사냥으로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인류최대의 위기상황. 더 맹렬해지는 외계생명체의 공격 앞에 생존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인류의 미래는 이대로 처참하게 무너질 것인가? 숨을 수도 저항할 수도 없다! 그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이렇게 내용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그려진 SF 외계 전쟁을 다룬 영화들처럼 어디서 불현듯 나타난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장악하고 그 생명체의 거대한 함선은 항상 높은 하늘 상공에 떠있는 상태에서 지구인들을 공격하고 압박해 온다. 그러면서 우리의 한낱 미약한 존재인 주인공들은 그들과 맞서 싸워 외계인을 물리친다는 어디 초딩용 SF 판타지 소설에 나올법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기존의 이런 헐리웃 SF 외계 영화들이 표방하는 클리셰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구조와 플롯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때로는 신선함과 기이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그래서 강호가 몇 가지 위주로 정리를 해봤다. 이 영화의 이상한 매력?에 대해서 말이다.



1. 국내용 포스터 홍보 문구에 속지 말라! 저예산이다.

위처럼 저 포스터 문구에도 있지만 '<아바타> <2012> 제작진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홍보에 사람들은 한마디로 혹할 수밖에 없다. 먼저 강호도 봤지만 '아바타'와 '2012' 영화를 본 이들은 알다시피 이 영화의 기본 아우라를 안다. 이 두 영화는 소문대로 제작비가 기본 수백 억을 호가하며 쏟아부어 만든 초대형 SF 판타지와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아바타'는 천만이 넘게 본 최고의 영화가 되었고, '2012'도 수백만이 넘게 본 지구의 멸망을 다루었다. 그러니 이들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니 얼마나 기대가 되겠는가, 하지만 이 영화는 그들 제작진들의 역량의 문제가 아닌 바로 제작비에 있었다.

최소 수백 억은 고사하고 딱 백억 대의 천만 달러만 투자된 제작비가 문제인 것인지, 블록버스터라 부르기에 사실 거시기한 나름 저예산으로 만든 SF 영화라는 점이다. 그래서 초대형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먼 그냥 유명한 제작진이 참여하긴 했지만 돈이 정해진 한도 내에서 쓰다보니 영화의 그림들이 다소 퀼리티가 떨어지고 아쉬운 비주얼을 보여 임팩트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즉, 뚝심있게 밀어부친 비주얼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호텔방에서 벌인 사투 위주의 그림이 50% 차지할 정도로 그냥 넘겨버렸다는 점이다.



2. 위기에 처한 지구인, 그저 짱박히는 게 다다.

강호의 생각은 이렇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톰크루즈가 주연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2005년작 <우주전쟁>을 떠올렸다. 물론 그 영화는 유명한 배우와 감독이 연출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홍보돼 당시 수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은 영화였다. 강호도 그렇게 재밌게 본 영화인데, 이 영화는 유명한 배우나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마치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니 무슨 독립영화에서 낯선 인물을 보는 듯 하다. 더군다나 감독도 '제임스 카메론'이나 '데이빗 핀처' 등 헐리웃 명장들이 인정한 차세대 감독이라 말한 '브라더스 스트로즈'라는 분, 얼마나 천재감독인지 몰라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연출했다는 전단지 홍보가 무색하게 그 감독의 상상력은 몰라도 천재성까진 아니지 싶다.

아무튼 여기 주인공들은 LA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모여 질퍽한 파티를 하며 여유좋게 논다. 이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군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초반 외계인 침투가 있기 20전까지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다. 그리고 술에 취해 각자 잠들어 있는 사이 새벽에 큰 창 너머로 들어오는 눈이 부실 정도의 파란 섬광, 그 빛을 보는 순간 예전에 '브이' 시리즈처럼 얼굴을 포함해 온몸이 실핏줄이 돋듯 변해가며 그 파란 빛을 쏜 외계 생명체의 함선으로 쏙쏙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여기 주인공들은 그 큰 창에 블라인드를 쳐서 그들의 파란 빛 공격을 피하며 우선은 그렇게 외계의 공격을 피한 채 예의주시한다.

그러면서 망원경으로 밖에 상황을 보며,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소위 짱박히는 게 다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갑논을박이다. 그래도 초반에는 그 방에서 나와 밖으로 도망치지만 이미 외계 생명체 문어발과 괴수가 도시를 점령해버려 다시 방으로 들어오고, 옥상에 올라가 동정을 살피고, 다시 들어오고 그게 다다. 즉, 이들은 공격이 아닌 어떻게든 피할려는 거 밖에 없다. 그러기에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 '우주 전쟁'에서 톰크루가 보여준 외계의 공격으로부터 밖으로 나와 무수히 이동을 하며 위기일발의 동선을 보여준 것과 다르게 오로지 살기위해 방안에 있는 것 뿐이다. 그냥 방에 처박혀 망원경으로 그들을 살피고, 기회만 노리는 모습, 그래서 극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어찌보면 현실성이 있기도 하다. 아니 그 거대한 외계 함선과 이 보잘것 없는 인간이 어떻게 싸우겠는가, 이렇게 방에 처박혀 동정을 살피며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주인공 남자와 여자는 마지막에는 자기들끼리 도망치기로 하고 옥상에 올라와 헬기 구조대를 기다린다. 이마저도 공격을 받으며 희망이 무너진 상태, 임신한 여자를 외계 생명체가 공격하자 남자가 어디서 에네르기파를 발산하며 맨 주먹으로 공격해 넉다운 시킬 때는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장엄한 음악까지 깔리며 이 영화는 어찌보면 마지막 반전을 예고한 셈이다.



3. 지구인과 외계와의 싸움은 볼만한가? 기본은 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영화들에게 건지는 것은 어찌보면 내용보다는 바로 비주얼이다. 우리 인간들이 상상해온 저 지구 밖 우주에서 온 외계인들, 그들을 봤다는 지구의 사람들은 이상한 생명체와 UFO의 모습을 쏟아내며 지금껏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인간들은 그것을 이렇게 비주얼한 영화로 계속 표출하며 그 호기심에 방점을 찍었는데, 이제는 워낙 많이 보다 보니까 사실 이런 외계 생명체가 친근할 정도다. 아니 우주 밖에는 이런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여기서도 다른 류의 헐리웃 SF 외계 영화들처럼 그려냈다.

제작비가 많이 안 들어갔지만, 그래도 최신 미드 'V'에서 보듯이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함선이 상공을 지배하며 떠 있고, 거기서 나온 조금만 외계 생명체와 함선들은 마치 이 지구가 온전하게 태어나기 전, 고시대의 바다속 알 수 없는 물고기처럼 헤엄치며 하늘을 수 놓고 돌아다니는 장면은 나름 장관이며 백미다. 더군다나 빠질 수 없는 장면중 하나인 지구쪽 전투기가 출격해 그들 함선과 함선에서 쏟아져 나온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씬은 한 편의 게임을 보듯이 스피드하고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지구쪽 스텔기 전투기 한대가 거대한 함선 앞까지 가서 핵폰탄급 미사일을 한방 먹이면서 그 함선을 쓰러뜨릴 때 모습은 나름 볼만하다. '아.. 이렇게 지구인이 이긴 것인가' 하며 순간 착각이 들지만 영화 시간상을 보니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바로 터미네이터에서 그 기계인간이 액체가 물방울지여 다시 살아났듯이, 이 함선도 그렇게 조각을 모으며 다시 위용을 자랑하듯이 살아난다. 이제 지구인들은 큰일 났다. 제대로 이놈들을 화나게 만든 것이다. 과연 방속에서 짱박히는 게 지겨워 옥상으로 기어나온 우리의 주인공 남자와 여자, 과연 그들은 이 거대한 함선이 빨대로 쪽쪽 빨듯 사람을 집어삼키는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무슨 배짱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는다 말인가? 그저 빨려들어 가는 게 정석이고 답이다. 현실감 있게 말이다.



4. 함선 속에서 기이한 반전, 다음 2편을 기대하시라?!

결국에 두 주인공 남녀는 사실 둘이 죽을 운명을 알듯 부둥켜안고 딥키스를 나누며 보무도 당당하게 그 함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것을 보면서 '아.. 역시 인간은 한낱 힘없는 존재이구나'를 느끼면서 참 현실감이 드는 장면이구나 하는 순진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리고 나서 그 함선 속에는 그들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질퍽하게 뒤섞여 있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 둘 집게발처럼 잡아다 헤어를 자르고 호두알 까듯이 뇌 만을 쏙 빼집어 그들의 죽은 괴수 생명체에 투입시켜 부활케 한다. 즉, 자신의 종족 번영을 위해서 이렇게 지구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두 남녀는 또 다른 위험에 처하는데,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스포이기에 언급을 삼간다. 힌트만 준다면 여자는 임신을 했고, 남자는 헤어가 잘려 죽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이 영화는 마무리에서 꽤나 얼척없게 끝낸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함선 속에 빨려 들어올 때의 상황과 모습은 또 다른 에어리언 시리즈를 보는 듯 하게 만들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치 앞에서 벌어졌던 외계 전쟁과의 다른 느낌이긴 한데, 그런데 마무리를 너무나 급조한 것인지 몰라도 꽤나 괴작스럽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면서 여지를 남겼고, 실제로 이 영화는 현재 2편 제작을 기획중에 있다고 한다. 정말로 2편이 나온다는 것이다. 아무튼 마지막 반전 때문에 이 영화를 본 이들이 말이 많다. 정말 뭥미?부터 해서 나름 신선하다, 좀 아쉽다, 기이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등 말들도 무성하다.

그래서 강호는 이 영화를 총평한다면 제목에서도 언급했지만, 뭐랄까.. 유명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낸 제작진을 내세우며 홍보를 했지만, 그렇게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전혀 아니고, 주인공들도 낯설어 그들이 방에 처박혀 사투를 벌인 그림만 남고, 그나마 외계와의 전쟁씬은 기본은 했지만, 두 주인공 남녀가 마지막 함선으로 빨려 들어가 이후 벌어진 상황은 꽤 기이하면서도 신선함이 돋보이는 느낌으로 SF의 또 다른 신기원같은 영화라는 점이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본다면 꽤 괴작이면서도 졸작의 냄새가 나는 무언가 독특한 망작이 아닌가 싶다. 즉, 까고 싶어도 깐 것 같지 않은 이상한 SF 외계영화 <스카이라인>, 정말 이런 영화도 오랜만인 것 같다. 그래서 2편도 기대해 본다. 그것은 이런 류의 영화들 재미가 또 이런 게 있음을 무시 못 하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당하는 느낌이랄까..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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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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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한석규 김혜수 주연의 <이층의 악당>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이제는 이름 석자 만으로도 아우라를 뿜는 '김혜수' '한석규'가 주연을 맡으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이미 15년 전 <닥터 봉>이후 정말 오랜만에 둘이 호흡을 맞춘 영화, 아니 이보다 전작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최강희와 박용우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달콤하면서도 엉뚱함이 돋보이는 살벌한 로맨스를 그리며 나름 히트를 쳤던 '손재곤' 감독이 다시 연출해 4년 만에 내놓은 영화라 더욱더 이목을 집중시킨 <이층의 악당>이다. 전작이 그 어떤 20대의 달콤하면서도 알싸하면서 살벌한 연애담을 담은 것이라면, 이 영화는 40대 연애담 아니, 연애담이 아닌 포장하지 않은 어른들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함께 섹스라이프?까지 엿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층의 악당>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층'이라는 소재가 주듯 이 영화의 배경은 바로 '집'이다.

그렇다. 그 집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과 사고를 그린 영화인데, 바로 그 집안에 정체모를 한 남자가 세들어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바로 <이층의 악당>이다. 그래서 영화 자체의 배경이나 모든 씬들이 집을 위주로 펼쳐지며 이른바 '주거형' 코미디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하다. 그러면서 제목에서 나온 '악당'은 바로 세들어 살게 된 남자이고, 바로 집주인은 여자로 남편을 잃고 여중생 딸과 함께 사는 여자, 그런데 보통의 여자가 아니다. 상처를 입은 탓인지 다중적인 모습에 히스테리한 면도 많은 집주인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 집에는 뭔가 수상한 비밀이 있다!

연주(김혜수)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하고 일상에 지쳐있는 까칠한 여자로,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중생 딸 성아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 그녀는 비어있는 2층을 세놓기로 결정한다. 때 마침, 이 평범하지 않은 모녀의 주위를 돌며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창인(한석규). 자신을 작가라 밝힌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두 달간만 지내겠다며 2층 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 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창인은 모녀가 집을 비우면 1층으로 내려와 무언가를 찾는 듯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이를 지켜본 동네 주민들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내용을 보고 있으면 딱 감이 오는 영화다. 간단히 보면 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황극이라 할 수 있는데, 외부에서 보면 소위 분위기 있고 엔티크한 2층 양옥집에 한 남자가 세들어 오면서 이 집안은 나름 활기를 찾는다. 그 전까지는 집주인 연주는 남편을 잃고 가정 경제는 어려워져 엔티크풍의 골동품 가게 하나로 먹고 사는 형편, 그나마 중학생 딸 하나도 말을 듣질 않는다. 사춘기인지 매번 엄마랑 싸우는 게 다반사다. 이렇게 일상이 힘들고 무료하고 돈까지 궁해지자 이층 집을 내놓고, 한 남자 창인이 세들어 살게 된다. 자신을 소설 쓰는 작가라 뻥을 치고서 말이다. 사실 그는 작가가 아니다.

작가라 속이고 들어온 밀매꾼, 20억짜리 '찻잔'을 찾아라!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데, 그는 골동품 전문 밀매업자다. 그러면서 어떤 값나가는 자그마치 20억이나 되는 '찻잔'이 이 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에 이 집에 잠입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로 위장해 한두 달간 2층 집에 칩거하며 그 집에서 그 찻잔만 찾아 갖고 튀면 되는 거..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집주인 연주가 가게에 나간 사이, 또 여중생 딸이 학교에 간 사이 그 1층 집을 이 잡듯이 뒤쳐서 찾아야 하는데, 우선 여주인에게 접근해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는 연주를 말발로 보듬어주며 술을 거하게 한잔 해 가깝게 지낸다. 이른바 둘은 삐리리해서 섹스까지 나누며 급 친해진다. 물론 둘의 이미지 때문에 섹스씬은 안 나오지만 2~3번 언급된 씬들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접근한 창인은 그 사이 연주의 집 카드키를 빼내 복제하고, 그 다음부터는 두 여자가 집을 비운 사이 내려와 지하실에 쌓아둔 골동품 속에서 그 물건을 찾아보지만 찻잔은 보이질 않는다. 급기야 가게 물건을 가지러 온 연주가 지하실에 오자 창인은 숨느라 바쁘고, 그 컴컴한 지하실에서 나가지도 못한 채 며칠 째 '빠삐용' 신세처럼 지낸다. 일종의 해프닝인데, 참 제대로 웃긴다. 한석규의 이런 굴욕적인 모습 정말 오랜간만이다. 강호는 안에 갇힌 장면보다 나와서 한석규의 대사에 빵 터졌다.ㅎ (아래 그림)



이렇게 그 찻잔을 찾으려는 과정 속에서 이런 일감을 던져준 재벌2세와 조폭의 커넥션 속에서 창인의 숨통은 조여오고, 자기와 같이 외부에서 연락하는 연락책 할아범마저 궁지에 몰리고, 더군다나 이 집안의 두 여자 연주와 그의 딸이 심한 대립각을 세우며 가게도 안 나가고 학교도 안 가는 등 싸우는 통에 창인의 비지니스는 점점 꼬여만 간다. 그리고 이 집을 매번 응시하는 기이한 분위기의 오지랖 넓은 다른 집 2층의 아줌마까지.. 창인은 어떻게든 날짜 안에 물건을 찾아 건네야 할 판인데, 쉽지가 않은 상태에서 연주마저 창인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며 비지니스를 이상하게 방해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창인의 히스테리가 더욱더 쌓여만 가는데..

기다리다 못해 재벌2세의 끄나풀 조폭들이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 들이닥쳐 물건을 찾는다고 들쑤셔 쑥대밭이 되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 2층 세입자 창인이 의심받기 시작한다. 결국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 들통나고, 연주는 내가 '제비'에게 속았다며 감정을 폭발시켜 당신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을러댄다. 과연 연주는 이 정체모를 남자를 어떻게 했을까? 아니면 종국에 창인은 그 값나가는 찻잔을 온전히 찾고 집을 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식으로 펼쳐진다.

해프닝같은 소동극 속에서, 의외의 캐릭터들이 있다.

이렇듯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소동극 수준의 해프닝이다. 그 집안에 값나가는 무려 20억이나 호가하는 찻잔을 찾기 위해서 여기 창인은 중후한 매력과 말발로 여주인 연주를 꼬득여 자신의 비지니스를 해 나간다. 그런데 이게 정극의 분위기지만 한석규가 분한 창인의 캐릭터나 김혜수가 분한 연주의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소위 찰지게 맛깔나게 대사를 치고 주고 받으며 극을 블랙코미디로 이끌어 간다. 차분한 듯 하면서도 뜨거운 듯 감정선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이들이 분한 캐릭터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집 안이라는 소재 속에서 벌어지는 잔재미들이 꽤 솔찮게 많다. 지하실에 나온 창인이 여기저기 숨는다든지, 창문을 통해 엿본다든지 실상이 다 소재다.

더군다나 극 중 연주의 딸내미 중딩 소녀 성아는 또 다른 발견이다. 이른바 사춘기를 겪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기에 엄마에 못지않게 이 소녀도 참 까칠하고 매번 불만이 가득하다. 학교에서는 소위 왕따를 당해 어린시절 아역 배우로 잘 나가다 지금은 이상하게 커서 못 생겨졌다고 매번 불만이고 자살까지 기도한 학생이다. 물론 이것을 창인이 구해줬지마는, 분명 엄마와 딸의 대립각을 보면 우리네 가정에서도 많이 보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이 집주인을 사랑하게 된 어리버리한 연하남 경찰과, 오지랖 넓게 옆집에 사는 기이한 아줌마, 그리고 조금은 모양 안 빠지게 나온 간지 안습의 재벌 2세 하대표..



이 배우는 전작 <파괴된 사나이>에서 극 중 김명민의 딸을 납치한 유괴범으로 앰프에 미친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며 "2억이요~~"를 날린 '엄기준'이다. 참 반갑더라, 그 옆에 조폭 송실장은 키160의 완전 루저 스타일로 그만의 비애감이 나온다. ㅎ 이렇게 영화는 두 주인공인 까칠하면서도 다중적인 모습의 히스테릭한 집주인 연주와 자신을 작가라 속이고 중후한 매력에 말발로 여주인을 녹이려는 세입자 창인을 내세우면서, 그 주위에 이런 캐릭터들을 열거해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이것은 다들 정상이 아닌 어찌보면 소위 '쩌리'들을 보는 듯 한데, 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 주변 인물들도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바로 극의 중심인 바로 창인과 연주의 이야기다. 30대 중반의 히스테릭한 그녀지만, 이 소설가 선생님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에 눈을 뜨며 인생의 제2의 도약을 노렸던 그녀는 그가 말발로 자신을 가지고 논 제비임을 알고 더 상처를 입지만,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나서는 돌변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극 중 소설가로 잠입한 골동품 밀매업자 창인도 이 여자와 그 어떤 로맨스가 아닌 몸이 가는대로 그녀와 사랑의 섹스를 했을뿐, 더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 나중에 자신도 지쳐서 '이 썩을넘의 집구석'이라 매번 욕을 했으니 말이다.

로맨스는 아니지만 골동품이 맺어준 인연, 재밌다.


아무튼 이 영화는 기존에 본 로맨스풍의 코미디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달콤한 연인들의 로맨스물도 아니거니와 바로 골동품 밀매라는 '범죄' 코드가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진중한 범죄 영화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재 범죄를 꽤 유머러스하게 그리며 그 집안에 집어넣고 그 안에서 버무린 이른바 '주거형' 코미디다. 그런데 이 코미디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우면서 대단히 블랙적이고 다소 B급의 컬트적인 냄새까지 나며 그 유명한 <조용한 가족>의 참한 번외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손재곤 감독이 <달콤, 살벌한 연인>을 연출하며 만들어낸 시퀀스들이 그대로 차용되며 더욱더 손질을 가해서 나온 그림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찌됐든 중년에 접어든 두 남녀의 뻔한 로맨스물로 알고 보았는데, 그런 로맨스가 아니었다 점에서 놀라웠고, 그것은 로맨스가 아닌 그냥 일상의 우리네 30~40대 남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게 한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이들의 사랑이 아닌, 골동품이 맺어준 그 어떤 해프닝 속의 인연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이층집 악당은 진짜 '악당'이 아니라 '아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사한 집에서도 눌러살게 된다면 말이다. 하여튼 두 배우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와 대사, 그리고 손 감독이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보여준 느낌에 더한 연출까지, 정말 재밌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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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수호지 1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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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명 양산박의 좌충우돌 영웅담을 담고 있는 이 수호지는 조금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로 나름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중국 4대기서(삼국지, 서유기, 금병매, 수호지) 중 하나요,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같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고전 중에 하나다. 물론 강호는 이중 수호지를 제일로 좋아하고 또 많이 읽어왔다고 밝힌바 있는데, 그것은 이 속에서 그 어떤 강호의 세계를 맛보며 쏠라닥질같은 인간사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전략 만화 삼국지'로 유명한 '요코야마 미쯔데루'의 만화 수호지 6권짜리를 켈렉하며 짬이 나는대로 틈틈히 만화 수호지를 읽고 있다. 이에 각 권마다 내용 정리는 물론, 매 책마다 뒷편에 수호지에 대한 역사, 인물, 문화 등 읽을거리가 있어 그것도 같이 정리해 보는 일환으로 삼는다. 먼저 1권의 간단한 내용은 이렇다. 어느 정도 '수호지'를 안다는 가정하에 주요 인물들이 무슨 짓거리를 하며 이야기가 전개됐는지 위주로 쓴다.



때는 11세기 초 송나라시대, 역병이 창궐하여 온 나라가 힘들어할 때 인종황제는 사자를 시켜 용호산에 있는 선인에게 전염병을 물리칠 기도를 부탁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이 정신나간 관리가 용호산 기슭의 절에 찾아와 호기심으로 악마가 갇혀 있다는 '복마전'을 열고 만다. 그러면서 그 안에 갇힌 악마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수호지는 시작된다. 바로 악마는 108명의 영웅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인종->영종->신종->철종->휘종 황제까지 왔다. 바로 본격적인 수호지의 바탕이 되는 북송의 휘종황제 시절이다. 그 휘종황제의 총애를 받은 놈은 축국 한번 잘해서 출세한 그 유명한 '고구', 전수부 태위로써 군부의 최고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면서 멀쩡히 잘 지내던 금군의 사범 '왕진"이 쫓겨나고, 그 왕진이 어머니와 도망치는 과정에서 아홉마리 용문신을 한 '구문룡 사진'을 만나 무술을 가르쳐주고, 홀연히 떠난다.

그러면서 구문룡 사진은 산적 패거리였던 주무 진달 양춘과 한바탕 싸우는 과정에서 간담상조하고, 관군이 몰아닥치자 일단 해치우고 홀로 길을 떠난다. 그러면서 수호지에서 제일 유명한 인물인 '노지심'이 나온다. 노지심은 원래 법명이고, 군인 헌병을 뜻하는 제할로 이름은 '노달'이었다. 그런 그가 사진과 만나 친해지고, 어렵게 길거리 가무를 하던 부녀를 도와주게 되다 그들을 괴롭힌 사람을 죽이면서 노달도 도피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된 노지심, 채소밭이나 가꾸라는 일상의 무료함에 '표자두 임충'을 만나며 친해진 두 사람, 그런데 임충도 왕진과 마찬가지로 고구 아니 고구의 아들에게 시달린다. 급기야 그들이 만든 함정에 빠지면서 옥고를 치르게 된 임충, 저기 어디 먼 곳으로 길을 떠나면서 죽을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 노지심이 도와주며 위기를 벗어난다.

'소선풍 시진'의 따뜻한 배려로 안도하게 된 임충은 그의 소개로 양산박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의 수령이 사람 하나 죽이면 인정한다는 소리에 차마 일반인은 못 죽이고 칼찬 무사 '청면수 양지'를 만나 용호상박의 대결을 갖고 둘은 간담상조한다. 양산박에 같이 머물기를 바랬지만, 양지는 고구 밑에서 친위대 장교였던 몸, 더군다나 풍랑으로 황제의 일처리를 못해 쫓겨날 판이지만 우선 보고를 하러 갔다가 결국 쫓겨난다. 소위 무사 집안의 체면이 말이 아닌 양지는 길거리에서 칼을 파는 행상을 하다가 급기야 사람을 죽이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바로 여기까지가 요코야마 미쯔데루 수호지 1편의 이야기다. 다음 2편도 기대 바라며, 그렇다면 1편 부록의 내용을 또한 정리해 본다.

1. 수호지란 무엇이며 무슨 이야기인가?

먼저 수호지는 14세기 중반, 원말명초 무렵에 집대성된 장편소설로 삼국지연의, 서유기, 금병매와 함께 중국 4대기서로 꼽는 작품으로 작가는 '시내암'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시내암의 원작을 삼국지연의 나관중이 손질한 것이라는 말도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시내암은 강소성 사람으로, 원말의 군웅 중 한 명인 장사성의 수하였던 적이 있어 <수호지>에는 그때의 경험이 활용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장사성'이라는 인물은 원말 강소성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일으켜 원 왕조에 저항, 원나라 멸망 후에는 명 태조 주원장과 싸워 패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삼국지연의'를 집대성한 나관중은 원곡(원대에 형성된 가극)의 작가로서 삼국지연의가 칠실삼허(七實三虛), 즉 70%의 사실과 30%의 허구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정도로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활용한 역사소설인데  반하여,

<수호지>는 북송말(11세기 초)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작중에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허구로 이루어져 있다. 정확히 이 이야기는 송나라 말기 휘종 황제(재위 1100~1125) 시절에 호숫가의 요새란 뜻으로 수호채라 불리던 산동 양산박에 모인 108명 호걸들의 이야기로 그 108명 호걸들의 수령은 바로 그 유명한 '급시우 송강(宋江)'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108명의 등장인물 중 이 송강이라는 인물의 이름만이 역사서에 남아 있으니, 북송·남송 양대의 정사인 『송사宋史』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고 한다.



2. 수호지 인물 중 수령 '송강'만이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휘종본기 : 선화(宣和) 3년(1121) 2월, 그때까지 회하 남쪽에서 활동하고 있던 송강 등 도적(기아농민을 주축으로 한 봉기집단)들이 회하 북쪽으로 진출하였기에 장군을 파견하여 토벌하게 하였다. 송강 등이 거듭 북으로는 도성(하남성 개봉시)의 동쪽에, 남으로는 장강 북안에까지 출몰하기에 이르렀고 드디어는 동지나해 연해지방으로 나와 초주(강소성 회안시)를 넘어 해주(강소성 연운항시)에 침입하였으므로 해주 지사 장숙야에게 명하여 투항을 권고하였다.

후몽전 : 송강이 도성의 동쪽에 진출했을 때 후몽(侯蒙)은 상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방책을 올렸다. "송강은 36인 간부집단을 거느리고 산동 서부, 강소 북부 일대를 어지럽히는데 관군 수만을 동원해도 막아내기 힘든 형세입니다. 송강은 뛰어난 지휘관인 것으로 보이니 그에게 투항을 권고하여 그 죄를 용서한 뒤, 강남의 청계(절강성 순안시)을 점거하고 있는 방랍(方臘)을 토벌하게 하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황제께서는 "후몽은 일개 지방관임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잊지 않는 충신이로다" 라고 말씀하시고 동평부 지사로 임명하였으나 부임 도중에 병사하였다.

장숙야전 : 송강은 하북에서 봉기하여 10군을 어지럽혔다. 각지의 관군은 싸우려 하지 않고 도망했다. 장숙야가 적군이 접근한다는 말을 듣고 탐색대를 보내 상황을 살펴보았더니 적군은 해안으로 직행하여 정박 중이던 상선 10여 척을 탈취해 각지에서 빼앗아온 물품을 실으려 하였다. 장숙야가 결사대를 모집하였더니 천여 명이나 모였으므로 새로이 성 밖에 복병을 배치하고 소수의 부대를 해안으로 보내 도적들을 유인한 뒤 적군이 배에서 떨어진 틈을 타 배에 불을 붙였다. 배를 읽은 적군이 허둥거리고 있을 때 복병이 포위하고 부장을 사로잡자 송강도 어쩔 수 없이 항복하였다.

이렇게 위의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북송말에 송강 이하 36인의 동료가 각각 수하를 거느리고 산동에서 강소에 걸치는 광대한 지역을 전전하면서 관군이 싸우지 않고 도망친 지방 도시들을 습격해 약탈하였지만 산동에서 장숙야의 계책에 빠져 항복했다는 것, 그리고 그 전에 후몽이 송강에게 투항을 권고하여 관군에 편입시켜 다른 지방의 반란군 토벌에 동원하자는 상주를 올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방랍의 난은 선화 2년 (1120) 100만 명 농민들이 악정에 항거하고자 결기하여 강남의 6주 52현을 점거했던, 진압까지 2년가량이 걸린 대사건으로서 송강은 같은 시기에 산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북송은 이로부터 머지않은 1127년, 남하해온 여진족 국가 금(金)에 의해 수도인 개봉을 점령당하고, 휘종, 흠종 부자가 북쪽으로 연행되면서 일단 멸망한다. 바로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정강의 변'이라 하며, 이때 지방에 있어 난을 피한 흠종의 아우 고종이 절강성 항주에서 재건한 송나라를 남송이라고 한다.



3. 송나라 때 다채로운 대중예술 속에서 꽃핀 '수호지'

역사적으로 300년 가량 이어진 송대는 북송(960~1127), 남송(1127~1279)을 거치는 내내 북방 이민족의 위협에 시달리는 시대였으나,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시민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대중예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시대이기도 하다. 서커스, 곡예 등 다채로운 대중예술 가운데 이 시대에 하나의 분야로서 확고한 지위를 다졌던 것이 바로 노래와 이야기로 이루어진 설창(說唱)이다. 즉 우리가 자주 듣는 '설화(說話)'라는 것인데,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예능인은 설화인 '강석사'라 불렸다. 북송의 수도 개봉(당시의 변경)과 남송의 수도 항주(당시의 임안)에는 '와자(瓦子)'라 불리는 오락가가 몇 군데씩 형성되어 있었고, 그곳에 크고 작은 극장이 늘어서 있어 당시의 항주에는 외자가 17곳이나 있었는데 그 와자에서 강석된 설화는 크게 나누어 4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1. 소설(小說, 한 차례 이야기로 완결되는 단편 강석)
2. 담경(談經, 불서를 풀이한 강석)
3. 강사서(講史書, 여러 차례에 걸쳐 이어지는 역사 강석, <삼국지>, <오대사五代史> 등)
4. 합생(合生, 내용은 불명)

'소설'의 제목 중에서는 화화상(노지심), 행자(무송), 청면수(양지), 석두 손립 등 나중에 <수호지>에서 활약하게 되는 인물들의 이름(별명)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송의 유민 공성여의 <송강삼십육인찬>(원나라 초기, 주밀의 <계신잡식 속집 상권>에서 발췌> 서문에 실려 있는, 송강 일당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강석되지만 내용은 엉터리인 것이 많다. 하지만 당시 고여, 이숭 등 화가들이 그들의 모습을 그려 전하고 있으므로 학문상 무시할 수도 없다는 측면도 있다. 또한 남송 때 이미 36인 각자의 전기 같은 것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작자 미상의 <대송선화유사>에는 '수호지'의 전신이라 말할 수 있는 '수호설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내용인즉슨, 청면수 양지가 검을 팔러 갔다가 무뢰한을 죽이고, 조개와 오용이 독주를 사용한 책략으로 채 태사에게 헌상하는 재물을 빼앗았으며, 송강이 염파석을 죽이는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결국 양산박에 들어가 관군에 반항하였으나 장숙야의 중개로 조정에 귀순하여 무공대부로 임관되고, 방랍을 정벌한 공적으로 절도사가 되는 등 비록 세세한 차이는 있으나 <수호지>의 골자가 되는 설화의 원형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송나라 때 이후 몽골족이 세운 원에서는 '원곡' 또는 '원잡극' 등 희곡이 유행했고, 후에 <수호지>로 집대성되는 이야기 대부분이 이 '원곡'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이들 수호극 중에는 특히 '흑선풍 이규'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많았는데 이는 당시 그의 인기가 비교적 높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문수가 지은 <흑선풍쌍헌공잡극>에서 양산박의 동지를 '삽십육 대협 칠십이 소협'으로 세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송말에 송강을 비롯해 모두 36명이던 무리가 이 시대 설화의 세계에 와서야 36명의 천강성(天剛星, 대두목)과 72명의 지살성(地煞星, 소두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4. 수호지 원본 중 본연은 백회본, 수호지를 다시 꺼내든다.

시내암 원작자와 나관중이 편찬자로 집대성한 <수호지>의 원본은 크게 나누어 백회본(전 백 장)과 백이십회본, 그리고 청(淸)의 감성탄이 정리한 칠십회본(제오재자서본, 김성탄본)의 세 가지가 있다. 일단 전반의 1부뿐인 김성탄의 칠십회본은 별도로 치고, <수호지>는 송강 등 108인이 갖가지 경위로 양산박 충의당에 결집할 때까지의 개인 전기 부분인 제1부, 하늘을 대신해서 도를 행하는 '체천행도'의 군사를 일으킨 양산박 일당이 관군을 격파하고 조정의 귀순을 받아들여 귀순할 때까지의 제2부, 북방의 이민족 요나라의 침략군을 물리치는 제3부, 강남에서 독자 세력을 일으킨 방랍의 난을 평정하는 위업을 달성하지만 싸움 중에 많은 동료를 잃고 귀환한 후에 양산박을 두려워한 중신들의 간계에 빠져 파멸하게 되는 제4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수호지> 본연의 백회본이며 이 백회본 제1부와 제2부 사이에 양산박 일당이 전호, 왕경을 정벌하는 내용의 20회를 추가한 것이 <수호전전> 이나 <수호전서>로 불리는 백이십회본이다. 칠십회본은 청초의 문예평론가 김성탄이 <수호지>의 제1회를  '설자'(서장)라 하고 제70회(본래의 71회)에 108인이 양산박 충의당에 모여 '체천행도'의 군사를 일으키는 대목까지 적은 뒤, 그날 밤 부수령이 된 노준의가 108인 전원의 목이 잘리는 꿈을 꾼다는 구절을 덧붙여 완결시킨 것이다. 이렇게 수호지는 총 세가지 원본이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수호지의 내용은 바로 '백회본'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수호지의 성립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아직도 중국고전 중에서 수호지가 허무맹랑한 구성이 많아 얼토당토 않는 영웅들의 이야기로 치부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강호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듯 이 속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는 강호의 세계가 이중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여곡절 끝에 주류가 된 그들이지만 결국 주류로 남지 못했던 그들, 민중의 고달픈 희노애락을 대변하는 듯 펼쳐내는 그들의 재미난 이야기 속에는 바로 거창하지 않은 우리네 인생사가 들어있다. 그러기에 이렇게 수백 년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고 읽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고전이 주는 가장 원초적인 맛이자 재미일 것이다. 그래서 추워지는 이때 수호지 속으로 빠져보길 권해보며.. 강호의 수호지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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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3D - Saw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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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어서 최고의 '공포 스릴러'라는 나름의 호평을 받고 있는 '보았다' 아니, '쏘우'는 공포 영화팬들에게 조금은 남다르다. 그냥 잔혹하고 슬래셔급의 공포라면 모를까.. 이 속에는 '찍소'가 던진 소위 살인게임이 들어가 있어 그 어떤 스릴과 긴장감을 주고 있다. 즉,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풀어야 할 던져진 문제, 그 문제를 풀고 그 시간 안에 못 풀면 자신을 옭아맨 쥐덫처럼 자신의 살점과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그런 장치에 사람들은 하나 둘 죽어나간다. 그러면서 이 무서운 살인 게임의 현장을 지켜 보면서 사람들은 일종의 무서운 쾌감을 느낀다. 물론 그런 쾌감은 어느 사람에게는 무시 못할 반감을 일으키며 이 영화를 멀리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쏘우는 꽤 잔인하고, 잔혹하고, 아주 불친절하고 불균질한 영화인 것이다.

쏘우 시리즈의 방점을 찍을 '쏘우 3D', 볼만은 한데 역시 잔인하다.

그런 쏘우가 나온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소위 인기 좀 있다 치면 헐리웃 영화 시스템은 사골국 우려내듯 시리즈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런 면에서 쏘우도 대세를 비켜가지 못했다. 쏘우 1편이 2005년 개봉 이래 5년이 흐르는 동안 6편까지 나왔고, 그리고 거기에 마지막으로 방점을 찍을 쏘우 7편이 올해에 이렇게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금의 영화계 흐름을 방영하듯 3D로 나와 입체감을 주었다. 즉, 사람들 보고 이제는 살인게임을 지켜만 보지 말고, 대놓고 같이 동참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그 살인의 현장에서 입체감있게 살점과 피가 튀기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장을 만끽하라고 꽤나 친절한? 영화로 이번에 쏘우 7편이 나왔다. 

그래서 심신노약자나 임산부, 특히 이런 잔혹한 하드고어류를 못 보는 이들에게 있어 이 영화는 봐서는 안 될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호처럼 인간을 대차게 잡아 뜯어 먹는 좀비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있어 이 영화는 그래도 꽤 얌전?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쏘우 7편은 1편을 비롯해서 초기 작에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갈수록 퀼리티나 재미가 떨어진다는 쏘우의 성적을 만회라도 하듯이 예전의 포스로 돌아간 듯 작정하고 만들며 나름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 영화를 본 이들의 평도 '3D로 보니까 새롭다' 부터해서 '좀더 끔직해졌다.', '이제 쏘우가 좋아지려한다' 등 평가들이 가히 좋은 편이다. 물론 쏘우의 팬들도 꽤 좋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강호도 봤지만 분명 예전의 쏘우로 돌아온 느낌으로 꽤 임팩트하게 만들어냈다.

최후의 쏘우를 즐겨라! | 당신의 두뇌와 심장을 사로잡을 퍼펙트 스릴러
직쏘가 남긴 잔혹한 계획 속에서 치명적 살인 게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직쏘의 생존자들은 심리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임을 갖기 시작한다. 이제, 살아남은 이들과 직쏘의 목숨을 건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이것이 이 영화의 아주 간단한 시놉시스다. 뭐.. 볼거 없다. 어느 시리즈든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갇히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며 살인게임을 하는 그림들, 그러면서 그것을 못 풀면 그들을 옭아맨 덫에 의해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게 이 영화가 그린 시퀸스자 주요 플롯이다. 그런데, 이번에 쏘우 7편은 전작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다시 모여 어느 순간 위험에 하나 둘 빠지며 또 갇히는 수모?를 겪게 되고, 또 그 문제를 풀기 위한 일촉즉발의 위기로 그려 나간다. 그러면서 초장부터 도심 한복판의 유리안 마네킹처럼 밀실에 갇혀 살인 게임을 벌이는 이들, 톱날이 돌아가고 위에 여자는 묶여있고, 결국 잔인하게 죽어나간 쇼윈도우 사람들, 이를 어쩔 줄 모르며 구경하듯 지켜보는 군중들을 통해서 인간의 불편한 심기를 꺼내드는 장치가 아닐 수 없다.

찍소의 살인게임 '쏘우' 시리즈는 계속되나?

그러면서 찍소의 살인게임은 계속된다. 또 다른 이들이 하나 둘 폐쇠된 공간에 갇히고, 어느 한 사람을 중심으로 그 공간에 갇힌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가 매회 스테이지 미션을 풀어내듯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그리고 항상 해당 스페이지에서 TV를 통해서 그로테스크한 목소리로 문제를 던지는 찍소, 이미 그는 죽었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지만, 그가 심어놓은 애제자?가 있었기에 이 미친 살인게임은 지속되며 스토리를 이어 나갔다. 결국, 위기에 몰린 한 남자가 매회 스테이지 미션을 제대로 수행 못하며 사람들이 하나 둘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또 이를 조정하며 살인게임을 진행해 온 또 다른 사람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며 '게임오버'를 외쳤지만, 그마저도 또 다른 게임 속으로 빠져들며 이 쏘우는 막을 내렸다.

그런데 이것을 정말 끝났다고 봐야 할까? 마지막이 반전 아닌 반전의 그림으로 나름 꽤 의미가 있고, 좋은 결말의 느낌이다. 모든 시리즈의 방점을 보통 시작과 끝이 있다고 봤을 때 1편에서 살아남은 자를 차용한 이런 시퀸스는 꽤나 의미가 깊다. 스릴러 장르가 가지는 원초적인 재미를 나름 제공한 셈으로, 쏘우가 왜 시리즈로 이어져 왔는지에 대한 물음과 답에 대한 어느 정도 정리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쏘우 7편은 말이다.



찍소는 죽었지만 계속 부활하는 '쏘우', 그 끝은 어디인가? 

아무튼 강호도 쏘우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나름 챙겨 보며, 어느 순간에는 이젠 고루하고 잔혹하기만 한 이 미친 살인게임이 언제 끝날까 의문이 들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7편이 나오면서 방점을 찍었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나름의 여운을 남기며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계속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찾아보니 우선 8편이 기획중이라고 한다. 참 대단한 '쏘우'가 아닐 수 없는데, 정말 21세기가 낳은 최고의 공포 스릴러로써 손색이 없다고 해야할지.. 이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마뜩잖은 사람들이나 모두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유도 없이 사람들을 잡아다 살인게임을 즐기는 쏘우는 아니다. 무작정 고어스럽게만 그린 게 아니라. 이른바 사회에서 나름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삶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찍소는 그들을 데려다 이렇게 혼내주고? 있는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쉽게 살지 말라는 메시지로 봐야 할지 모르지만, 그러기에 찍소가 5년간 해온 살인게임은 분명 반사회적인 미친 사이코패스가 맞을 것이다.

아무튼 쏘우는 잔혹한 공포 스릴러로 자리 매김하며, 매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공포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이번에 3D까지 나온 '쏘우7'은 기존 시리즈에 만회를 한듯 보이게 나름 임팩트하고 좀더 잔혹하게 잘 그려냈다. 마지막에 반전과 여운까지 또 남기며 차기 시리즈에 대한 기대까지 주었던 '쏘우'.. 도대체 이 미친 살인게임의 끝은 정작 없는 것인지 정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쏘우 팬들은 어떻게 보시는가? 이 시리즈에서 최고의 시리즈는 어디고, 언제쯤 끝날 것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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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 Let m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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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개봉작 중에 화제작이라 할 수 있는 <렛미인>이 이번 주에 개봉하면서 영화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이목을 끌고 있다. 물론 강호도 2010년 '렛미인'과 2008년 '렛미인' 둘 다 봤다. 특히 리메이크 된 2010년 '렛미인'에 대한 평들이 갈리는 가운데, 원작 2008년보다 '못하다 아니 더 낫다' 같은 단순한 비교부터 해서, 서정감은 덜해도 더 호러스럽다, 스토리 전개에 차이가 있다 등 반응들이 제각각 갈리고 있다. 그런데 강호가 보기에는 어느 평처럼 '호불호의 문제가 아닌 취향의 문제'라는 게 일견 더 와 닿기도 한 '렛미인'인데, 그래서 강호도 이 영화에 대해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2008년 작품과 비교해서 간단히 정리를 해본다.

우선 이 영화는 '욘 A. 린드크비스트' 가 2004년에 출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20개국으로부터 영화화 제의를 받은 화제작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영화쪽으로는 낯선 나라 스웨덴의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2008년 스크린으로 만들어내며 나름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두 개의 작품을 같이 봐야 더 재미와 흥미 그리고 그 어떤 대비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두 영화가 똑같은 줄거리와 그림으로 전개가 됐기 때문이다. 싱크로율 90%에 달할 정도로 흡사하다. 하지만 스토리의 전개나 그림들은 일견 같거나 차이점이 눈에 띄는데, 그래서 극의 두 주인공인 소년과 소녀의 캐릭터를 통해서 살펴본다. 살펴보기 전,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뉴 멕시코의 어느 마을에 갑작스럽게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 그날 밤 한 소녀와 남자가 이사를 온다. 겨울밤 외톨이 소년 오웬(코디 스밋-맥피)은 옆집으로 이사 온 어딘가 묘한 분위기의 소녀에게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다. 천사의 얼굴과 아이의 마음을 가진 소녀 애비(클로이 모레츠). 하지만 서서히 그녀의 엄청난 괴수 본능이 드러나는데... 살기 위해 피가 필요했고, 자신을 지켜줄 사랑이 필요했던 12살 뱀파이어 소녀. 그런 그녀를 위해 피를 구하는 이제는 늙고 지쳐버린 남자 토마스(리차드 젠킨슨)는 “애비 미안해”라는 글귀가 적힌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녀가 머물면 모두가 죽을 것이다. 오웬은 이제 선택해야만 한다! 12살 뱀파이어 소녀, 의문의 살인범과 소년에게 숨겨진 슬프고도 충격적인 이야기. 그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이렇게 줄거리를 보면 내용은 간단하다. 이 영화 장르 자체가 '판타지 호러'이기 때문에 바로 '뱀파이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무언가 괴기스럽고 잔혹하게 변신하는 그 어떤 비주얼한 뱀파이어가 주가 아닌, 12살에 멈춰버린 소녀 뱀파이어다. 그리고 그 소녀 뱀파이어와 친구가 돼 사랑에 빠진 평범하면서도 유약한 소년, 이 둘의 이야기를 위주로 펼쳐지는 게 이 영화의 플롯이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에는 소녀 뱀파이어를 모시고 사는 어느 중년 남자, 그가 살인을 저지르며 그 소녀에게 피를 공급하는데, 아마도 아빠 보다는 애인일 수도 있는 그 어떤 '하인'의 성격을 띤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궁지에 몰리며 죽게 되고, 홀로 남겨진 소녀는 더욱더 소년에게 집착하며 둘은 그렇게 좋아하며 사랑하게 되는데,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소년 오웬(오스칼)과 소녀 애비(이엘리)는 서로 어떤 존재로 다가왔을까? 그것이 이 영화의 키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의 캐릭터 위주로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중성적인 느낌의 두 소년 '오스칼'과 '오웬', 분위기는 오스칼쪽


금발의 유럽풍 왕자님 스타일 '오스칼', 꽤 분위기 있는 소년이다.

2008년 '렛미인'에서 12살 소년 '오스칼'역을 맡았던 '카레 헤레브란트'다. 영화의 메인 포스터 자체가 꽤 분위기 있게 그려져 창문 너머에 귀를 대고 있었던 이 중성적인 모습의 소년은 극을 서정적으로 만드는데 한몫했다. 금발에 깊고 푸른 눈에 때로는 해맑은 모습까지, 그런데 그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외톨이 신세지만 극을 차분하게 이끌며 소녀 뱀파이어 '이엘리'를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즉,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겨 힘을 얻고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향한 복수까지 감행하려는 다소 당찬 구석이 있는 친구다. 하지만 그가 이엘리를 대하는 감정은 다소 알듯 모를 듯 그 어떤 감정선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를 그냥 바라만 본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오스칼이었다. 그래서 극이 전체적으로 서정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이 소년이 7할 이상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쇼컷의 중성적인 모습의 오웬, 유약하지만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그런데 2010년 렛미인에 나온 12살 소년으로 '코디 스밋-맥피' 가 분한 '오웬'은 참 유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모습 또한 짧은 블랙 헤어의 숏컷이 여자 아이의 모습 같기도 한 게, 08년의 오스칼보다 더 여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오스칼이 살집이 있는 반면 오웬은 너무 말라 더 그런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웃통을 벗었을 때 모습은 정말 앙상한 그 자체다. 그러면서 왕따를 당하고 외톨이 신세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소년의 그 어떤 울분을 보여주는데, 그렇다고 오웬은 응수를 제대로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뱀파이어 소녀 '애비'를 만나고 친구가 되었을 때는 오스칼과 다르게 다소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즉, 애비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감정선을 드러내며 애비를 지켜주려 하는 모습이 많이 포착된다.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며 손 한번 못 쓴 오웬이었지만 '애비'만은 지켜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애비와 숙거하던 중년 남자가 죽고 나서 오웬을 찾아온 애비, 그들의 관계는 오웬이 찾고자 했던 그 이상의 친구를 만나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하지만 오웬은 오스칼과는 다르게 그 어떤 묘한 분위기가 없다. 그것은 단편적인 모습에 묘한 분위기를 이끌지 못하기 때문인데, 대신에 꽤 유약하면서도 무언가 중성적인 매력이 애비와 대비감을 주어 때로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계를 더욱더 이끄는 매개체로 오웬의 모습은 극에 잘 어울렸다. 

2.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와 '애비', 신비감은 이엘리, 호러는 애비


언밸런스한 모습에 꽤나 신비감을 준 뱀파이어 소녀 '이엘리', 나 실은 안 무섭다?!

2008 렛미인에서 소녀 뱀파이어 '이엘리'를 맡은 '리나 레안데르손'이다. 여기서 그녀의 모습은 참 어떻게 보면 신비주의 전략이 들 정도로 꽤 신비감이 묻어나는 캐릭터다. 페이스 자체도 어찌보면 동양적인 모습에 짙은 검은색의 헤어와 큰 코와 눈 그리고 새하얀 얼굴까지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에서 묘한 분위기가 묻어 나온다. 왜 이 소녀가 뱀파이어가 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수백 년을 살아온 묘한 관록이 묻어나는 소녀 뱀파이어다. 그런 소녀가 오스칼을 만나고 나서 친해지자 더욱더 오스칼에게 전념했던 이엘리다. 옷을 다 벗고 같이 누웠을 때도 이엘리는 오스칼을 안아주었다. 2010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꽤 의미심장한 그림이다.

대신에 뱀파이로 분한 모습은 2~3번 밖에 안 나왔는데, 그런 호러적인 모습은 많이 떨어지지만 얼굴에 피를 뒤집어 쓴 모습 등은 꽤 강렬한 편이다. 그러면서 이엘리가 오스칼과 함께 한 그림들은 스웨덴의 겨울 속 풍광과 함께 클래식한 OST 선율 속에서 그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며 2008년 렛미인이 '서정적 호러'로써 극의 분위기를 이끄는데 방점을 찍었다 할 수 있다.


오웬! 노크를 하고 허락받고 안 들어가면, 난 폭발한단다. (클로이 모레츠)

2010 렛미인의 히로인 '클로이 모레츠'다. 국내 수많은 삼촌 영화팬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던 '킥애스'에서 '힛걸'로 분한 그녀였다. 이때만 해도 분명 어린 티가 났는데, 여기서 12살 뱀파이어 소녀로 분한 '애비'로 나온 클로이 모레츠는 상당히 조숙한 느낌이다. 실제 나이는 97년생, 아직 우리 나이로도 14살인 이 소녀가 꽤 어른스럽게 보인다는 거다. 그래서 극의 남자 주인공인 '오웬'보다 다소 누나같은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인데, 특히 얼굴선이 예전 힛걸 때와는 다르게 꽤나 다 큰 처자스런 모습까지 보인다. 아래처럼 말이다.


오웬, 너 내 미모에 반한 거지.. 그렇지? 나 안 좋아하면.. 알아서 해라~~

어찌됐든 모레츠가 여기서 뱀파이어 소녀 '애비'로 나왔는데, 그런데 2008년 렛미인의 '이엘리'와는 다르게 신비감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위처럼 평범한 얼굴로 나올 때의 모습은 단순하게 예뻐 보이는 동네 소녀의 느낌으로 극의 분위기를 드라마적으로 이끄는데, 대신에 그녀가 내뱉는 대사나 표정들은 꽤 암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즉, 먹이감을 노리고 있는 그 어떤 맹수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그녀가 뱀파이어로 변한 모습들은 꽤 호러적으로 잘 그려진게 아닌가 싶다. 08년 렛미인의 이엘리와는 다르게 꽤 공포스럽게 변해 사람을 해치고 피를 빨아 먹는 등 나름 임팩트 있게 분전한 것이다.

그래서 호러쪽은 애비가 더 나은 편인데, 그런데 애비와 소년 오웬이 함께한 그림들을 보면 08년 렛미인과 다르게 무언가 극을 극대화 시킬만한 판타지적 서정감 등의 분위기는 약한 느낌이다. 즉, 애비와 오웬이 만나 친구가 되면서 관계가 진척됐을 때 오히려 애비는 수동적이고 오웬이 더 적극적으로 애비를 지켜주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그러면서 둘의 시너지는 폭발이 안되고, 그 어떤 선에서 머무른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클로이 모레츠'의 외형적 모습 등 선이 굵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나마 오웬의 중성적인 모습으로 희석이 됐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봐야 할까.. 아무튼, 여기서 클로이 모레츠는 극 중 뱀파이어 소녀로써 분전했지만 완벽한 성공 대신 소위 반 타작으로 어느 정도 기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3. 두 소년과 소녀의 관계, 서로를 사랑했지만 승자는 없다?



우리 이대로 사랑해도 될까요? 이 어린 사랑의 아픔, 그 누가 알까?

위의 질문이 묘하지만 사실 답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마무리 된 그림의 결과는 같다. 즉 둘이 어딘가로 떠나는데, 그런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니, 두 영화가 그리고자 했던 전개된 이야기에서 펼쳐진 이들의 만남은 친구가 되고, 연인의 감정까지 가며 서로를 사랑하게 된 그 어떤 묘사는 보는 이의 취향대로 느낌이 다르게 올 수 있다. 어찌보면 극에서 제일 중요한 인물과 관련된 그림들의 '시퀀스'이기 때문인데, 그런데 강호가 보기에 2008년 렛미인은 둘의 관계를 꽤나 서정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판타지 호러'라는 것을 잊을 만큼 스웨덴의 깊은 겨울 풍광이 한몫하며, 더군다나 클래식한 OST가 극의 서정감이 들게 극대화 시키는데 일조를 단단히 했다.

판타지 호러 '렛미인' 같지만 다른 느낌, 바로 캐릭터의 힘 

그런 반면에 2010 렛미인은 서정감 대신에 물론 여기서도 고혹적인 클래식 선율이 간간히 흐르지만, 어떤 음산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쪽으로 활용을 하며 다소 어둡게 극을 진행시켰다. 즉 2008 렛미인이 서정적이면서도 밝은 반면에, 2010 렛미인은 시간대가 밤이 많아 어두움을 강조했다. 그러기에 애비가 뱀파이어로 분한 모습은 극에 잘 어울려 보인다. 그리고 스토리 전개에 있어 2010 렛미인이 더 치중하게 그려 나가며 이야기에 힘을 쏟은 반면에, 2008 렛미인은 이야기 보다는 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극대화를 시킨 느낌이다. 그래서 극의 주인공인 이들의 관계를 보면 서로 윈윈하듯 보듬어 주고 감싸주는 상처입은 영혼들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더 상처를 입고 안 입고를 떠나서 이들의 어린 사랑을 엿보게 되면 그 안에는 슬픔과 회한, 추억과 그리움, 애증까지도 그릴려고 했던 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모든 정서적 울림이 제대로 표출된 그 어떤 느낌보다는, 이 두 영화의 매력은 바로 '판타지 호러'의 장르가 보여주는 장르적 쾌감의 파격을 깬 12살 소년과 소녀 그 캐릭터 자체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즉, 이 두 소년과 소녀 이들 자체로 잔혹한 로맨스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한쪽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로맨스는 잔혹하고 슬프고 애잔할 수밖에 없다. 12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이것은 취향의 문제로, '동상이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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