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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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한석규 김혜수 주연의 <이층의 악당>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이제는 이름 석자 만으로도 아우라를 뿜는 '김혜수' '한석규'가 주연을 맡으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이미 15년 전 <닥터 봉>이후 정말 오랜만에 둘이 호흡을 맞춘 영화, 아니 이보다 전작 2006년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최강희와 박용우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달콤하면서도 엉뚱함이 돋보이는 살벌한 로맨스를 그리며 나름 히트를 쳤던 '손재곤' 감독이 다시 연출해 4년 만에 내놓은 영화라 더욱더 이목을 집중시킨 <이층의 악당>이다. 전작이 그 어떤 20대의 달콤하면서도 알싸하면서 살벌한 연애담을 담은 것이라면, 이 영화는 40대 연애담 아니, 연애담이 아닌 포장하지 않은 어른들의 무미건조한 일상과 함께 섹스라이프?까지 엿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이층의 악당>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층'이라는 소재가 주듯 이 영화의 배경은 바로 '집'이다.

그렇다. 그 집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과 사고를 그린 영화인데, 바로 그 집안에 정체모를 한 남자가 세들어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바로 <이층의 악당>이다. 그래서 영화 자체의 배경이나 모든 씬들이 집을 위주로 펼쳐지며 이른바 '주거형' 코미디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하다. 그러면서 제목에서 나온 '악당'은 바로 세들어 살게 된 남자이고, 바로 집주인은 여자로 남편을 잃고 여중생 딸과 함께 사는 여자, 그런데 보통의 여자가 아니다. 상처를 입은 탓인지 다중적인 모습에 히스테리한 면도 많은 집주인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이 집에는 뭔가 수상한 비밀이 있다!

연주(김혜수)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하고 일상에 지쳐있는 까칠한 여자로,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중생 딸 성아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 그녀는 비어있는 2층을 세놓기로 결정한다. 때 마침, 이 평범하지 않은 모녀의 주위를 돌며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창인(한석규). 자신을 작가라 밝힌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두 달간만 지내겠다며 2층 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 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창인은 모녀가 집을 비우면 1층으로 내려와 무언가를 찾는 듯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이를 지켜본 동네 주민들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내용을 보고 있으면 딱 감이 오는 영화다. 간단히 보면 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황극이라 할 수 있는데, 외부에서 보면 소위 분위기 있고 엔티크한 2층 양옥집에 한 남자가 세들어 오면서 이 집안은 나름 활기를 찾는다. 그 전까지는 집주인 연주는 남편을 잃고 가정 경제는 어려워져 엔티크풍의 골동품 가게 하나로 먹고 사는 형편, 그나마 중학생 딸 하나도 말을 듣질 않는다. 사춘기인지 매번 엄마랑 싸우는 게 다반사다. 이렇게 일상이 힘들고 무료하고 돈까지 궁해지자 이층 집을 내놓고, 한 남자 창인이 세들어 살게 된다. 자신을 소설 쓰는 작가라 뻥을 치고서 말이다. 사실 그는 작가가 아니다.

작가라 속이고 들어온 밀매꾼, 20억짜리 '찻잔'을 찾아라!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데, 그는 골동품 전문 밀매업자다. 그러면서 어떤 값나가는 자그마치 20억이나 되는 '찻잔'이 이 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에 이 집에 잠입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로 위장해 한두 달간 2층 집에 칩거하며 그 집에서 그 찻잔만 찾아 갖고 튀면 되는 거..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집주인 연주가 가게에 나간 사이, 또 여중생 딸이 학교에 간 사이 그 1층 집을 이 잡듯이 뒤쳐서 찾아야 하는데, 우선 여주인에게 접근해 히스테리 증세를 보이는 연주를 말발로 보듬어주며 술을 거하게 한잔 해 가깝게 지낸다. 이른바 둘은 삐리리해서 섹스까지 나누며 급 친해진다. 물론 둘의 이미지 때문에 섹스씬은 안 나오지만 2~3번 언급된 씬들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접근한 창인은 그 사이 연주의 집 카드키를 빼내 복제하고, 그 다음부터는 두 여자가 집을 비운 사이 내려와 지하실에 쌓아둔 골동품 속에서 그 물건을 찾아보지만 찻잔은 보이질 않는다. 급기야 가게 물건을 가지러 온 연주가 지하실에 오자 창인은 숨느라 바쁘고, 그 컴컴한 지하실에서 나가지도 못한 채 며칠 째 '빠삐용' 신세처럼 지낸다. 일종의 해프닝인데, 참 제대로 웃긴다. 한석규의 이런 굴욕적인 모습 정말 오랜간만이다. 강호는 안에 갇힌 장면보다 나와서 한석규의 대사에 빵 터졌다.ㅎ (아래 그림)



이렇게 그 찻잔을 찾으려는 과정 속에서 이런 일감을 던져준 재벌2세와 조폭의 커넥션 속에서 창인의 숨통은 조여오고, 자기와 같이 외부에서 연락하는 연락책 할아범마저 궁지에 몰리고, 더군다나 이 집안의 두 여자 연주와 그의 딸이 심한 대립각을 세우며 가게도 안 나가고 학교도 안 가는 등 싸우는 통에 창인의 비지니스는 점점 꼬여만 간다. 그리고 이 집을 매번 응시하는 기이한 분위기의 오지랖 넓은 다른 집 2층의 아줌마까지.. 창인은 어떻게든 날짜 안에 물건을 찾아 건네야 할 판인데, 쉽지가 않은 상태에서 연주마저 창인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하며 비지니스를 이상하게 방해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창인의 히스테리가 더욱더 쌓여만 가는데..

기다리다 못해 재벌2세의 끄나풀 조폭들이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 들이닥쳐 물건을 찾는다고 들쑤셔 쑥대밭이 되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 2층 세입자 창인이 의심받기 시작한다. 결국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 들통나고, 연주는 내가 '제비'에게 속았다며 감정을 폭발시켜 당신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을러댄다. 과연 연주는 이 정체모를 남자를 어떻게 했을까? 아니면 종국에 창인은 그 값나가는 찻잔을 온전히 찾고 집을 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식으로 펼쳐진다.

해프닝같은 소동극 속에서, 의외의 캐릭터들이 있다.

이렇듯 영화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소동극 수준의 해프닝이다. 그 집안에 값나가는 무려 20억이나 호가하는 찻잔을 찾기 위해서 여기 창인은 중후한 매력과 말발로 여주인 연주를 꼬득여 자신의 비지니스를 해 나간다. 그런데 이게 정극의 분위기지만 한석규가 분한 창인의 캐릭터나 김혜수가 분한 연주의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소위 찰지게 맛깔나게 대사를 치고 주고 받으며 극을 블랙코미디로 이끌어 간다. 차분한 듯 하면서도 뜨거운 듯 감정선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이들이 분한 캐릭터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집 안이라는 소재 속에서 벌어지는 잔재미들이 꽤 솔찮게 많다. 지하실에 나온 창인이 여기저기 숨는다든지, 창문을 통해 엿본다든지 실상이 다 소재다.

더군다나 극 중 연주의 딸내미 중딩 소녀 성아는 또 다른 발견이다. 이른바 사춘기를 겪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기에 엄마에 못지않게 이 소녀도 참 까칠하고 매번 불만이 가득하다. 학교에서는 소위 왕따를 당해 어린시절 아역 배우로 잘 나가다 지금은 이상하게 커서 못 생겨졌다고 매번 불만이고 자살까지 기도한 학생이다. 물론 이것을 창인이 구해줬지마는, 분명 엄마와 딸의 대립각을 보면 우리네 가정에서도 많이 보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이 집주인을 사랑하게 된 어리버리한 연하남 경찰과, 오지랖 넓게 옆집에 사는 기이한 아줌마, 그리고 조금은 모양 안 빠지게 나온 간지 안습의 재벌 2세 하대표..



이 배우는 전작 <파괴된 사나이>에서 극 중 김명민의 딸을 납치한 유괴범으로 앰프에 미친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며 "2억이요~~"를 날린 '엄기준'이다. 참 반갑더라, 그 옆에 조폭 송실장은 키160의 완전 루저 스타일로 그만의 비애감이 나온다. ㅎ 이렇게 영화는 두 주인공인 까칠하면서도 다중적인 모습의 히스테릭한 집주인 연주와 자신을 작가라 속이고 중후한 매력에 말발로 여주인을 녹이려는 세입자 창인을 내세우면서, 그 주위에 이런 캐릭터들을 열거해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이것은 다들 정상이 아닌 어찌보면 소위 '쩌리'들을 보는 듯 한데, 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 주변 인물들도 볼거리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바로 극의 중심인 바로 창인과 연주의 이야기다. 30대 중반의 히스테릭한 그녀지만, 이 소설가 선생님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에 눈을 뜨며 인생의 제2의 도약을 노렸던 그녀는 그가 말발로 자신을 가지고 논 제비임을 알고 더 상처를 입지만,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나서는 돌변하는 캐릭터다. 그리고 극 중 소설가로 잠입한 골동품 밀매업자 창인도 이 여자와 그 어떤 로맨스가 아닌 몸이 가는대로 그녀와 사랑의 섹스를 했을뿐, 더 이상의 감정은 없었다. 나중에 자신도 지쳐서 '이 썩을넘의 집구석'이라 매번 욕을 했으니 말이다.

로맨스는 아니지만 골동품이 맺어준 인연, 재밌다.


아무튼 이 영화는 기존에 본 로맨스풍의 코미디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달콤한 연인들의 로맨스물도 아니거니와 바로 골동품 밀매라는 '범죄' 코드가 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진중한 범죄 영화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문화재 범죄를 꽤 유머러스하게 그리며 그 집안에 집어넣고 그 안에서 버무린 이른바 '주거형' 코미디다. 그런데 이 코미디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우면서 대단히 블랙적이고 다소 B급의 컬트적인 냄새까지 나며 그 유명한 <조용한 가족>의 참한 번외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손재곤 감독이 <달콤, 살벌한 연인>을 연출하며 만들어낸 시퀀스들이 그대로 차용되며 더욱더 손질을 가해서 나온 그림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찌됐든 중년에 접어든 두 남녀의 뻔한 로맨스물로 알고 보았는데, 그런 로맨스가 아니었다 점에서 놀라웠고, 그것은 로맨스가 아닌 그냥 일상의 우리네 30~40대 남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게 한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이들의 사랑이 아닌, 골동품이 맺어준 그 어떤 해프닝 속의 인연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 이층집 악당은 진짜 '악당'이 아니라 '아빠'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사한 집에서도 눌러살게 된다면 말이다. 하여튼 두 배우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와 대사, 그리고 손 감독이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보여준 느낌에 더한 연출까지, 정말 재밌게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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