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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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 '제왕의 생애'를 다룬 소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느낌이 단박에 온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게 되면 그 어떤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속에는 우리가 보통 동양사로 대표되는 중국역사나 우리역사를 통해서 만나본 그 어떤 황제나 군주에 대한 삶이 오롯이 나와 있다. 이미 TV 사극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접해보거나 아니면 인문역사서나 역사소설 등을 통해서 접해본 그림들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는 물론이요, 갖가지 이야기들이 씨날처럼 구성돼 흐름을 좇는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참 매력적이다.

중국작가 '쑤퉁'의 대표적인 초현실 가상역사소설 <나, 제왕의 생애>

바로 이 작품은 중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쑤퉁'이 쓴 역사소설로, 그는 이것은 진정한 역사소설이 아닌 한 편의 꿈같은 이야기이자 초현실적인 가상의 역사적 이야기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속에서는 궁정의 사건과 비빈들, 옛 악기와 음악, 강호를 떠도는 예인들의 삶을 조망하며 인간의 희로애락이 갈마드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호는 이 한 편의 소설을 설날 연휴 동안 틈틈히 읽으며 나름 새로운 기분에 젖어들기도 했는데, 과연 여기서 보여준 '제왕의 생애'는 어떠했는지 간단히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여기 고대 중국의 여러 나라 중에 가상의 나라인 섭국(燮國)이 있다. 섭나라라니 중국 역사에서 그런 나라가 있을까 싶지만, 기원전으로 파고 들어가 정말로 가열했던 춘추전국시대를 보면 없을 것도 없다. 어찌됐든 이 섭나라 섭국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플롯이자 매개체다. 즉 섭국에서 펼쳐지는 각종 사건들이 이야기의 뼈대인데, 어느 왕조들이 그러하듯 여기서도 부왕이 죽고 그의 아들들이 권좌를 잇게 됐다. 순서대로 단문-단헌-단무-단명-단백 순이었는데 장자 단문을 제치고 열네 살의 단백이 권좌를 이어받은 거. 이 소년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수줍고 생각이 깊으며 때로는 결단력을 보이는 소년 제왕 '단백'은 부왕의 후궁을 제거하는 등 나름 권위를 보이려 하지만, 매 항상 불안하고 위기다. 주위의 형들 때문에 권력다툼이 잦아지고, 자신의 할마마마인 황보부인과 모왕후인 맹부인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섭정을 하려 하는 등, 단백에게 있어 이 제왕의 자리는 마뜩찮게 불편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제왕에 오른 섭왕 '단백'의 삶, 그는 광대를 꿈꿨다.

하지만 스승 '각공'을 통해서 자신을 다스리며, 어린 내시로 입궁해 제왕을 보좌하게 된 환관 '연랑'과 친해지면서 그의 제왕적 생애도 차츰 면모를 찾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변방에서 고생하는 군사들을 위무차 순행길에 올랐다가 생고생을 하는 등, 하지만 그런 길에서 연랑과 몰래 저잣거리를 활보하며 나름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다 어느 광대패를 보면서 무언가 자기 안의 끓는 열정을 보게 되는데, 아무튼 우여곡절이 많았던 순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장자인 단문을 강제로 장가보내고 변방으로 성이나 지키라며 쫓아버린다. 이때부터 그만의 세상인양 단백은 제왕의 변모를 더 갖추어 갔지만, 아직도 할머니와 어머니 등쌀에 괴롭긴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자신의 정비인 팽황후를 비롯해 여러 비빈들이 서로 암투를 벌이며 자신이 총애하던 순수하고 아리따운 '혜비'를 궁지로 모든 등, 궁정내 여인네들의 시기와 질투의 비사가 가열하게 펼쳐진다. 이에 단백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그만큼 혜비를 사랑했던 단백은 끝내 그녀를 지키지 못하고, 연랑의 고육지책으로 궁에서 내쫓는 것으로 일단락 짓는다.

한편 섭국의 위협이 되고 있는 팽국의 침략이 계속되는 가운데, 품주 지역에서 서왕 소양이 위세를 떨치며 단문과 결탁했다는 소문이 자자해지고 '머지않아 섭국의 재난이 닥칠 것이다'라는 예언이 계속 들어맞으며 섭국은 위기에 빠진다. 더군다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천회라는 농민반란군까지 일어나 이 반역사건을 제압차 변방으로 내쫓았던 단문을 불러들여 그들을 진압케 한다. 이것이 바로 호랑이를 키운 격으로 단문은 그들을 무찌르고 보무도 당당하게 서왕 소양과 섭궁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때 이미 단백의 할마마마 황보부인은 저 세상으로 떠났고, 광유대장군 단무가 서왕 소양과 짜고 역모를 꾸며 섭국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단백은 그 자리에서 기어가듯 쫓겨나 섭국을 떠나게 된다. 바로 여덟 해 동안 제왕의 자리에서 한 순간에 권위를 박탈당해 쫓겨난 것인데,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이들은 모두 참살돼 처참히 죽었지만, 단백과 그의 내시 연랑은 목숨만은 부지한 채 빠져나왔으니 말이다.

이때부터 단백의 정처없는 유랑 생활의 시작이다. 전혀 알지도 못했던 가렴주구에 빠져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며 일개 평민으로 전락한 그는 연랑과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연랑의 집까지 찾아갔지만 구차해진 자신을 본 단백은 연랑을 놔두고 몰래 빠져나와 홀로 여정을 떠난다. 그러다 자신이 예전 순행길 저잣거리에서 본 광대패를 찾아가며 그만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 광대패를 찾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예전 궁에서 내쫓긴 '혜비'가 기녀가 된 사연을 접하며 만나게 되고, 다시 찾아온 연랑과 어린 소녀 옥쇄를 알게 되면서 이들 셋은 스스로 광대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국 연습해 연습을 거듭하더니 자기 안의 끼를 발산해 예인 광대로써 단백은 줄타기의 왕으로 등극한다. 그 어떤 제왕이 아닌 이제는 줄타기의 왕으로 변모한 그에게 있어 이것은 새로운 삶이자 열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삶의 또 다른 열정은 섭국이 멸망하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것이 단백이 꿈꾸던 진정한 삶이 아니었을까?

가상역사소설 '나 제왕의 생애', 우아하고 환상적인 인생무상 이야기

이렇게 이 이야기는 한마디로 제목처럼 어느 제왕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다. 10대 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올랐던 제왕의 자리가 못내 싫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버텨온 그 제왕의 삶이 어느 순간 광대패를 보면서 자기 안의 삶의 열정을 보며 그는 끊임없이 그것을 좇았다. 결국 나라가 망하는 그 순간에도 그 끈을 놓지 못한 단백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플롯인 것이다. 그러면서 이 소설 속에는 보통 우리가 익숙하게 알려진 궁정내 이야기들인 음모와 배신, 후궁들의 암투와 시기, 반역과 처단 등 이런 그림들이 생생히 펼쳐진다는 점에서 복기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다소 특이한 점이 있다. 역사적 배경이나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옛 군주의 삶을 이야기하며 꽤 몽환적이면서 우아하게 환상적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런 느낌은 다소 수사적인 표현들이 많아 한 편의 운치있는 문학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은 나름 우아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렇다고 그런 표현들이 와 닿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말의 수사적 극치를 보듯 마음의 눈으로만 그릴 수 있는 보석같은 이미지로 투영시키며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이 소설이 보통의 역사소설과는 다른 맛이자 색다른 매력인 셈인데, 결국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책의 저자 쑤퉁이 말했듯이 주인공 단백의 일생은 "비 오는 밤에 놀라 깨어 깨어났을 때의 꿈결 같은 것"이라는 언급처럼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통하는 그 어떤 인생무상에 대한 성찰이자 한낱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바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이 교차되는 그 순간을 여기 제왕의 생애을 통해서 지켜보며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인생의 무상함을 말할지 모른다.

그것이 쑤퉁의 <나, 제왕의 생애>가 보여준 이야기자 우리네 삶의 한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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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호넷 - The Green Horne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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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에서 '액션'이라는 장르 중에서도 '히어로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름 크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시리즈만 봐도 그렇고, 이들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아니면 도시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 시민을 살리는 영웅으로 그려지며 꽤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물론 이런 '맨'시리즈 이외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사람들 상상 속에서 활약을 펼치며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히어로물의 영웅들은 보통 우리와 같은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절대강자가 아닌 꽉낀 슈트를 입고 멋진 가면을 써도 적과 싸우는 와중에도 총을 피해야 하는 다소 임팩트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즉 완전체가 아닌 불완전한 영웅의 모습으로 말이다. 최근 학원 히어로물 <킥 애스>만 봐도 그렇고..

2011년 첫 액션 히어로물 <그린 호넷>,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그러면서 여기 그런 완성되지 못한 영웅의 모습 아니, 불완전한 정도가 아닌 똘끼충만의 꽤 머저리같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묘하게 이목을 끈 영화가 있다. 전작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을 통해서 자신만의 영상미학을 공구리쳐 왔다는 '미셸 공드리'감독, 그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블록버스터급의 액션 히어로물로 탄생시켰으니 이름도 엣지있게 발음좋게 '그린 호넷'이다. 그리고 '그린 호넷'에서 영웅을 맡은 이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이제는 살집이 올라 마치 '잭 블랙'같아 보이기도 한 미국 코미디계의 샛별 '세스 로건'과 아시아의 젊은 미남자에 엄친아 '주걸륜'이 도시의 영웅으로 분전했다. 그리고 그런 영웅을 돕는 섹시한 비서역으로 '캐머론 디아즈'와 영웅에 맞설 악당으로 분전한 '크로스토프 왈츠'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으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철없는 백만 장자,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다! | 우리의 룰대로 세상을 튜닝한다!

미디어 재벌의 외아들인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는 정의로운 언론인 부친과는 달리 매일 파티만 즐기며 소일하는 한량 중에 한량. 하지만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을 받은 그는 부친의 뜻을 따라 처음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다짐한다. 결국 브릿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직원이었던 케이토(주걸륜)와 힘을 합쳐 수퍼 히어로의 삶을 선택하는데! 도시를 타락시키는 악당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브릿과 케이토는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며 눈에 띄는 방법을 택한다. 마침내 완성시킨 엄청난 장비와 화력을 겸비한 수퍼카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거리를 장악한 그린 호넷 콤비는 암흑 세계의 보스 추노프스키(크리스토프 왈츠)와의 전면 대결을 선포하는데…



이렇듯 영화의 줄거리나 구도는 지금껏 히어로물들이 그러하듯 '영웅 대 악당'의 플롯이다. 즉 영웅이 악당이 물리치는 이야기, 이 초딩스런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사골국 우려내듯 유구한 원작 시리즈를 빌어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내는 헐리웃 시장은 역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영웅은 분명 기존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통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초능력자도 아니요, 총을 맞으면 곧바로 죽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인간이다. 그런데 그 인간은 돈이 너무 많아 한량짓으로 허송세월하는 미디어 재벌의 아들 '브릿'(세스 로건)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죽자 그 거대 신문사를 맡게 되면서 그는 한량짓을 그만두고 일에 매진하려 한다. 그런데 놀기만 했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다.

'그린 호넷'의 히어로는 둘, '블랙 뷰티'를 타고 악당의 속을 긁는다.

바로 아버지의 숨겨둔? 비서이자 차량 정비공에 무기 제조술은 물론 무술 실력까지 뛰어난 케이토(주걸륜)가 합세하며, 브릿은 공상에 들어간다. 곧바로 케이토와 함께 그가 만들어낸 범퍼카 아니 '블랙 뷰티'를 타고 밤의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아버지 무덤가에서 동상의 머리를 잘라와 그것을 가지고 신문에 대서특필해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고, 그런 짓을 한 자를 '그린 호넷'이라 명명하며 이른바 '안티 히어로'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한다. 참.. 남는게 돈이요 시간이다 보니 이런 발상을 한 것인데, 그 와중에 범죄학을 전공한 자존심 강한 미녀 비서 '르노어'(카메론 디아즈)까지 가세해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그녀는 '그린 호넷' 콤비의 활동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뭐.. 그렇다고 디아즈가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린 호넷' 콤비 브릿과 케이토는 그 도시의 우범지대로 들어가 '블랙 뷰티'를 타고 무법천지인 그곳에서 제대로 불을 지핀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아니 도시 전체에 '그린 호넷'이 주목을 받게 되자, 그 무법지대의 보스인 '처드놉스키'는 앙앙불락되며 자신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그린 호넷'을 제거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고, 결국에 음모까지 꾸미며 누구와 손을 잡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브릿과 케이토는 미녀 비서 때문에 티격태격 싸우기까지 해 서로가 잠시 떨어져 있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수를 뻗쳐 온 처드놉스키 악당.. 그러면서 이들의 대결은 마지막에 액션물답게 총격전은 물론 자동차 추격씬으로 쫓다가 들어간 그 신문사에서 쏘고 터지고 부수고 아주 제대로 터뜨리며 액션 히어로에 방점을 찍는다.

과연 그린 호넷 콤비는 악당을 무찌르며 영웅으로 등극했을까..
아니면 계속 정체를 숨긴 채 다음 꺼리를 찾아 나섰을까.. 마지막도 뻔한 히어로물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세스 로건'이 분한 히어로, 진정한 모습이 아닌 머저리 영웅이다.

이렇듯 영화는 '그린 호넷'이라는 영웅으로 분전한 두 남자의 활약상을 액션물답게 그린 영화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슈퍼 히어로답지 않다. 특히 세스 로건이 분한 '브릿'이라는 인물은 무술 실력은 고사하고 살집도 다소 있어 외견상 히어로스럽지 않거니와 겁도 많아 기실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한껏 폼만 잡는 품행이 방정맞은 놈으로 리얼 히어로와는 반대다. 더군다나 그가 왜 '그린 호넷'이 되어 이 마구방발식 무람없는 안티 히어로의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개연은 전혀 안 보인다. 그냥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니 제대로 설명이 안 된 셈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영웅들과는 달리 악행을 저질러 악당의 심기를 건드리는 톡특한 전략을 구사하며 살길을 찾는 방식이다. 즉 그는 완전체 영웅이 아닌 것이다.

이에 반해 '브릿'과 다른 느낌으로 주걸륜이 맡은 '케이토' 역. 먼저 이 시리즈가 가장 유명해진 것은 1966년 미국 <ABC>의 TV시리즈에서 케이토 역을 '이소룡'이 맡으면서 부터다. 그 역을 바로 79년생의 홍콩의 또 다른 미남자 '주걸륜'이 맡으면서 새롭게 눈길을 끈 것인데, 소문으로는 이 역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서 한국의 이소룡을 자처하고 싶어한 배우 '권상우'가 맡을 뻔 했다가 언어문제로 고사했다는 후문이 있다. 아무튼 주걸륜이라는 배우는 영화 <황후화>에서 당 고조의 셋째 아들 '이원걸'역을 했는데 눈여겨 보질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강호는 제대로 봤는데, 같은 남자가 봐도 무언가 매력이 물씬 풍기는 배우이자 그런 마스크를 지녔다. 마치 미소년같은 모습도 보이면서도 강인함 보다는 유연함이 돋보이는 게, 참 매력적이다.



여기 극 중에서 중요한 배역인 '케이토' 역은 바로 뒷골목에서 험난하게 자란 덕분에 온갖 무술에 능통, 기상천외한 발명품도 척척 만들어내는 천재이자 브릿의 아버지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그를 도와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게 되는 배역이다. 물론 브릿의 보조로 나오지만 그는 절대 보조가 아니다. 또 '블랙 뷰티'를 계속 운전하다보니 마치 조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브릿과 다른 제대로 된 영웅심리가 내재돼 있다. 그래서 그가 악당을 무찌를 때 시퀀스는 무언가 집중을 하면 시야가 멈춘듯 느려지며, 그는 나비처럼 날아 벌같이 쏘는 신개념의 무슬 액션으로 새로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런 연출은 정말 돋보이게 제대로 볼만했다. 나중에 브릿도 이걸 따라하다가 마지막에 실패했지만, 아무튼 '그린 호넷'에서 제대로 된 영웅은 '케이토'로 분한 주걸륜이 아닐까 싶다. 

'케이토'로 분한 '주걸륜', 매력적인 게 '그린 호넷'에서 그나마 볼만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면서도 또 기존의 히어로물과 궤를 달리하는 느낌이 다분히 많은 영웅물이다. 절대강자도 아닌 절대약자도 아닌 '블랙 뷰티'라는 슈퍼카로 중무장하고 밤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들은 블랙슈트를 입고 배트맨 같은 반면 가면을 썼지만 좌충우돌 악당과 부딪치면 무언가 임팩트한 면을 보이진 않는다. 이게 다 품행제로 '브릿'으로 분한 '세스 로건' 배역 때문인데, 그런 다소 코믹적이고 머저리같은 모습이 불완전체 영웅을 보듯 일견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게 다다. 그래도 명색이 슈퍼히어로를 다룬 블록버스터급이라 표방했다면 기대치가 있기 마련인데, 사실 이 영화는 불친절하게도 꽤 임팩트한 면을 보이지 않았다. 액션씬의 시퀀스도 마지막 장면을 빼고는 다소 평이한 수준이다.

특히 '블랙 뷰티'라는 슈퍼카의 존재도 꽤 복고적인 느낌으로 기실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그 슈퍼카보다 못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도 사실 치밀하지 못하고, 이들의 펼친 악당과의 한판 사투는 여자 비서까지 얽히고 무람없이 전개돼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다. 즉 블록버스터급은 절대 아니고, 소소한 오락 액션물로는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대신에 '그린 호넷'에서 몇 번의 무술씬을 영화적 연출로 색다른 재미를 부여한 '주걸륜'<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서 독일장교로 한 포스한 '크리스토프 왈츠'가 분한 기이한 무법보스의 이미지는 또 하나의 볼거리다. 뭐.. '카메론 디아즈' 누님은 그냥 탱큐고..

아무튼 개인적으로 영화 '그린 호넷'은 사실 '미셀 공드리' 감독의 위명에 못 미친다는 혹평이 있는 걸 안 상태에서 봤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대치를 낮추고, 본 것이라 그런지 그러저럭 볼만했다. 특히 주걸륜의 무술 액션씬은 색다른 재미를 준 백미다. 그렇다면 '케이토' 그가 진짜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브릿'은 전형적인 입만 살은 영웅, 보는 내내 그런 밉상도 처음이다. 사실 히어로물 이야기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시리즈도 간다면.. 다음에 '케이토'를 원톱으로 한번 내세워라.. '세스 로건'은 진짜 아니다. 물론 그게 컨셉이긴 하지만, 역시 이래서 히어로물이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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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1주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매년 두 번씩 찾아오는 민족의 대명절인 한 겨울의 '설날'과 한 가을의 '추석', 온 가족이 고향을 찾아 떠나는 그 여정에는 기분좋은 설레임과 때로는 부담감으로 만나는 우리만의 정이 담긴 문화가 서려있다. 그러면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기폭제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데, 더군다나 올해 설날은 2월 2일부터 6일까지 무려 5일을 쉴 수 있어 벌써부터 반기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소위 방콕족은 물론이요, 그동안 밀린 공부 아니 책이나 드라마, 그래도 제일 많이 찾는 것 중 하나인 영화를 보는 것으로 황금같은 연휴를 보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미 설 연휴를 겨냥하듯 개봉한 우리영화 <조선명탐정>과 <평양성>을 필두로 <걸리버 여행기>, <상하이>, <그린 호넷>등 극장가는 볼거리로 풍성하다. 그리고 TV 안방극장에도 영화가 찾아왔으니, 바로 이름하여 올해도 찾아온 '설날 TV영화 편성표' 되시겠다. 그래서 강호가 신작?들 위주로 간단히 정리해 봤다.



2/2 수요일밤 KBS2 '시라노:연애조작단'을 놓치지 말자.



작년 가을에 개봉해서 200만 이상의 관객몰이를 하며 신개념의 상큼한 로맨스를 선보인 '시라노:연애조작단', 보통 청춘남녀의 '밀당'보다는 연애를 의뢰받아 사랑에 골인하게 해준다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물론 그들의 활약상으로 코치하는대로 움직이는 연애 커플들의 이야기인데, 에피소드 2개로 구성돼 앞부분은 금강 하류쪽 사투리를 어눌한 서울 말투로 바꾼 송새벽이 나와 재미를 선사했고, 초반 이후 이민정과 최다니엘이 덧칠하지 않는 그대로의 풋풋한 연애담을 선보이며 청춘남녀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그러면서 연애조작단내의 또 다른 사랑찾기까지.. 이 땅의 연인들은 복습차원에서 보고, 솔로천국들은 절대 봐서는 안될 영화가 아닐까? ~~


2/3일 '하모니'와 '마더', 우리시대 '모성'을 드라마와 스릴러로 그리다.

 

'하모니'는 개봉 당시 소리 소문없이 인기를 끌었던 영화였다. 특히 주인공으로 나온 '김윤진'이 교정시설 내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18개월이 된 아기를 입양 보내야 하는 상황이 나오면서 눈물샘을 자극했고, 교도소내 갖가지 사연으로 들어온 여성 수용자들이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나 의기투합해 합창단을 만들어 가슴 찡한 하모니를 들려준다는 감동의 드라마다. 특히 여성 분들에게 강추하고픈 영화다.

그리고 또 하나는 너무나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2009년작 '마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꽤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역시 '봉테일' 답다는 극찬을 받으며 지능이 낮은 다 큰 아들과 그 아들을 위해서 살아온 엄마의 어그러진 모정이 그려진다. 바로 아들이 한 소녀의 살인범으로 몰린 것인데,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였을까? 물론 강호도 본 영화지만 다시 보고픈 영화다. 새로운 액션느와르를 임팩트하게 선보인 영화 <아저씨>의 모습에서 색다르게 변모한 '원빈'의 바보연기와 국민엄마 '김혜자'의 모성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재미난 활극 '전우치', 故이태석 신부의 감동실화 '울지마 톤즈'

 

2009년 12월에 개봉하며 화제를 몰고 왔던 한국판 손오공같은 도사의 활약상을 그린 '전우치', 긴 기럭지의 매력적인 간지남 '강동원'이 도사 전우치로 분하며 "어디 나도 한번 변해볼까"로 각인시킨 이 영화는 전우치의 맞수인 화담선생 김윤석과 전우치의 절친 초랭이로 분한 유해진, 그리고 전우치의 여자 임수정 등 볼만한 캐릭터와 화끈한 도사액션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다시 봐도 재밌을 영화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울지마 톤즈'다. 사실 강호는 이 영화를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9월에 정말로 소리 소문없이 개봉한 이 영화가 이제와서 화두가 돼 이렇게 TV로 나오게 됐다. 내용은 바로 아프리카 수단 남쪽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있었던 故 이태석 신부님의 감동실화로 그의 헌신적인 삶을 조망한 일종의 다큐멘트리다. 수많은 종교인들에게 계속 회자되는 '울지마 톤즈', 종교를 떠나서 그분의 희생적인 삶을 한번 되짚어 보면 어떨까..




2/5일 토요일밤 로봇액션의 향연 '트랜스포머2', 3편을 위해 복기.

21세기 최고의 로봇액션 블록버스터라면 단연코 '트랜스포머'다. '마이클 베이'가 제대로 창조해 낸 이 영화는 2007년 1편이 개봉돼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 두 청춘남녀의 주연으로 많은 화제를 만들며 시리즈물의 새로운 기대를 주었고, 2편은 2009년에 그 인물들이 그대로 나와 또 다시 인기몰이를 하는가 싶었는데, 한층 강화된 액션은 둘째치고 '주눅든 상상력'이라는 폄하 속에서 다소 인기를 못 끌었다. 하지만 이렇게 TV판으로 나오게 됐으니 로봇액션의 화려한 볼거리만은 충분하다. 올해 6월 '트랜스포머 3편'이 나오기에 못 본 이들에게 블록버스터급 편성인 셈이다.




작년 한해 작품상을 거머쥔 이창독 감독의 '시', 설 연휴 볼게 많다.

또 하나의 TV영화는 연휴의 마지막 방점을 찍듯 정리하는 기분이 들게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 주연의 '시'다. 영진위로부터 시나리오측에도 못 낀다고 홀대를 받았던 작품이 정작 세계적 영화제인 '칸느'에서는 각본상을 받은 아이너리한 작품, 작년 말 국내 영화제에서도 작품상을 수상하며 인정받은 '시', 그 '시'가 이렇게 TV로 나오게 됐다. 아직 못 본 이들에게 꼭 강추하고 싶은 영화다. 간략한 내용은 강호가 그때 '시'에 대한 단평을 적은 것으로 대신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말들의 향연 시(詩).. 그 시를 통해서 구원을 찾아 헤매는 어느 할머니가 있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살아왔고 그녀만이 추구했던 일상의 뷰티풀한 삶이 어느 순간 뜻하지 않게 무너지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시를 만났고, 그 시 때문에 오히려 괴로워한다. 단지 시상(詩想) 때문이었을까.. 시상을 좇듯 물흐르듯 잔잔하게 그려진 일상속에서 존재적 가치 증명을 향한 몸부림이 곳곳에 배어난다. 그 몸부림은 가슴으로 전한 자기애의 발현이자 희생적 가치 실현의 메타포였다. 그 어떤 고통과 어두움 심지어 더러움까지도.. 그리고, 여기 이창동 감독의 자작시처럼 말이다."

이렇게 올해 설날은 나름 풍성한 TV영화 편성표가 아닌가 싶다. 물론 기존에 명절 연휴 때마다 나왔던 작품들이 보이기도 한데, 예를들면 해운대, 의형제, 7급공무원 등이 그것이다. 그외는 다들 나름 신작들로 공중파 TV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시라노:연애조작단'을 필두로 '하모니', '마더', '전우치', '킹콩을 들다', '울지마 톤즈', '유령작가', '트랜스포머2', '내사랑내켵에', 그리고 마지막 '시'까지.. 물론 이미 케이블을 통해서 또 다운로드 서비스로 거의 본 이들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는 이들에게 이렇게 황금 연휴에 제공되는 TV판 영화들은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고, 물론 봤더라도 다시 보고픈 영화도 있는 법이다.

아무튼 올해도 찾아온 TV판 영화들과 함께, 또 즐겁고 행복한 설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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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 Shangha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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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문구 '초호화 글로벌 프로젝트'가 무색하게 때꾼한 드라마, 공리만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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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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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명탐정'스럽지 못한 탐정극, 대신 김명민과 오달수 캐릭터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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