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쪽 역사에 있어서 무장들의 가열한 권력전쟁을 불러 일으킨 센고쿠 시대(戰國時代, 15세기 중반 ~ 17세기 초), 이 시대에 주요 3인방 하면 누가 뭐래도 순서대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에도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꼽는다. 물론 이쪽의 전문가라면 깨알같은 사건들과 일화들로 점철된 역사적 씨날들을 알겠지만, 일본의 역사에 일천한 이들에게는 이름 석 자 정도만 알고, 그 위명이 대단하다는 것 정도로 밖에 모를지다. 강호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이참게 공부?도 할 겸 알라딘 적립금 만료일에 맞춰서 컬렉했다. 원래는 원작이 '야마오카 소히치'의 역사소설 7권 짜리인데, 역사 만화가의 대가인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그린 6권 극화로 나왔다. 이른바 제목은 전국시대의 풍운아이자 최고의 인물 '오다 노부나가', 우선 역사 만화책이 어떤 식인지 구경부터 해보자. ~~









이렇듯 이 책은 역사만화다. 그것도 우리에게 '전략 삼국지' 만화로 유명한 작가 '요코야마 미쯔데루'가 그려 나름 퀼리티는 있는 셈. 그렇다면 중요한 건 내용인데, 우선 기본 소개는 이렇다. 일본 전후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자매편으로, 근세 일본을 만든 개혁자 '오다 노부나가'의 삶을 그린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오다 노부나가'를 원작으로 해 만화로 재현한 것으로 1989년 일본에서 발매 이래 약 5천 만부가 판매되고 있는 초인기작이다.

그렇다. 15세기 중엽, 일본에서는 무신정권의 최고 통치자인 쇼군의 후계자를 둘러싼 이른바 '오닌의 난'이 일어나며 서막을 알린다. 기존의 정치형태와 계급제도가 붕괴되고 무장들이 힘을 앞세워 투쟁을 되풀이하는 센고쿠 시대(전국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한 격동이 백년이나 계속된 시대가 60년쯤 되었을 때 역사의 한가운데에 뛰어든 천재적인 풍운아로 전국시대의 최고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 그는 혼란기였던 일본의 센고쿠 시대를 평정하며 그의 출생부터 행적과 업적을 이 역사만화 6권은 오롯이 담고 있는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おだのぶなが), 1534년 6월 23일 ~ 1582년 6월 21일)

전국시대 최고의 풍운아 '오다 노부나가', 그의 삶을 만화로 생생히 만난다.

책 뒷편에 이런 말이 있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노부나가는 때려 죽이고,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며, 이에야스는 울때까지 기다린다."라는 문구처럼 이 세 명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성정으로 노부나가의 잔인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가열한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영웅적인 인물 세 명을 지칭하며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노부나가가 찧은 떡방아를 히데요시가 반죽하고 이에야스는 앉은 채로 그것을 먹었다" 처럼 노부나가는 그 기반을 다져놓으며 근세 일본을 만든 개혁자 중에 한 사람인 것이다.

특히나 이런 역사적 이야기에서 노부나가의 천재성이 회자되며 눈길을 끌고 있는데, 그의 천재성은 중세적인 전투방식을 근대식으로 개혁한 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기마무사를 중심으로 한 접근전을 서구세계에 새로 등장한 총포를 도입하여 이를 실전에 배치함으로써 '전쟁혁명'을 일으킨 거. 이와 함께 그는 일찍이 정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정보가 8할, 실전이 2할'이라는 전투의 방정식을 전략의 으뜸으로 삼았으며, 상업을 중시하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장려하여 폐쇄적 농경사회를 개방주의 시대로 바꿔 부국강병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다.

그리고 인재를 등용하는 데 있어서도 파격적이어서,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인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등용이 그 대표적인 예다. 얼마전 강호가 읽었던 일본 역사소설 <노보우의 성>에서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의 부장으로 있던 시절을 회상하며 주군을 평가한 대목이 있듯이 말이다. 뭐.. 여러 말이 필요없는 일본의 근세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사람 '오다 노부나가'. 비록 진중한 역사서는 아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이 역사 만화로 '오다 노부나가'의 삶과 행적의 개요를 간파하는데는 제격이 아닐까 싶다. 봄 기운이 물씬 풍기는 날, 햇볕이 드는 벤치에 앉아 이 역사 만화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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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 Beastl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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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하나의 판타지 무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판타지는 액션과 스릴러가 아닌 지극히 로맨스로 일관하며, 그 어떤 액티브한 활동극을 원한 이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 영화가 바로 <비스틀리>(Beastly)다. 제목대로 어떤 야수의 야성미를 들어낼 것처럼 '야수다운, 야수답게' 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런 비주얼은 사실 없었다. 대신에 유명한 애니메이션 동화 <미녀와 야수>를 원작으로 새롭게 실사판으로 현대적인 재해석했다는 홍보만이 남을 뿐이다. 여기에 전작 SF 액션물 <아이 엠 넘버 포>에서 주인공 '넘버 포'로 살고자 지구로 날아온 외계인으로 나와서, 파란 장풍을 가열하게 보여주었던 떠오르는 신예 스타 매력남 '알렉스 페티퍼'만이 고생했을 뿐이다.

신예 매력남 '알렉스 페티퍼' 주연의 판타지 로맨스 <비스틀리>

왜냐? 그가 이번에는 금발의 매력은 잠깐, 영화내내 피어싱 같은 이미지의 문신 투성이로 점철된 모습만을 임팩트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외적인 모습과 함께 오로지 로맨스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것도 흔하디 흔한 헐리웃판 로맨스다. 소위 '밀당'을 즐긴다는 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야기, 그렇다고 여기선 '밀당'도 없다. 야수의 일방적 사랑을 중점으로 그리며, 여기에 판타지 요소를 가미시켜 주인공 남자에게 마법을 걸어 얼굴을 저런 식으로 만들어 놓고, 그 마법을 풀려면 진실로 너를 사랑해주는 여자를 만나면 풀린다는 미션을 던지며, 이목을 끌었으니 영화 <비스틀리>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모든 것을 잃고 야수가 된 남자,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세상에 맞서다!

그 화려함만큼 어둠이 공존하는 도시, 뉴욕. 완벽한 외모로 완벽한 삶을 누리던 카일(알렉스 페티퍼)은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저주를 받게 된다. 창백한 피부를 뒤덮은 흉터와 문신, 남들과 다른 능력까지- 끔찍한 야수로 변해버린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뉴욕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단 하나의 희망, 린디. 린디를 향한 거대한 위협은 카일의 앞을 가로막는데…


(나.. 너에게 다가설 용기가 없어.. 왜 그러니.. 날 좀 봐봐..)

위처럼 내용은 간단하다. 그냥 얼굴이 흉측하게 변해버린 한 남자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진실한 사랑을 찾는 여정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다. 그렇다며 이게 끝인가? 그렇다. 이게 끝이다. 더이상 볼게 없다. 런닝타임도 90분도 채 안되게 짧다. 그래도 무언가 있겠지 싶은 분들에게 좀더 설을 풀어 본다면..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이렇게 흉물스럽게 변하기 전에 사실 잘 나가는 소위 간지남이었다.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매력적인 외모와 몸짱은 물론 엄친아보다 뛰어나다는 부친아로 돈과 능력까지 완벽히 갖춘 '카일', 하지만 그런 '카일'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는 한 마녀 '켄드라'가 있다. '저 오만방자한 녀석을 내가 혼구녕을 내주겠어..' 바로 그 잘생긴 외모를 한 순간에 그로테스크 흉측한 몰골로 바꿔 버린다.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 '아이 러브 유'를 들어야 하는 미션, 성공했을까?

그리고 마녀는 미션을 던진다. 1년의 시간을 줄테니 '너를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서 그녀로부터 '아이 러브 유'를 직접 듣도록 하거라.. 그렇지 못할시에는 넌 평생 그 몰골로 살 줄 알아라..' 이런 식이다. 그러니 카일 입장에서는 미치고 대성통곡할 일이다. 잘못했다고 빌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결국 돈 잘 버는 아비덕에 어느 큰 저택을 구해서 그곳에서 두문불출 칩거하게 된다. 훈육을 담당할 맹인 가정교사와 함께 살아온 흑인 가정부와 함께 셋이서. 잘 나가던 시절에는 뻔질나게 싸돌아 다녔지만, 지금은 이 몰골로 어디도 나갈 수가 없기에, 그는 밤마다 검정색 후두 점퍼를 입고 배회한다. 자신을 사랑해줄 여자를 찾아서.

바로 찾은 여자가 지난 학생회장 선거 때 3년 만에 처음으로 말을 건넸던 착한 모범생 린디(바네사 허진스). 즉 그녀를 타켓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접근이 아닌, 먼발치에서 그녀의 동선을 좇으며 그녀만의 순수한 매력에 빠져드는 카일. 급기야 그녀의 아비가 사고를 치는 댓가로 린디를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생활이 시작되는데, 물론 카일로써가 아닌 새로운 이름 '헌터'로 그녀를 대한다. 즉 예전의 모습을 기억할까봐 숨긴 것인데, 어쨌든 이때부터 옥상에다 온실을 만들고 그 속에서 꽃도 키우고, 시도 읽으면서 그들은 점점 빠져든다. 하지만 린디는 아직 마음은 열지 않고 헌터를 친구로만 생각하는데, 이에 헌터 아니 카일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녀 홀로 떠나게 된 여행길에 배웅을 한다. 그리고 그 배웅길에서 드디어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는데...



'미녀와 야수'의 캐릭터를 제목처럼 매력적으로 못 살린 '비스틀리'

이렇게 이 영화는 한 남자와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무비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동화 '미녀와 야수'의 원작처럼 한 남자를 야수로 만들어 버리며 나름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그 야수로 분한 '알렉스 페티퍼'의 모습만 눈에 띄게 임팩트할 뿐, 그가 보여주는 사랑의 행위나 동선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어떤 초능력도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밍숭맹숭 하기까지 한데, 그렇기에 그로테스크한 모습 만큼이나 매력적이지 못하게 스토리 전개도 틀에 짜 맞추듯 전개되면서 많이 식상한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야수에게 '사랑해'를 말해 줄 여자 주인공 '린디'의 모습도, 분명 많이 봐온 헐리웃의 섹시녀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으로 일관돼,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다. 물론 꼭 섹시한 게 다는 아니지만서도, 아쉬움은 있다. 즉 착한 순정녀처럼 분했지만, 이마저도 색깔이 없긴 마찬가지다. 다만 마녀 '켄드라' 역의 '메리 케이트 올슨'이 다소 매력적인 히피같은 모습으로 나와 인상적이긴 했다. (아래 그림)

어쨌든 영화는 짧은 런닝타임인지 몰라도 아쉬움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남자가 야수로 변해서 진실한 사랑 찾기의 판타지 로맨스가 그 피어싱 같은 모습만 남았을 뿐, 매력적인 캐릭터나 이야기로 시선을 끌기에는 많이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홍보대로 '강렬하다! 매혹적이다! 치명적이다!, 판타지의 세대교체'가 무람없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이 홍보하며 그려낸 야수다운 판타지 로맨스는 꽤 때꾼하게 그저 그런 로맨스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메시지는 있다. 남자든 여자든 잘난 외모 하나만 믿고 설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거.. 여기 마녀가 언제 당신의 얼굴을 그렇게 바꿔 놓을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카일의 아비까지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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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 The King's Speech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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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각본상, 감독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하며 단박에 이목을 끈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그 제목의 의미처럼 '왕의 연설'이라는 소재로 지극히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 영화는 사실 별 볼 거 없는 영화일 수도 있다. 워낙 우리에게 익숙한 '액션 스릴러 판타지' 등이 소위 판치며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기 때문인데, 하지만 역시 아카데미의 안목은 항상 그래왔듯 이런 휴먼성이 짙은 드라마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니 영화 팬이라면 당연히 안 볼 수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독이나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주인공을 모델로 재현한 왕실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말더듬이왕 '조지 6세'의 콤플렉스 극복기 휴먼드라마 <킹스 스피치>

보통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에 잠깐 졸은 탓인지 몰라도, 조지 6세는 누구?! 라며 영국의 왕실을 자세히 몰라도 20세기 초 대영제국의 위상이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그 때를 조망하는 시대적 배경이 영화에 배어있다. 대신에 그런 배경적 이야기보다는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군주에 자리에 오른 왕의 심정과 모습을 중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왕은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써 국민과 대중을 상대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연설을 밥 먹듯이 해야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말더듬증 증세가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소위 '가오' 안 살게 왕으로써 체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인물을 만나 자신의 고질병을 고치고 그 어떤 인간승리?에 도전하게 되면서, 어찌보면 '버디무비'같은 한 편의 우정의 휴먼드라마를 완성했으니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연합군의 비밀무기는 말더듬이 영국 왕?! 세상을 감동시킨 국왕의 콤플렉스 도전이 시작된다!

때는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버티. 권력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마.이.크!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더더더..." 말을 더듬는 콤플렉스를 가졌던 것!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한 버티와 그를 지켜보는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 그리고 국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 게다가 지금 세계는 2차 세계 대전중! 불안한 정세 속 새로운 지도자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들을 위해 버티는 아내의 소개로 괴짜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만나게 되고, 삐걱거리는 첫 만남 이후 둘은 기상천외한 치료법을 통해 말더듬증 극복에 도전하게 되는데…



이 영화 '킹스 스피치'는 시작부터 제목에 걸맞게 '왕의 연설'로 시작을 하는데, 이게 사람 속이 터지게 만든다. '어부.. 버부.. 부버..' 대중 앞에선 이 사람, 차후 '조지 6세'(George VI, 1895~1952) 왕으로 등극한 '알 버티'(콜린 퍼스)라는 요크 공작은 이렇게 말더듬증이 심한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현시대에도 대중 앞에서 떨고 더듬는 소위 '카메라 울렁증'이 있듯 이런 현상은 낯선 게 아닐 정도로, 이것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계제가 아닌 병적인 치료의 대상이 될 정도다. 그러니 여기 왕의 체통은 뒤로한 채, 국민과 대중 앞에서 연설을 못하다니 이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더군다나 1930~40년대 전세계가 전쟁으로 몸살을 앓던 이때, 한 나라의 왕이 응원군을 자처하며 매일 연설과 독려를 쏟아내야 할 판에, 이렇게 소위 '가오'가 안 살게 구니 영국 왕실로써도 죽을 맛이다. 어디서 저딴 인물이 나왔나 하면서 말이다.

'조지 6세'는 언어치료사 '로그'를 만나 말더듬증 극복에 성공한다.

그러니 이를 지근에서 지켜보는 부인이자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왕비는 더욱더 속이 탄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남편을 도울려고 하지만 다 허사, 그러다 어느 괴짜 언어치료사를 찾아 가게 된다. 그가 바로 실제로 왕을 도와 말더듬증을 고쳐준 인물이었던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 그때부터 이 로그와 버티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물론 처음부터 다 받아들이고 오케이한 버티가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왕족인 자신에게 무람없이 구는 그가 못마땅해 이 언어치료를 버릴까 고민하기도 한 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연설은 더욱더 궁지로 몰리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로그를 찾아가 연습에 매진한다. 그런 와중에 부왕이던 조지 5세가 죽고 이어서 형 윈저공이 왕위에 올랐지만, 형은 국정에는 관심도 없이 오직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며, 본의 아니게 왕위를 물려받게 된 말더듬이왕 '조지 6세'.

결국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시점에서 그간의 매진해온 연습을 보란듯이 대중 앞에서 그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나름의 명연설을 쏟아낸다.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신의 은총으로 이 전쟁에서 승리하자'며 국왕다운 멋진 연설로 자중을 휘어잡은 거. 즉 전세계가 또 다시 대전이라는 화약고에 빠지는 그 상황에서, 너무나 말 잘하는 히틀러에 맞서 국민과 대중 앞에서 자신만의 연설을 성공한 것이다. 이것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어째든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되는 그림들이자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시퀀스다.



이렇듯 영화는 지극히 근엄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왕실을 조망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런 근엄과는 거리가 멀게 말더듬증을 실제 갖고 있었다는 '조지 6세'를 소재로, 한 편의 인간 승리의 휴먼적인 드라마를 펼친 게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요 플롯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어찌보면 영국 왕실의 무대 속 뒷이야기 보다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조력하는 둘의 상황에 치중한 느낌이 많다. 즉 '버디무비'를 보듯 두 남자의 우정 같은 이야기, 그것을 격식이 있으면서도 때로는 재치있게 그리며 절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낸 말 그대로 왕실의 로얄 휴먼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드라적인 이야기다 보니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남우주연상을 탄 '콜린 퍼스'의 완벽한 말더듬증 연기는 정말로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연이었고, 이제는 60이 훌쩍 넘긴 명배우이지만 영화 '캐리비언 해적'에서 그로테스크한 해적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제프리 러쉬'까지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물론 버티의 부인이자 엘리자베스 왕비 역에 '헬레나 본햄 카터'도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킹스 스피치',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우정의 '휴먼드라마'

결국 여기 두 남자를 통해서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 있는 한 남자가 존경받는 왕이 되기까지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실상은 왕과 그 언어치료사의 관계를 마치 남녀 관계처럼 섬세하게 발전시키는 과정에 재미와 메시지가 있음을 견지하게 된다. 즉 괴짜 언어치료사와 어울려 본적조차 없는 왕은 모든 의미있는 관계들이 그렇듯, 처음엔 순조롭지 않았지만 종국에는 왕과 언어치료사가 '신뢰'로 소통하고,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한 유머로 담아내며 그려낸 작품인 것이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다운 작품상에 걸맞은 수상이 나온 것인데, 하지만 이 영화의 내막에는 30여 년 전에 이미 대본이 나왔지만 조지 6세의 아내이자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의 반대로 영화화되지 못한 전언이 있듯이 감추고 싶었던 왕실의 뒷이야기도 하다.


(사랑을 위해서 왕위를 버렸다는 윈저공 '에드워드 8세' 역의 '가이 피어스')

하지만 그 왕실에서 정작 주인공은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켜 왕위를 버리며 주목을 받은 버티의 형 윈저공 '에드워드 8세', 그런데 영화는 실제 역사 속에서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윈저공과 심슨부인의 로맨스가 아닌, 이 로맨스로 인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했던 불쌍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그러면서 그 남자가 안고 있는 말더듬증 컴플렉스를 내세우며, 결국에 본인 스스로 그런 편견에 갇혀있던 '조지 6세' 삶의 그 내밀한 이면과 진실을 통해서 그려낸 것이다. 그것은 지극히 드라마적인 흐름을 유지한 채, 기품있는 클래식한 영상과 음악이 전면을 휘감으며 드라마를 더욱더 품격있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이 영화는 근엄했던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절대 근엄과는 거리가 먼 한 인간의 치부를 드러내며 왕실의 비밀스런 모습을 벗겨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히 코믹적인 상황이 아닌, 실제 '그 남자가 국왕으로 사는 법'을 제대로 실현하는 모습을 통해서 지극히 휴먼적인 드라마로 완성시킨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수상이 아닐 수 없는데, 전쟁보다 마이크가 더 무서웠다는 말더듬이 영국왕 조지 6세. 외모적인 모습만 봐서는 말더듬증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 인물은, 이렇게 영화로 새롭게 부활해 지금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시 영화적 소재론 끌릴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는 지금 영국민의 존경을 받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영화 속 실제 영국 왕실 사진들 아래 링크..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76439&nid=2352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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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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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문학의 발자취에서 이제는 손꼽는 자리에 올랐지만, 아직도 일부 독자들이 그를 '청년작가'라 부르는 문인 중 한 사람. 하지만 죽을 때까지 강력한 '현역작가'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 '박범신' 작가. 그가 90년대 절필 후 다시 재개하면서 글쓰기 유혹에 빠진 채, 최근 신작 <은교>까지 이른바 '갈망의 삼부작'을 완성시키며, 또 하나의 장편 소설을 내놓았으니 그것이 바로 <비지니스>다. 얼추 제목만 봐서는 기업소설 같은 기시감이 들지만, 정작 여기서 말하는 비지니스는 기업상의 일거리가 아닌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이 가열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지니스 즉, 각자 버티며 살기 위해서 매달리는 일을 눙쳐서 말하는 그 '비니지스'를 일컫는 것으로, 여기선 다소 은어적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연 박범신 작가가 말한 그 '비니지스'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여기 한 도시가 있다. 그런데 이 도시는 이름이 없다. 그냥 우리말 자음 'ㅁ'(미음)시다. 위치는 중간 정도에 서해안쪽. 원래는 오래된 한적한 시골 도시였지만, 여기에 간척지 사업에다 각종 개발 바람이 불면서 ㅁ시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지방의 굵직한 도시가 된다. 옆에 중국과의 수출입 교역도 활발해지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이렇게 ㅁ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모 시장은 중앙정부에서도 인정받는 권력의 실세가 된다. 그리고 여기 ㅁ시는 개발이라는 동전의 양면처럼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뚜렷히 양분된다. 즉 신시가지는 강남과 같이 휘황찬란하게 개발돼 장족의 발전을 이루지만, 구시가지는 쓰레기 소각장 등 대규모 매립 단지 조성으로 이른바 '죽음의 도시'로 서서히 변모해간다. 그래서 구시가지에 사는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돈을 벌러 신시가지로 노예처럼 빨려 들어간다.

그 중심에는 여기 주인공인 한 여자가 있다. 남편과 함께 공기 좋고 물 좋은 ㅁ시로 내려왔다가, 구시가지에 정착한 이들로 중학생 아들이 있다. 그런에 '칼라'라 불리는 이 여자는 내일 모레 40을 바라보면서도 그 자태는 아직도 매혹적인 매력을 풍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무기로 매춘을 한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거. 이유는 무얼까? 그렇다. 신시가지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아들의 학원비에다 과외비를 벌기 위해서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천하게 노는 계집 창녀같이 싸게 보이진 않는다. 마치 고급콜걸처럼 때로는 기품있는 자태로 그녀는 그만의 '비니지스'를 할 뿐이다. 그리고 그녀와 관계를 맺은 남자 '옐로'라는 중년 신사도 그만의 비지니스를 갖고 그녀와 관계를 지속하는데, 그 남자는 이른바 대도(大盜)라 불리는 '타잔'이었다.

매춘으로 만난 '칼라와 옐로'를 통해 본 자본의 비애와 갈망 그리고 고독

즉 이 남자는 ㅁ도시에서 잘 살아볼려고 내려왔다가 한 때 잘나가던 횟집이 신시가지 개발 붐으로 구시가지가 나락으로 몰리면서 직격탄을 맞은 거. 부인마저 환경 오염 속에서 지병을 못 이기고 죽고, 하나 있는 중학생 아들은 자폐증 증세로 그의 생활고는 심해진다. 그래서 신시가지에 살고 있는 부자들의 패물과 값나는 물건을 훔치는데, 결국 시장까지 납치하는 등 그런 일에 그녀까지 공범조로 어쨌든 가담돼 인생의 끝자락으로 내몰린다. 이렇게 여기서는 매춘하다 만난 두 남자 '칼라'와 '옐로'를 화자로 내세워 그들이 처한 상황과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즉, 강남과 강북으로 대표되는 마치 양지와 음지처럼 선연히 분리되는 자본의 계급화를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칼라의 동성 친구인 '주리'를 통해서 졸부들의 작태를 보여주고, 칼라의 남편은 전도유망한 법조인을 꿈꾸었지만 희망의 대척점에서 낙오자로 몰린 상황을 그리며 이들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결국 죽을 각오로 옐로가 시장까지 납치하면서 이들 사이는 위기를 맞는다. 물론 이들은 처음엔 나락의 끝자락에서 몸을 탐닉해 만난 사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때로는 파토스적 사랑에 다가가며, 그렇게 그들은 구시가지의 황야처럼 고독과 갈망으로 내닫게 된다. 과연 칼라와 옐로는 어떻게 됐을까? 단순히 해피엔딩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이 이야기는 다분히 메시지적으로 자조섞인 비애감이 물씬 풍기는 매력을 마지막까지 선사한다.

이렇듯 이 소설은 매춘으로 만난 '칼라와 옐로'를 통해서 우리의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길지 않게 200여 페이지로 짧은 편이다. 컴팩트한 양장본 스타일로 이야기도 심플하게 아주 담백하다. 즉 장문보다는 단문의 향연을 보듯 이야기 자체는 꽤 몰입감을 준다. 개발 붐으로 양면으로 갈리게 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축을 이루고, 여기서 살고 있는 인간 군상들을 통해서 자본으로 대표되는 산업화의 몰인정을 가감없이 그려냈다. 그러면서 내던져진 우리네 여자들이 자식들의 과외비를 위해서 몸을 파는 것까지 가버린 그 자학적인 그림으로 자본주의적 슬픔을 대변하는 비애감까지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 이 이야기는 소위 싼티가 아닌, 꽤 품격있게 그려내며 박범신 작가 특유의 수사적 표현으로 이야기를 관조적 욕망과 고독의 자세로 풀어내고 있다.

역시 박범신답다. 결국 제목 '비지니스'가 의미하는 그 비지니스는 절대로 단순한 일거리가 아니다. 이 가열한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투영하듯 매개체로써, 이미 주인이 되버린 '자본' 앞에 우리네 삶의 유일한 전략으로 내몰린 상황이 펼쳐져 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자조적인 비애감과 함께 고독과 갈망을 추구하는 몸부림으로 이 가열한 비지니스 세계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읽기 전 책 표지의 여인이 누구일까 궁금했었다. 그 여인은 바로 주인공 '칼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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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딩 후드 - Red Riding Hoo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또 한 편의 판타지 무비가 개봉돼 영화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인간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실존과는 거리가 먼 어떤 허상이나 불가능한 꿈을 좇는 듯한 가열한 판타지 세계는 아직도 유효하게 진행중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빨간 모자'를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해, 이른바 성인용으로 탈바꿈시켜 색다른 판타지 세계를 선보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동화스런 배경과 기본 플롯이 들어가 있고, 이런 어른동화의 주인공은 '아만다 사이프리드'. 국내 영화 팬들에게는 이미 낯선 배우가 아닌 2008년 <맘마미아>를 필두로 스타덤에 오르며, 이후 <죽여줘 제니퍼!>, <클로이>, <레터스 투 줄리엣>, <디어 존> 그리고 이번에 <레드 라이딩 후드>까지.. 그녀는 이미 영화판에서 이름있는 존재감으로 나오는 족족 주목을 받고 있다.

'빨간 모자' 동화를 각색한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레드 라이딩 후드>

큰 키는 아니지만, 다소 탄탄하고 매력적인 바디에 사슴같은 큰 눈망울로 금발의 머리결을 날리며 스크린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녀가, 이번에는 빨간 망토를 휘날리며 궁지에 몰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빨간 모자' 소녀로 나온다. 그러니 더욱 강렬해 보이기도 하는 것인데, 먼저 이 영화는 전작에서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무비 <트와일라잇> 시리즈 1편을 만든 여성 감독 '캐서린 하드윅'이 다시 메가톤을 잡아 연출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이야기도 로맨스가 들어가 있어 전작과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이야기 자체는 동화의 모티브를 따왔지만, 꽤 스릴동화의 면모로 때로는 공포스럽게 때로는 몽환적으로 그리며 주목을 끌었으니,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빨간모자야, 사랑에 빠지지마…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빨간모자를 쓴 발레리(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마을의 외톨이 피터와 사랑에 빠진 발레리는 부잣집 아들 헨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을 피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했지요. 하지만 붉은 달이 뜬 그날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언니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어요.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신부는 마을 사람들 속에 늑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 있다고 말했어요. 달이 뜰 때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우연히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든 비밀을 풀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고, 달이 뜨는 밤 홀로 산으로 향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발레리 앞에 나타난 늑대인간은 바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에 레드한 매력이 더해진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

어느 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의 중세시대일 것으로 보인다. 깊은 산속에 자급자족하듯 올망졸망하게 모여사는 사람들,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이 마을엔 고민이 하나 있다. 해가 지고 붉은 달이 뜰 때면 나타나는 늑대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떤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제일 예쁜 소녀 발레리의 언니 '루시'가 늑대에게 살해되고 만다. 그 순간 너무 놀란 발레리 가족들, 엄마와 아빠를 위시해서 할머니까지 충격파에 빠진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 중 건장한 남자들이 그 늑대를 잡으러 산으로 간다. 하지만 어느 동굴 속에서 습격을 받아 몇몇 사람이 죽고, 정작 잡은 건 일반 늑대 한 마리 뿐. 그건 그 늑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마을의 공포는 계속되는 가운데, 발레니가 좋아하는 한 남자인 '피터'가 있다. 그리고 그 피터를 대신해 약혼을 청혼한 '헨리', 이렇게 두 남자가 발레리를 두고서 사랑의 결투를 하듯 이들 로맨스도 진행된다. 


(약혼을 청한 좌측의 '헨리'와 소싯적부터 소꼽친구인 우측의 '피터', 두 남자의 대립구도)

그런데 이야기는 어쨌든 이 마을 사람들을 잡아먹는 그 늑대 때문에 공포는 계속된다. 위처럼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한 사랑싸움도 계속되는 가운데, 하지만 발레리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피터'에게 마음이 간다. 그런데 발레리의 동선을 몰래몰래 숨어서 보는 이가 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늑대의 시선을 목표점으로 돌리며 긴장감을 준다. 즉, 누가 그녀를 미행하고 보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늑대가 아닐까? 하는 그런 추리를 하게 만드는데.. 그런 점에서 저 두 남자가 단연코 의심이 가게 된다. 아무튼 늑대 문제가 해결이 안 되자, 어디서 교황의 부름을 받고 온 솔로몬(게리 올드만)신부가 나타나면서 이 마을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즉 솔로몬 신부가 신의 가호로 늑대를 처단해 주리라 믿는 것인데, 그는 자신의 오랜 영감으로 이건 그냥 늑대가 아닌 '늑대인간'이라 명명하며 인간의 탈을 쓴 늑대 잡기에 몰두한다. 이른바 나는야 울프 사냥꾼.. ㅎ


(그림이 이상하게 나왔지만, 마녀로 지목된 발레리를 취조하는 솔로몬 신부, 너 마녀지?)

마을에 늑대인간을 잡기 위해서 덫을 놓으며 바쁘다. 하지만 붉은 달이 뜬 날 마을의 잔치가 벌어지고, 그 현장을 괴수같은 모습의 늑대인간이 급습해 많은 이들을 또 죽인다. 그리고 어느 한적한 장소로 몰린 발레리와 친구 앞에 나타나 발레리와 대화를 나눈다. 물론 친구는 무슨 말인지 안 들리지만, 발레리는 늑대가 말하는 것을 다 알아 듣는 신기?를 지녔다. 늑대인간이 내건 말은 딱 하나다. '나랑 이 마을을 같이 떠나자, 같이 가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거. 이에 너무 놀란 발레리는 이 늑대인간이 분명 두 남자 중 하나일 거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솔로몬 신부는 늑대인간의 탈을 쓴 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발레리 친구의 남동생을 지목하며 가열하게 고문을 가한다. 이에 발레리 친구는 보다못해 솔로몬 신부에게 찾아가, 실은 발레리가 늑대와 말을 하는 게 의심스럽다며 그녀를 마녀로 몬다.

과연 늑대인간은 누구일까? 라는 의문을 던진 스릴러 동화, 볼만하다.

이에 솔로몬 신부는 발레리를 마녀로 지목해 그녀를 늑대인간을 끌어들이는 도구로 삼는다. 그리고 그 순간 또 다시 나타난 늑대인간, 하지만 늑대인간이 들어오지 못하는 성지 안으로 들어간 마을 사람들은 발레리가 계속 늑대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놀라는데, 하지만 발레리는 늑대인간이 같이 가자고 한 제안을 뿌리치며 마녀라는 비판의 멍에를 벗고, 그녀 스스로 늑대인간 찾기에 나서면서 동화속 이야기처럼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찾아가게 된다. 특히 이 할머니는 극 중에서 꽤 비중있는 역할로,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는 이들을 의심케 만든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을 계속 공포로 몬 늑대인간은 누구였을까?

이렇게 영화는 스릴러적으로 긴장감있게 전개를 한다. 즉 늑대인간이 누굴까요? 하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들을 추리케 하는데, 단박에 발레리의 두 남자인 피터와 헨리에게 의심이 가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발레리의 할머니 또한 그렇고, 마을의 몇몇 사람까지.. 그런데 나중에 늑대인간이 누구인지 밝혀질 때는 다소 허망한 기분이 들게 만들기도 했는데, 그것은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영화는 동화 속에서 늑대의 배를 갈라 돌을 집어 넣었다는 우화처럼 그런 시퀀스를 집어넣는 등 재미난 센스도 보인다. 어쨌든 영화 자체는 꽤 볼만하다. 중세의 시대적 배경에다 산속의 세트장에서 올 로케로 진행된 이 마을의 분위기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 공간으로 변모했고, 빨간 모자 소녀로 분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 또한 마음껏 발산이 됐다.

결국 이 이야기는 동화의 원작을 모티브로 했지만 전혀 색다른 분위기로 일관하며 기존을 틀을 깬 방식이다. 즉 한 소녀가 자신도 알지 못했던 늑대인간과 말이 통하면서 종국에는 신의 가호라는 명분으로 나선 신부의 처단으로 마녀로 몰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구하기 위한 두 젊은 남자의 사랑 싸움이 계속 되는 가운데, 늑대인간은 과연 누구일까? 라는 스릴러적 판타지 요소로 시선을 끌고 있다. 물론 그게 다 밝혀졌을 때는 다소 때꾼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예상을 뒤엎는 그림일 수도 있기에 색다른 맛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치 동화의 모티브와 마녀와 늑대인간이라는 판타지의 단골요소를 잘 버무린 결과할 수 있는데, 그와 함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매력적인 비주얼만으로도 끌리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면 혹시 그녀도 늑대인간이었을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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