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에 있어서 전혀 낯설지 않은 임팩트한 인물 중 하나 '칭기스칸' 테무진.. '징'이든 '칭'이든, 그는 광활한 대륙을 호령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사에 족족을 남긴 정복군주로 각인된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댜큐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로도 수없이 리바이벌 되고, 역사 인문서에 소설까지 그의 생애를 조망하는 이야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역사 덕후가 아닌 이상, 자세히 그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냥 광활한 몽골 땅에서 부족간의 전쟁에서 살아남아 권력을 잡고 원나라를 세우며 정복을 일삼았던 군주로 아는 게 다다. 아닌가?! 강호는 부끄럽게도 그렇게만 알고 있다. 물론 그 원나라가 오래가지 못하고, 주원장에게 망했던 명나라로 이어지면서, 이후 명·청의 재미난 역사가 펼쳐지지만.. 사실 원나라 역사 소스에 대해선 다른 시기와 달리 잘 모른다. 이름도 착 달라붙지 않으니.. ㅎ
그런 점에서 서평단으로 운좋게 읽게 된 '조드'라는 역사 책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이 책도 원나라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낸 건 아니다. 이 '조드'라는 역사소설은 온리 '테무진'의 시작과 끝을 다루며, 당시 유목민의 생활상까지 자세히 담아낸 일종의 삶의 서사다. 바로 테무진이 광활한 몽골 초원을 누비며 칸이 되기까지 겪었던 유목민의 생활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전에 책 제목 '조드'는 무슨 뜻일까? 바다의 '조스'도 아니고..
여기서 말하는 조드란? "유라시아 대륙 평원에서 일어나는 대재앙을 일컫는다. 물이 부족한 건조지대에서 겨울철 가뭄과 추위가 겹치며 정점에 이르렀을 때, 유목민의 생명줄인 가축이 한꺼번에 수천 마리씩 죽어나가는 사태를 지칭한다. 섬나라나 해안에 인접해 있는 땅에서 맞이하는 기후적 재앙인 '쓰나미'와 정반대 개념이다."
그렇다. '조드'는 바로 그런 거다. 한마디로 광활안 대지에 가열하게 내려진 대재앙을 일컫는 것으로,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어떤 오마주다. 그러니, 이 단어 뜻만으로도 테무진의 일생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작가 '김형수'는 본 작품의 집필을 위해 몽골 현지에서 10개월 동안 체류하면서 인터넷에 연재를 했고, 공간적으로 몽골 고원 전체를 무대로 하여 주요 사건이 있었던 현장을 모두 답사하면서, 시간적으로는 12세기에서 13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유목민 세계를 알 수 있는 신화, 민담, 역사 관련 서적들을 최대한으로 수집, 정독하며 소설을 완성해냈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광활한 초원을 무대로 펼쳐진 ‘아시아의 중세’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적 노력을 봐서라도, 그냥 끄적여서 쓴 역사소설이 절대 아님을 알 수 있다.
'칭기스칸' 일생을 담은 절정의 서사 '조드', 그 야생의 역사가 펼쳐진다.
바로 '조드'는 '칭기스칸' 테무진의 시작과 끝을 달리는 절정의 서사로 달린다. 테무진의 어린 시절은 물론, 늑대와의 싸움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는 게, 영화적 설정이긴 해도 이 소설은 테무진과 자무카, 그리고 다수의 등장인물이 등장하며 13세기 유목민의 생활모습과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피할 수 없었던 전쟁, 사냥 등의 생생한 모습이 3인칭으로 전개된다.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테무진과 자무카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챕터별로 전개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서사다. 그 속에서 그 시기 몽골 유목민들의 삶과 생활모습, 풍습 등을 매우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소설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한다.
1권
0. 늑대 서사
1. 흰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 바람이 불던 날
2. 발자국 조드
3. 사내들의 행복은 초원에 있다
4. 손금이 보일 만큼의 작은 빛
5. 아내를 위한 전투
2권
6. 비 오기 전의 바람, 늑대 오기 전의 까마귀
7. 늑대병법
8. 자네와 나를 푸른 하늘이 보셨네
9. 저녁에 핀 꽃이 아침에 지다
- 책을 내면서 (김형수)
이렇듯 책은 총 2권으로 돼 있다. 광활한 야생의 대지에 잘 어울리는 '늑대'의 서사로 포문을 열며 독자들을 과거 12세기로 안내한다. 영화의 비주얼을 뛰어넘는 말글의 향연이 주는 상상의 비주얼로 테무진은 그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것이 바로 여기 '조드'가 그려내는 절정의 서사다. 불꽃같이 일어나 불꽃같이 살다간 칭기스칸의 일생이 그러하듯, 제목도 그렇고 또 내용부터가 가볍지 않게 진중하다. 날것 그대로 그 광활한 초원을 무대로 달리며 누볐을 테무진.. 그 중심의 유럽문명이 감춘 광야의 중세가 새롭게 태어난다. 과연 테무진의 시작과 끝은 어떻게 내달리며 당시 유목민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대재앙 '조드'를 통해서 오롯이 만나보자.
아래는 소설가 '황석영' 옹의 추천사다. 이건 닥치고 읽으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ㅎ
"한겨울의 메마른 초원을 엄습한 ‘조드’를 생각한다. 강추위와 찬바람이 몰아치는 대지 위로 눈이 내린다. 습기가 없는 눈은 쌓이지도 않고 바람에 휩쓸려 허공의 모래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대지는 삭풍에 메말라 간다. 동북아시아 변방의 버려진 황야에서 늑대처럼 살아남은 한 사내가 징기스칸이 되어 초원길을 잇고 유라시아 대륙을 통합했던 사실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분단된 남북 코리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세계의 모든 사회적 영역을 포괄하는 상호작용과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의 형성으로 고립된 작은 공동체는 존재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문화 경제 생태적 문제가 전 지구화하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는 지금, 지역화 통합 문제는 과거와는 다른 종류의 영토성의 정치와 결부되어 있다. 김형수의 이 책이 그냥 막연한 문화적 코드로서의 노마드가 아니라 대륙과 동북아의 새로운 시스템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