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양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 미스터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시리즈... 저자의 작품은 두 권만을 읽었다. 워낙에 유명한 작가이고 개인적으로 이 분의 책을 다 읽어보고 싶어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철서의 우리'를 비롯하여 최근에 나온 교고쿠도 시리즈를 전부 소장하고 있지만 시간에 쫓겨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백귀야행 양'을 시작으로 교고쿠도 시리즈를 제대로 읽어 볼 생각이다.


'백귀야행 양'은 교고쿠도 시리즈에 나온 조연들 10명을 주인공으로 본편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독특한 심리를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으로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첫 번째 이야기 열한 번째 밤 '아오안도'는 저주받은 가문 유라가에서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화자... 하리타 겐조는 가문과는 아무 연고도 없는 인물이지만 유라가의 당주의 눈에 들어 재산 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그는 유라가의 물건을 정리하던 중 고서적인 유라가의 일기를 당주에게 보여주고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당주와 하리타 앞에 나타난 유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누이동생이다.


열두 번째 밤 '오쿠비'... 서른두 살의 오타카 아쓰시는 자신을 도와주는 여자에게 성적 충동을 느낀다. 오타카에ㅔㄱ 연애 감정을 불러일으킨 여성에게는 전혀 육체적인 감정을 억누르며 익숙한 상대에게 성적 만족을 느낀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던 여인이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지만 첫날밤에 살해당한다. 정욕에 휩싸인 한 남자는 수시로 죄책감과 시달리지만 그는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하며 불편하게 만든다.  


열세 번째 밤 '뵤부노조키'... 세상에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노인 마키는 어린 시절 자신으로 인해 소중한 병풍에 흠집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후 집안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허무하고 꺼림칙해도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고 욕망을 채운데 시간을 보낸다. 결국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바닥 같은 삶을 살지만 스스로의 삶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병풍 속 자신을 보았던 존재를 다시 보게 되는데 그곳에는 비참한 모습을 한 여인이....


열네 번째 밤 '기도'... 젊은 시절 혼자되어 자식을 위해 희생한 엄마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들은 죽은 어머니 곁에서 밥을 먹는 자신은 사람도 아니라고 느낀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이 저래도 좋은가 싶은 행동을 하며 인간이 무섭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무대에 서 있는 것은 나 혼자이고, 나 이외의 모든 것은 판자에 그려진 배경이다. 어느 쪽이 진짜 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내가 진실이다.                  -p208-


열다섯 번째 밤 '아오사기노히'... 저속한 대중소설을 쓴다고 말하는 화자는 연고도 없는 시골 오두막에 산다. 전쟁으로 인해 새장 속의 새라며 글쓰기를 포기한다. 헌병이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에 불안감을 느끼는데...


열여섯 번째 밤 '하카노히'... 오래전 석연치 않은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은 남자는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을 찾는다. 자연환경을 조사하는 일을 하던 아버지가 발견하셨다는 성가신 물건이 무엇인지... 물건을 찾기 위해 진실의 장소에 가는데....

 

 

열일곱 번째 밤 '아오뇨보'... 말이 없는 아내와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난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아주 서툴다. 그는 잠시 금속을 다루다가 대을 이어 목공 일을 한다. 상자를 만들어 돈을 벌고 싶었다고 자신을 변명하던 남자는 아내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 자식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모른 체 외면하며 오직 상자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열여덟 번째 밤 '아메온나'... 부모님의 액땜을 가지고 태어난 아카기 다이스케는 액운을 없애기 위해 갓난아기 때 밖에 버려지지만 갑자기 내린 비에 그를 발견한 마을 유지에 의해 서로 반쪽짜리 연을 갖게 된다. 조직의 똘마니로 살고 있는 그는 비 내리는 날에 낸 용기를 내어 세 명의 여인?을 나름 도와주지만 그의 도움은... 세상에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순간이 있고 말도 안 되는 미신으로 인해 고통 받을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야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서글프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열아홉 번째 밤 '자타이'... 집에 아픈 어른이 있고 가족들과 생활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하는 사쿠라다 도와코는 뱀을 끔찍이도 무서워한다. 기모노를 입기 위해서는 반드시 메야 할 끈이 뱀으로 보여 도저히 기모노를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뱀에 대한 그녀의 무서움은 엄청나다. 어렵게 호텔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된 도와코는 자신이 눈에 띈 뱀에 놀란다. 그녀가 가진 뱀에 대한 공포에는 어린시절 자신의 실수로 생긴 일이 원인이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돌릴 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은 실수로 인해 뱀에 대한 공포가 그녀를 지배한다.


"기억이란 애매한 것이로군요.".... "쉽게 왜곡되어 버리지요. 슬쩍 바꿔치기 되기도 하고 가로채이지기도 하고, 사람의 머릿속은 엉성한 거예요."                  -p469-

스무 번째 밤 '메쿠라베'... 에노키즈 레이지로는 물고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남자다. 그의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은 타인의 체험과 연관이 있는데 신체적으로 약한 부분으로 다른 사람들은 절대 보지 못한 것을 그는 본다. 수많은 눈들은 모두 레이지로의 눈이다. 그는 성인이 되며 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으로 탐정이 되기로 한다.

 

 

 

누구나 크기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비밀은 갖고 있다. '백귀야행 양' 안에는 자신의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독특하면서 인간의 마음이, 생각, 행동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면의 모습이 쫄깃한 공포감을 느끼게 해주는 재미가 있다. 교고쿠도 시리즈는 이제 시작이라 앞으로 만나게 될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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