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 - Walkslow's Reply
윤선민 지음, 김홍 그림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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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이 많은 책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어제와 오늘은 분명 다르다. 똑같은 매일 속에서 서서히 지쳐가고 힘들어질 때 그 속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당신만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다'는 웍슬로닷컴(walkslow.com)을 찾은 사람들의 고민과 답변, 웍슬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누군가의 비밀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읽게 된 책이다.

 

 

그리 싹싹한 딸이 되지 못해서인지 엄마랑 아직까지 한 번도 함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예전에 대학로 공연을 한 번 같이 본 적이 있는데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시면서 안 좋아하셔서 다음부터 엄마와 함께 둘이서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것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헌데 이 글을 보면서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긴다. 엄마가 더 늙기 전에 좋은 추억을 더 많이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하고 좋은 딸은 못 되지만 갈수록 주름살이 늘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깝기에 조만간 영화관으로 엄마와 함께 나들이 갈 생각이다. 책에서는 아버지와 영화를 본 딸의 이야기가 나와 이 모습을 상상 가슴이 따뜻해진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말을 너무나 쉽게 쓰고 듣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애쓴다. 돈이 많으면 행복 또한 저절로 따라 온다는 생각을 쉽지만 행복이란 것이 돈과는 별개다. 행복하려고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왜 이리 아프고 쓰라리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은 의미가 없다. 돈 만을 벌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들여다보며 조금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아도 괜찮다. 무엇이든 결과로 말하는 것이지만 인생이란 것은 결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생은 결국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이며 현재를 즐기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내가 한 번씩 뱉어낸 말이기에 살짝 웃음이 났다.

 

 

인생은 선택의 결과다. 내가 현재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달라진다. 알면서도 쉽게 고치기 힘든 게 사람의 습관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해 귀중한 시간을 그냥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즐거움은 접어둔 채 미래를 위한 시간만을 보내는 것 역시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미래에 누려야 할 즐거움을 구분할 줄 아는 법이 진짜 어렵다는 말에 저절로 공감이 간다.  

 

나의 소원 중 하나가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자는 말이 있지만 멋진 인생이란 결국 나이를 먹어가면서 보이는 면이 많다. 돈이 많고, 명예, 권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멋진 인생은 주위를 돌아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고 기꺼이 그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는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멋진 나이 듦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하게 된다. 현재의 시간, 현재의 모습에 감사하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을 가지고 멋지게 늙고 싶다. 

 

총 열개의 키워드를 통해 풀어낸 짧은 글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공감을 일으키지 않은 것들이 없다. 수시로 내가 생각하고, 느끼던 것들이지만 사는 것에 바빠 제대로 들여다 볼 시간을 미처 갖지 못한 이야기라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일관성의 문제다


말과 행동이, 저번의 말과 이번의 행동이,

그리고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일관성을 보이기 시작할 때,

그때 비로소 어른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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