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그릇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8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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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인 '모래그릇'을 드디어 읽었다. 저자의 작품은 '점과 선'을 읽었던 것이 전부인데 저자가 왜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몰랐다. 이유도 궁금했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라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전차 조차장에서 남자의 시체가 발견이 된다. 얼굴 전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중년의 남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이마니시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된다. 탐문수사 끝에 사건 전에 두 명의 남자가 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중 한 명에게서 특정 지역의 지방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것과 '가메다'란 특정 단어를 사용했다는 걸 알게 된다. 가메다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전부 찾는 수고를 했지만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게 된다.

 

진전없는 사건에 힘들어 하는 이마니시는 집에 들렸다가 아내가 보던 잡지책을 보게 된다. 잡지책을 통해 가메다란 단어가 이름이 아닌 특정 지역을 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와 동료 형사는 미리 현지 경찰서에 연락을 취한 정보를 토대로 직접 그 지역으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의문스런 남자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단서를 찾을 수 없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전차역에서 우연히 진보적인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누보 클럽'의 핵심 인물들을 보게 된다.

 

살해된 피의자의 신원을 토대로 그의 과거를 추적해 보아도 전혀 범인에 대한 단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왜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었는지.... 자꾸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이런 와중에 이마니시의 집근처로 새로운 사람이 이사오고 그런 사람을 휘파람으로 불러내려는 의문의 남자의 모습이 포착된다. 여기에 동생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이사하는 여인까지... 각기 다른 여성 두 명의 살인사건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인물이다.

 

범인을 찾아내는 머리를 써야 하는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다. 어느순간 뻔히 보이는 인물이 아니라 저 사람이 범인일거란 생각이 드는 남자가 범인으로 밝혀진다. 범인이 왜 그런 끔찍한 살인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밝혀지는 진실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어렵게 쌓아 온 명성과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거의 인물을 지우고만 싶었던 남자.... 남자의 마음속에 어느정도 명예욕과 금전욕이 없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부모를 통해서 자식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우리나라는 물론이지만 일본은 더 심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의 배경이 1960년대 2차 세계대전 이후 한창 혼란스런 상황에 놓여 있는 일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에는 군사정부에 의해 여러가지 경제개발 정책으로 한창 잘살기 운동이 활발하면서도 세대간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으로 인해 비인간화에 대한 비판이 높았던 시기였다. 일본 역시 우리와 같은 세대간의 갈등, 사회적 편견과 차별, 대립 등이 한창 팽창해 있던 시대라 살인범이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자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모습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그로인해 범인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회파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마쓰모토 세이초... 일본 문학의 거장이란 칭호를 받고 있는 저자에 작품에 아직은 깊은 재미를 못 느꼈기에 다른 작품은 어떨지.. 찾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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