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늘 - 안정효 장편소설 나남창작선 101
안정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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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책을 읽고나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적은 없었다. '불륜'을 '예술'로 승화시킨 심리소설의 결정판이란 글에 혹 마음이 동해서 신청한 책이다. 허나 책의 초반부터 주인공 서구찬이란 인물에 대해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흔한 말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지만 서구찬 인물은 오직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덜 자란 인격의 소유자란 생각이 들었다. 

 

출생의 아픈을 가지고 있는 남자 서규찬... 그가 처한 상황은 분명 행복해지기 쉽지 않을뿐더라 각기 다른 형제들 속의 쟁탈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이런 그가 한 여자를 만나고 그녀에게 바라는 모습은 현실 속 인물이 아니다. 정숙하면서도 고상하고, 섹시하면서도 순진하고, 때론 요부 같으면서도 요염하고, 정숙하면서도 부도덕한 면 등을 가지고 있는 한마디로 어디 그런 여자 있으면 여자인 나도 한번 보고 싶은 여자를 원하고 상상하고 그럴거라 믿음을 가지고 사귄 재명이란 여자와 결혼 한 첫날 밤에 꿈이 깨지면서 두 사람에게 사실상 불행은 시작된다.

 

남한테 보여지는 명함에는 떡 하니 압구정에 위치한 백화점 사장이지만 그는 카리스마 넘치며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는 사장의 모습은 없다. 양아버지로부터 받은 백화점마저 배다른 형에게 빼앗길 판국에 낚시를 떠나며 종적을 감추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여준다. 막연하게 어릴적부터 자살을 동경?했던 습관처럼 이번 낚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떠났지만 그곳에서 만난 한 전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복잡하기만 한 그의 삶이 보여진다.

 

군대 간 애인과의 육체관계도 있으니 낯선 곳에서 만난 유부남 서규찬에게 끌려 결혼 전에 추억쯤 하나 만들어 보려고 성관계를 가진 여자 수미... 수미의 당돌한 모습이 오히려 거부감 없이 느껴지고 아내 재명에게 고집했던 모든 조건들을 생각할 필요없는 수미에게 빠져드는 서구찬... 이들의 사랑이 불륜이 아니고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난 모르겠다.

 

한 전무에게 재명이 말한 것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상대도 결국 생활이란 틀 안에 들어가면 무조건 행복하고 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순수하게 사랑만 원하던 수미 역시 1년, 2년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 아니라 소유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이것이 현실 속 사랑의 모습일거라 느껴졌다.

 

솔직히 기대만큼 재밌게 읽지 못한 책이다. 아무리 불륜을 조장하고 애인 한명 있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서구찬 같이 대책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게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냥 아침드라마의 통속적인 이야기를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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