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대 1
박경리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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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흑백영화를 보듯 '녹지대'를 읽었다. 문학을 한다는 사람이나 그 일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이는 명동의 음악 다방 '녹지대' 사랑으로 인해 아픔 청춘 남녀의 사랑뿐만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故박경리 선생님을 빼고는 한국문학을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1964년  6월부터 1965년 4월 말일까지 부산일보에 연재 되었던 장편 소설로 47년 만에 깨어난 박경리 선생님의 미출간작이다. 분명 연애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젊은 시절 어쩔 수 없는 열정으로 인해 고뇌하고 좌절하며 아파하는 청춘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다고 느꼈다.

 

'녹지대'의 주인공 '인애'는 9살때 그만 6.25 전쟁으로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다. 부유한 대학교수인 작은아버지 집에서 생활한다. 시인을 꿈꾸지만 마음 속 깊이 외로움을 간직한 인애는 스스로를 바람이 길러준 아이라고 칭한다. 그녀의 외로움의 원천은 '김정현'이란 남자다. 김정현이 인애에게 아픔만 안겨주는 대상이라면 친구인 '은자'는 인애에게 힘이 되는 둘도 없는 친구다. 미군과 살면서 남동생과 자신에게는 돈만 보내주는 엄마지만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심한 슬픔과 배신감에 휩싸이게 된다. 은자는 자신의 오랜 남자친구인 허약하지만 바른청년 '박광수'와의 인연은 끝이 보이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인애가 살던 큰아버지 집에는 인애와 한살 터울의 사촌 하숙배가 있다. 인애가 가지고 있는 깊은 외로움과 고독을 그녀는 느끼고 알고 있다. 허나 대학교수인 아버지 하흥수에게 항상 사랑을 목말라 하는 어머니와 냉소적인 아버지를 통해서 가정이 주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인애의 상처까지 보듬어 줄 여력이 없다. 숙배 역시도 유부남에 조각가로 살아가는 민상건을 사랑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주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아프고 힘들어 한다.

 

'녹지대' 나온 인물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에 목말라 하고 힘들어 한다. 왈가닥 기질을 보이는 하인애와 윤은자, 하숙배의 20대의 사랑이나 민상건, 한철, 하흥수와 그녀의 아내 최경순과 한박사 같이 중년에 있는 사람들 역시도 사랑 때문에 힘들고 아파하며 고뇌하고 좌절한다.

 

TV이를 방송되는 쎄시봉 열풍에 힘입어 음악다방 '쎄시봉'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살면서 한번도 이름있는 음악다방이라고 불리우던 장소에 가 본적이 없어 추억은 없지만 '녹지대'를 읽으며 그 시대의 음악다방에 내가 한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결코 47년 전 작품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사랑이란 주제 자체가 시간을 초월한 남녀간의 근본적인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이야기라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

 

요즘은 사랑도 인스턴트 같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물질만능이 우선시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던 시절의 사랑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녹재대를 통해서 우리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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