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쪽
삶이란, 위험을 모르기 때문에 살아낼 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눈가리개를 하고 태어난다.

표범의 출현은 경건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내 안에서 어떤 성스러운 감정이 올라온다.

녀석이 고개를 들고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표범은 티베트의 풍경을 상징하는 문장 같은 것이다. 
황금색과 청동색으로 모자이크된 털은 
낮에도 속하고 밤에도 속하고, 
하늘에도 속하고, 땅에도 속한다. 
표범은 능선, 만년설, 협곡의 그림자, 하늘의 크리스털을 접수했고, 완만하게 경사진 들판에 내려앉은 가을과 정상을 덮고 있는 영원한 눈, 비탈에서 자라는 가시덤불, 쑥 덤불, 폭풍우에 숨겨진 비밀과 은빛 구름, 금빛 초원,
크리스털 얼음 침대보 가젤의 최후와 티베트산양의 피, 이 모든 것을 접수했다. 

표범, 그들은 온 세상의 털 밑에 몸을 숨기고 살아왔다. 
표범, 그들은 예술품의 표현들로 옷을 입었다.
눈의 정령인 눈표범, 
그들은 지구라는 행성의 옷을 입었다. - P153

삶이란, 위험을 모르기 때문에 살아낼 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눈가리개를 하고 태어난다. - P155

"‘자연 사랑‘이란 건 사냥꾼들이 그냥 하는 소리야." 
뮈니에가 말했다.
"사냥꾼들을 한번 미술관에 들여보내봐." 내가 말했다.
"아마 예술을 사랑한다면서 벨라스케스작품을 박박 찢어버릴걸. 자신을 사랑한다며 자기 입에 총알을 박아 넣는 자는 없으니, 그게 이상한거지."  - P158

이 사진에는 몇 가지 교훈이 숨겨져 있다. 

우선 자연 속에서 우린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시선은 늘 가장 단순한 것을 향하게 되어 있고, 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다. 성인보다 제약을 덜 받는 아이들은 사물의 뒷면과 접힌 주름 속에 감춰져 있는 것들도 포착해낸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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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쪽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표범은 대략 5,000마리다. 
통계적으로 보면, 표범 모피 코트를 걸친 사람들의 숫자가 그보다 훨씬 많다. 

동물의 세계에선 이웃하여 살면서, 
서로의 삶을 인정한다. 
하지만 서로 친구가 되진 않는다. 
이웃하며 지내되, 뒤섞이진 말기. 
참으로 무리의 삶을 위한 좋은 해결책이다. - P119

인간이 자연을 모욕하는 태도에 진저리를 치는 뮈니에지만, 그래도 그는 아직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 애정을 품고있었다. 첫눈에 마음이 통한다고 확신이 드는 사람들을 위해 감정을 남겨둔 것이다. 나는 그가 이렇듯 목표한 대상에만 사랑을 적용하는 데에 감탄했다. 정직한 사용법. - P125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표범은 대략 5,000마리다. 
통계적으로 보면, 표범 모피 코트를 걸친 사람들의 숫자가 그보다 훨씬 많다. 

눈표범은 아프간의 파미르 고원에서 동부 티베트까지, 
또 알타이에서 히말라야까지 중앙 산악지대 안에 은신하고 있다. 분포 영역은 세계의 지붕에 도전했던 역사적 모험들의 지도와 상응한다. - P142

세대마다 각기 추구하는 우아함이 있고, 
시대마다 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는 법이다. 
우리 시대가 팬티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듯이. - P149

그의 사진만 보고 있으면, 자칫 우리가 에덴에 있는 줄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동물의 세계에서 탐미적인 태도만 취한다고 비난하지. 하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재앙의 증거는 이미 충분히 보고 있잖아! 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그게 내가 할 일이야."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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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쪽
인간은 80억이다. 그리고 표범은 몇 천 마리밖엔 남지 않았다. 인간은 더는 공정한 게임을 벌일 수 없다.

영하 20도, 그들과 다른 우리 인간들은 이 혹독한 지역을단지 지나가기만 할 뿐인 것으로 운명 지어졌다. 지구 대부분의 지면은 인간 종족을 위해 열려 있지 않았다. 인간은 적응력이 아주 미약하고, 아무 데도 특수화되지 않은 종족이다. 하지만 치명적 살인 무기인 두뇌 피질을 갖고 있었다. - P100

인간은 어디든 정박할 수 있지만, 그러나 어디서도 절대로 만족할 수 없게끔 운명 지어졌다. 그래서 언제나 동시에‘를 꿈꾼다. 하지만 ‘동시에‘는 생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심리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또한 정치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다. - P101

인류사의 천재들은 일탈하지 않고, 오직 한 길만을 선택한 자들이었다.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고정관념‘을 천재의 조건으로 보았다. 
...
후세에 뭔가 하나라도 전해주길 바란다면, 이것저것 온갖것을 다 끌어들이지 않는 게 낫다. - P102

세상의 많은 장소 중에는 그 이름만으로도 
꿈을 꾸게만드는 곳들이 있다. 
그리고 창탕이라는 지명은 내게 그 기능을 충족시켜주었다. - P105

야크가 군주라면, 눈표범은 여신이다.
곧 무한한 우주는 인간의 배수구가 될 것이다.
인간은 80억이다. 그리고 표범은 몇 천 마리밖엔 남지 않았다. 인간은 더는 공정한 게임을 벌일 수 없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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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탕 고원이 다가왔다.
...

평균 해발 5,000미터에이르는 티베트의 심장, 티베트 고원 중에서도 가장 높고 혹독한 지대로서, 늪지대가 많은 창탕고원은 면적이 프랑스 크기만 하며, 북쪽의 쿤룬산맥과 남쪽의 히말라야산맥 사이에 위치한다. 이 지역은 극도로 가혹한 환경 탓에 전문 기술관리 집단이 국토정비라는 명목으로 행하는 공간 황폐화 작업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 지역엔 아무도 거주하지 않고, 유목민 몇부족이 지나다니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마을 하나, 도로 하나볼 수 없다. - P87

영양들이 목덜미 주위를 둘러싼 빛을 보고 있자니, 지구에서 인간이 지나간 흔적 중 하나는 싹쓸이해서 없애는 능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정의하는 철학적인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

인간은.....… 청소기다. - P90

‘이곳의 비탈들은 마치 세상에 대해 글쓰기를 마친 하느님이 펜을 내려놓다가 실수로 잉크병을 쏟으시는바람에, 검은색의 나뭇결무늬로 줄을 그으며 흘러내린 잉크처럼 보였다.‘ - P98

협곡들이 좁고 어두운 복도들을 열어 보였다. 
그 협곡들은 세 부류의 종족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명상가, 탐험가, 밀렵꾼. 
우린 첫 번째 범주에 속한 자들이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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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동아리 내년 활동 안건에 대본집 읽기를 내가 제안했다. 한동안 낭독 모임으로 진행을 했었고, 그 즐거움을 이번에는 대본집으로 다시 살려보자는 취지다. 너무 좋은 대본집이 많아서 고민을 거듭하다 출판된 작품들을 골라 후보작을 선정했고 현재 투표 중이다. 내가 읽고 싶은 작품이 당첨 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쏠쏠하다. 후보작 모두가 좋지만 아래에 붙여두기한 작품들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후보작들 중 하나를 낭독한다면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진행방식은 그날 참석한 사람끼리 배역을 나누고 낭독하는 것. 감정을 실어 연기를 해도 좋고, 그냥 읽어도 좋다. 아무렴 어떠랴. 좋은 대사를 내가 던져보는 것만으로, 우리가 함께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즐거움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냥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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