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랴예프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 야생동물 집단을 본질적으로 가축화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걸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생각해냈다.
신체적 특성을 위해 번식시킨 것이 아니라 오직행동을 위해서, 즉 인간에게 상냥하게 구는 동물이 번식할 수있게 선택한 것이다.
가축화와 관련된 다른 모든 변화는 그에따른 부산물이었다.
리처드는 인지도 가축화의 또 다른 부산물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개가 가축화된 결과로서 인간의 몸짓을 읽는 특별한 능력을 우연히 발달시켰다면, 실험군 여우 역시 인간의 몸짓을 읽는 게임엣니 대조군 여우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했다. - P112
우리의 실험은 둘 다 같은 해답을 가리켰다.
벨랴예프의 실험으로 인간의 몸짓을 읽는 여우의 능력에 변화가 발생했다. 그변화는 실험적인 가축화가 직접 만들어낸 결과였다.
가축화, 가장 다정한 여우를 선택해서 번식시킨 결과 인지적 진화가 이뤄진 것이다. - P123
실험군 여우의 경우에는 선택적 번식이 유전적 진화로 이어져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우리가 여우인듯, 두려움은 우리와 상호작용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로 바뀌었다.
여우의 감정에 변화가 일어나 우리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인간에 대한 집중적인 사회화가 없으면 다른 여우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능히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P124
이 우호적인 늑대가 신체적 변화를 겪기까지는 여러 세대가걸리지 않았을 것이다.(여우들의 모피 색은 여덟 번째 세대에 이미변화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곧 늑대는 더 이상 늑대처럼 보이지않았다.
많은 늑대가 털이 얼룩덜룩했을 테고, 심지어 축 처진귀나 말린 꼬리를 가진 늑대도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 인간은이 대담한 늑대를 그리 환영하지 않았겠지만, 늑대로서는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는 이득이, 쫓겨나고 괴롭혀지고 이따금살해당하는 불이익을 능가했을 것이다.
불과 몇 세대 후에 형태 변화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즉시 이새로운 늑대 또는 원시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많은 현대 사회에서처럼 이 최초의 ‘동네 개‘는 무시당하거나 가끔 먹거리가되거나 심지어 어렸을 때는 애완동물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인간이 주도적으로 늑대를 가축화하지 않았다. 늑대가 그들 자신을 가축화한 것이다.
최초의 개를 탄생시킨 것은 인간의 선택이나 교배가 아니라 자연선택이었다. - P127
"실례합니다만", 50대 후반의 남자가 말했다.
남자 곁에는 그의 아내와 또 다른 부부가 앉아 있었다.
"그 개 박사 맞으시죠?"
사람들이 나를 ‘개 박사‘라고 부를 때마다 그들이 분명 나를 어떤 유명인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인간의 인지적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종을 연구하는 진화인류심리학자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금세 따분한 표정을 짓는다.
"네, 맞습니다." 요즘은 그냥 이렇게 말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P133
그 같은 일이 보노보에게 일어났을 것이다.
이 자기가축화의 주된 동력은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식량을 안정적으로 얻을수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침팬지의 숲과 비교했을 때 보노보의 숲에서는 유실수에 더 많은 과일이 달려 있을 때가 더 많았다는 증거도 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보노보는 먹이를 두고 고릴라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콩고강 이남에는 고릴라가 살지 않기 때문이다.
열매가 부족할 때 침팬지는 땅으로 내려와 열량이 낮은 풀에 의존해야 하므로, 같은 풀을 주식으로 하는 고릴라와 경쟁하게된다. 이로 인해 침팬지 암컷들은 매일같이 함께 지내기가 매우어렵다. 나눌 음식이 부족할 때는 사회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 저열량 먹이를 두고 경쟁할 고릴라가 없고 애초에 과일이 풍부한 환경에서 보노보 암컷들은 사교성을 높게 유지할 여유가있다. 보노보 암컷들은 침팬지 암컷들 사이에선 볼 수 없는 강한 유대를 형성한다.
보노보 암컷들은 이 강한 유대가 성공의 비밀이다.
암컷 한마리는 수컷보다 힘이 세지 않지만, 누가 괴롭힘을 당하면 친구들이 모두 달려와 그 암컷을 지켜준다.
이런 식으로 암컷들은힘을 합쳐 수컷의 공격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한다.
수컷 보노보는 암컷에게 짝짓기를 강요하지 못한다. 그 결과 암컷 보노보는짝짓기 상대를 훨씬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암컷들은 불량배가 아니라 친절하고 평화로운 수컷을 좋아한다. - P147
테스트 전후에 채취한 타액 샘플을 비교해보니 우리의 예측이 옳았다.
수컷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와 음식을 나눠 먹어야 했을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다. 수컷 침팬지들은 그테스트를 공유의 기회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 몸을 달궈야 하는경쟁으로 인지한 것이다.
반면에 보노보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조금도 증가하지 않았고, 대신에 코르티솔 수치가 급등했다. 보노보는 그 테스트를 이겨야 하는 경쟁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사회적 상황으로 인지한 것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시시한 말을 지껄이는 남녀들처럼, 보노보는 그런 유형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놀이를 하고 심지어 서로 껴안는다.
보노보의 생리 구조는 먹이 경쟁을 위해 설정된 것이 아니다. 경쟁은 자칫하면 공격으로 이어진다. 대신에보노보는 갈등을 막고 공유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우리 예측이 옳았다. - P151
우리는 보노보와 침팬지를 통해서 유연한 협력에는 관용이필요하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침팬지는 먹이를 얻으려면 협력해야 한다는 걸 이해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감정에 휘둘려 협력이 결딴났다. 이로부터 간단하지만 강력한 생각이 나온다.
인간은 극도의협력주의자가 되기에 앞서 극도의 관용주의자가 되어야 했다.
이 관용은 더 복잡한 형태의 사회적 인지들보다 먼저 진화했다.
사냥 계획을 세우거나 은신처를 찾을 때 집단 활동에 매진하거나 심지어 남이 전하는 말을 참고 들을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추론적 사고, 계획 수립, 조정 기술 따위는 거의 쓸모없게된다. 이 정교한 행동들을 가능케 하는 뇌는 물질대사에 많은에너지가 들고, 따라서 개인의 생존에 즉시 도움이 되지 않으면진화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고유한 형태의 협력적 인지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이 더 관용적으로 진화한 이후였다.
공격성에 반하는 선택은 여우, 개, 보노보에게 협력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인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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