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체험 중에도 
혼자서 그 체험의 동굴을 자꾸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체험이 있지? 
그런 경우, 어쨌든 고통스런 개인에게는 
고통 뒤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이고 
흑암의 동굴에서 괴로운 경험을 했지만 
땅 위로 나올 수가 있음과 동시에 금화 주머니를 
손에 넣었던 톰소여처럼! 
그런데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고역이란 놈은 다른 어떤 인간 세계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 가는 것에 불과해, 
같은 암흑 속 동굴에서 고통스레 땀을 흘리지만 
나의 체험으로부터는 인간적인 의미의 단 한 조각도 
만들어지지 않지. 
불모의, 수치스러울 따름인 지긋지긋한 웅덩이 파기야. 
나의 톰 소여는 끝없이 깊은 수혈 밑바닥에서 
미쳐 버릴지도몰라." - P204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있는 말이지만, 
아이에 대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오는 아기를 맞아들이는 것뿐이랍니다. 
자네는 아기를 맞아주는 대신 
그를 거부하고 있는 건가요?
아버지라고 해서 타인의 생명을 거부하는 
에고이즘이 허용되는걸까?" - P218

버드는 히미코가 지금 보였던 반발에 충격을 받았다. 
버드는 히미코의 집을 찾아온 이후 
언제나 자기본위로 행동했고 
자기 스스로에게만 집착하여, 
히미코를 자신의 의식 세계의 세포 하나 정도로밖에 
느끼지 않았던 듯하다. 
나는 어째서 이유도 없이 
그런 식의 절대적인 권리를 확신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개인적인 불행의 번데기가 되어 
불행의 고치 안쪽의 일밖에는 안중에 없었고
번데기로서의 특권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 P221

나는 아기 괴물에게서 
수치스런 짓들을 무수히 거듭하여 도망치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일까? 
대체 어떤 나 자신을지켜내겠다고 시도한 것일까? 
하고 버드는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기가 막혔다.
답은 제로였다. - P269

"자넨 이번 불행과 정면에서 맞서 잘 싸웠군 그래" 
하고 교수가말했다.

"아뇨. 
저는 여러 번 도망치려 했었어요, 
거의 도망쳐 버릴 뻔했었죠" 하고 버드는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원망스러움을 억누르는 듯한 음성이 되어 

"하지만 이 현실의 삶을 살아 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정통적으로 살도록 강요당하는 것인 모양이네요. 
기만의 올무에 걸려 버릴 작정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샌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런 식으로요."

"그렇게 하지 않고 현실의 삶을 살 수도 있다네, 버드.
 기만에서 기만으로 개구리 뜀 뛰듯이 죽을 때까디
가는 인간도 있지" 하고 교수는 말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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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목소리는 이 작품(교향곡 5번)에서는 들어갈 자리가 전혀없을 거야. 이 곡에는 언어가 필요 없어. 모든 것이 순수 음악적으로 말해지니까."

다시 말해, 말러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한 모든 것을 
순수 음악적 수단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던것이다. 
그전까지는 그의 표현 의지를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았었지만 말이다. - P126

말러의 어휘들은 
새로운 세계의 몸을 생명을 지닌 유기체로 만들기 
위해 이 동맥 속에서 운반되는 혈구다. 

이 어휘들은 
주제와 동기들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화성적으로 표명될 수도 있고, 
장·단조의 교차로서 표명될 수도, 
종지로서 표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어휘들은 생소한 악기를 선택하고 
이 악기를 후기 낭만주의적인 교향악단 편성에 
편입시키는 데에서도 표현될 수 있다. 

워낭, 우편나팔, 기타, 만돌린은 
순전히 그것들이 내는 소리만으로도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 각각 등산객이 사람의 흔적도 
짐승의 흔적도 없는 고지대로 들어가기 전에 산허리에서 듣게 되는 마지막 울림, 
마차 여행의 우수밤의 세레나데 등 비음악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어휘적인 의미 운반체다. 

어휘의 힘은 악상 지시에까지 침투한다. 
"민속적인 음조로", "새소리처럼", "수줍게",

이것들은 이러한 표현적 특질을 표지처럼 보여 주는 
지시어들이다.  - P128

말러는 기독교적인 의미에서의 기독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비록 표면적으로는 기독교를 받아들였지만, 
내면적으로는 유대교에 거리를 두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에도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여기서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은 
그에게 신에 대한 관념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신이 어떤 모습을 띠고있는지를 
간단히 규정할 수는 없다.  - P142

다시 말해서 그는 더 고귀한 인간들에게 부과된 
끊임없이, 부단히 참으로 뼈를 깎는 듯 
고통스럽게 정진하는 태도, 
그것이 진정 불멸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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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는 자신이 타인을 규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긍심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몽을 가져왔어" 
하고 버드는 용서를 구하듯이 말했다.

"어째서 자몽이야?" 
하고 아내가 날을 세웠다. 
버드는 단박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아, 맞아, 당신은 자몽 냄새를 싫어하지?" 
버드는 자기혐오에 빠져 말했다. 

"어째서 또 나는 하필이면 자몽을 사온 거지?"

"당신은 나나 아기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 아냐? 버드 당신이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잖아. 우린 결혼식 디저트를 정할 때 자몽 때문에 싸웠는데 그걸 잊은 거야?"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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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중심지가 된 유럽의 다른 대도시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빈에서도1900년이 되기 얼마 전에 
한 무리의 청장년층 조형예술가들이
관례적이고 학구적인 미술 전시계의 후견에 
반기를 들고 자기들만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종의 ‘분리 sccessio‘를 실행에 옮김으써, 
즉 제도권에서 떨어져 나와 그들 자신의 협회를 
설립함으로써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 P37

"자신들의 이상에 감격하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빈의 예술적 미래를 믿는 한 무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이제 오스트리아 조형예술가 연맹을 조직했다. 
이 단체는 일련의 참되고 기꺼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예술 애호가들의 지원을 받아 
동업 조합이나 물질적인 것은 고려치 않고 
이를테면 회원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순수하게 이상적이고 
예술적인 방향으로만 활동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

분리파 탄생의 결정적인 시발점이 된 1897년의 성명서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 P38

구스타프 클림트와 요제프 올브리히, 콜로 모저, 
막스 부르크하르트, 알렉산더 젬린스키 
그리고 구스타프 말러로부터 
차례로 혹은 동시에 숭배와 열망의 대상이 되었던 자, 
분리파 개막식에 참석한 뒤 
바그너의 희열에 푹 파묻혀 보려고 
<발퀴레>를 공연하는 궁정 오페라 극장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던 자,
그런 자가 이렇게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 사유하는 자‘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다. - P83

구스타프 말러는 알마 신들러에게 
딱 맞는 남편감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알마 신들러가
구스타프 말러에게 딱 맞는 신붓감이었는지는 
어떤 식으로든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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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가 아들의 상황을 전달 받는 부분을 읽으니
현 고2 아들 녀석이 태어났을 때가 생각났다.

미숙아
오른쪽 청력 손실
왼쪽 청력도 언제든 나빠질 가능성 높음
탈장
황달

태어나자마자 받은 진단.

그때 무슨 근거로 판단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부모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다 생각했다면,
자책의 긴 시간을 지나왔을텐데
그러지 않았고 금세 상황을 받아들였다.

잘 컸다는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결국 녀석은 잘 크고 있다.
바쁜 고딩이라는 핑계 때문에 씻는 일은 대충이라
지저분하고 냄새는 좀 나지만..^-^;;

버드는 머리가 둘 달린 것처럼 보이는 자기 아이와 
언젠가 보았던 방사능 장애로 인한 장애아의 
사진을 비교해 보려 했다. 

하지만 버드에게 있어 
아이의 이상 그것을 둘러싸고 타인과 이야기를 
하긴 커녕 혼자서 다시 생각해 보려하는 것만으로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뜨거운 수치의 감성이 
목구멍까지 치올라오는버드만의 고유한 불행이었다. 

그것은 지구상의 모든 타인들과 공통의, 
인류 모두에게 걸려 있는 문제는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들의 경우는 단순한 액시던트 같은데" 하고 
버드는 말했다. - P73

그리고 별안간 버드는 자신이 
일종의 수치스런 욕망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을 
실로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것은 버드가 소아과의 창구에서 
아기의 생존을 알았을 때 
끔찍하게도 시커먼 멸구 떼처럼
그의 머릿속 암흑에 나타나 엄청난 기세로 
증식하면서 그 자체의 의미를 점차 명확하게
만들어 온 열망이었다.

나와 아내에게 그 식물적 존재,
아기 괴물이 한평생 들러붙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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