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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낫 프렌치 French not French - 파리와 소도시에서 보낸 나날
장보현 지음, 김진호 사진 / 지콜론북 / 2021년 7월
평점 :

프랑스 파리.. 나에겐 낭만적인 판타지한 느낌의 도시이다.
중학생 때, 여름방학이 지나 개학을 했는데, 친구가 에펠탑 열쇠고리를 선물로 줬다.
친구는 여름방학 때 가족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며, 기념 선물이라며 친한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여행하면 왠지 모르게 에펠탑이 생각난다. 하지만 아직 가보진 못했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뭔가 나만의 로망과 나만의 판타지가 있었는지, 자꾸 미루고 미뤄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더이상은 미루기는 아쉬워..
작년 엄마와의 파리 여행을 계획했었다.
날짜를 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사고, 숙소를 정하고, 어디를 갈까 열심히 고민하던 중,
코로나로 여행 계획이 취소되면서, 결제했던 것을 하나하나 취소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취소했을 당시에는 그래도 여행이 좀 밀린다고 희망적인 생각을 가졌는데...
이제는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걱정스럽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행에세이에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읽다보면 나도 가고싶은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니까.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책으로나마, 작가의 시선으로 여행을 떠나다보니 그리움이 생긴다.
특히 이 여름에도 놀러도 못가는 이 시점에, <프렌치 낫 프렌치>가 내 곁으로 왔다.
파리 뿐 아니라 다른 소도시에서의 경험이 담겨 있어, 뭔가 프랑스 곳곳을 다녀온 느낌이다.
이 책은 부부인 지은이가 번갈아 쓰여있다. 1,3장은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되어있고, 2,4장은 아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행이라기 보다 프랑스를 경험하는 '일상'의 느낌이라 좀 더 편하게 다가온 느낌이 든다.
여행에세이를 읽다보면 뭔가 금방 읽혀 다 읽고 나면 아쉬움을 주는데, 이 책은 오히려 천천히, 느긋하게 오래 읽고 싶어졌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아 나의 지난 여행들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는 느낌이 들어 좋았고, 무엇보다 사진이 많아서 너무 좋았다.
사진을 보면서 이건 내 눈으로 직접 봐야하는데.. 라는 아쉬움이 엄청 담겨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의 음식. 디저트.
아. 정말 경험해보고 싶다. 빵, 각종 디저트류, 각종 음식, 와인까지.
술을 좋아하지 않아,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끔 땡길때 달달한거 추천받아서 마실때 좋다.
와인 맛도 잘 모르지만, 글을 읽고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고 싶어진다.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 시기에, 책으로, 사진으로, 프랑스를 잠시나마 다녀온 느낌이 들어 행복했다.
다 읽고 나만 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없어, 원래 파리 여행 메이트였던 엄마에게 책을 넘겨주었다.
이 책을 다 읽고, 엄마와 나는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까?
쇠락한 포도 잎사귀와 무성하게 흐드러진 잡초 군락조차 아름답기만 하다. 간밤에 서리가 내려앉는 늦가을. 경작 철이 지났으므로 더는 돌보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둔다는 그의 텃밭은 오로지 자연 그대로만이 선사할 수 있는 황홀함으로 가득했다. [142]
일주일 전, 서울을 떠나 어둠이 도사리는 아름답고도 더러운 도시 파리를 목도하고, 언제부터인가 공감각을 상실한 채 프랑스 시골의 허름한 숙소에 와 있다. 프랑스에선 길을 잃어도 괜찮다. 우연히 마주한 모든 것에 생의 기쁨과 아름다움이 가득 차 있으니. [150]
파리에서 길을 잃어도 괜찮은 이유는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일상이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낡은 상가 쇼윈도에 붙은 다양한 화폐에서, 약국 앞을 서성이는 달마시안의 호기심 어린 표정에서 일상의 세계가 확장되곤 하는 그런 곳이다. [282]
해 질 녘 서측 창가로 새어 들어오던 노란빛을 기억한다. 영화의 창시자 뤼미에르 형제가 왜 몽트뢰유 태생인지, 미술과 영상의 경계에서 격동하는 세계에 맞선 조르주 멜리에스가 '빛의 연금술사'라 불렀는지, 몽트뢰유에서 먹은 복숭아 맛을 왜 잊을 수 없는지, 마침내 이곳이 왜 '황금의 땅'이라 불렸는지, 그 노란빛을 보면 모든 게 이해될 것이다.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