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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글은 목소리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더 큰 권력이다. (...)
아무 말이나 할 수 없는 사람은 세상을 향해 할 말을 고르고 또 고르고, 그 말을 다시 줄이고 또 줄여야 한다. 자신의 말이 전달될 기회가 적고, 주어진 시간이 짧고, 듣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니 목소리의 권력이 작은 사람은 말을 자꾸 줄인다. 최대한 압축한 말은 구호가 된다. _58
정소연 작가님은 SF 작가이자 번역가이자 공익 활동을 하는 변호사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큰 이유는 SF 작가이면서 변호사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고, 김초엽 작가님의 추천사로 더욱 읽고 싶었다.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여러 지면에서 쓴 칼럼, 수필, 역자 후기, 작품 해설이 모아져 있다. 여러 짧막한 글들을 통해 저자가 변호사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SF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 작가님의 여러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생각지 못했던 주민등록 제도에 대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비정규직, 근로환경, 차별, 혐오, 성소수자 등 그만큼 우리가 관심을 갖고 나아가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들어는 봤지만, 솔직히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다. 내가 주목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생각지 못했던 점도 꼬집어냈다. 나의 무심함, 무관심, 무감각했던 것에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여성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같은 여성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으며, 그 속에서도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도 발견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물론 불편한 지점들도 있었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안의 확신이, 신념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오히려 좀 더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던 것 같다.
다양한 목소리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앞으로 외면 하지말고 바라보자는 마음을 잡게했다.
3부에 실린 역서와 작품 해설을 보니 다른 책들도 접하고 싶어졌고, 작가님의 SF 단편 소설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의 「미정의 상자」를 읽은 적이 있는데, 다른 소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모든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안 보여도 믿어야 한다. 뭔지 몰라도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하는 일도 있는' 사람, '지금까지 어디 가서 뭐 하다 온' 사람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우선 내가 못 봐서라 생각하고, 둘째로도 그저 내가 몰라서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 있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 믿음이 우리를 지탱한다고, 나는 믿는다. _121
[서평단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