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개는 이제 그만!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9
고든 코먼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읽었던 '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의 마르셀로가 생각났다.

마르셀로는 사람들에게 '바보'라고 불리는 소년이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거짓말이 필요한 이유도, 어찌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 이 소년 월러스 월러스는 마르셀로와는 다르다.

그는 바보가 아니며,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도,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안다. 

그러나, 그는 선택한다.

자신의 이름처럼 '표리부동' 그 자체로 살 것을.

어린 아이 때엔 누구나 그러다가 점차 그만두는 것을 배우는 '있는 그대로 말하기'를 월러스는 그만두지 않는다.

'나는 누가 나한테 총구를 들이대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월러스.

자기 방 책상 위에 조지 워싱턴의 커다란 포스터를 걸어 놓은 월러스는 그야말로 괴짜이며 '사회부적응자'다.

늘 '사실,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그저 사실만을' 말하는, '백만 퍼센트 정직한' 월러스가
얼마나 많은 곤혹을 치루게 될지 상상이나 되는가?


 

그는 포걸먼 선생님이 제일 좋아했던 책이자 선생님이 직접 연출해 연극 공연 준비중인 <내 친구, 올드쉐프> 독후감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지 않겠다.'라는 혹평을 함으로써

선생님의 분노를 사게 되고, 근신 처분을 받아 미식축구 연습에도 시합에도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모두가 월러스가 새 독후감을 써서 근신에서 풀려나길 원하지만,

'그런 형편없는 책에 한 마디라도 멋진 말을 하는 건 내가 믿는 모든 것을 거스르는 것이다. '라며

바위처럼 단단한 월러스.

거기다 월러스와는 정반대의 인물이 이 사건에 끼어들어 사건을 더 꼬이게 만드는데,

허위 정보투성이인 배드포드 중학교 <위클리 스탠더드>의 기자 파커 슈미트.

간간히 끼어드는 그의 신문 기사는 그야말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포츠 신문 대문기사' 다름 아니어서
씁쓸한 실소를 남긴다.

그러나, 연극 연습장에서의 근신이 길어지는 와중에 월러스는 특유의 솔직함과 단순함으로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문학적인 연극 대본을'사실적인' 생활용어로 바꾸는 데 재능을 보이고,
연극부 전체가 월러스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극이 근사하게 변하고 아이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며 고통당하는 포걸먼 선생님.

한 달 만에 포걸먼 선생님은 근신을 해제하고 월러스는 미식축구팀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돌아가자마자 연극과 연극부에 대해 생긴 애정을 깨닫고 미식축구팀을 떠난다.

누군가의 끊임없는 못된 장난으로 오해받아 모두에게 외면당하기도 하지만,

월러스는 그 고집스런 '정직성'으로 모두를 바꾸어 놓는다.

포걸먼 선생님은 아이들이 가진 가능성과 능력에 대한 믿음과 여유를 얻게 되고,

잘난 척하는 운동쟁이라고 월러스를 믿지 않던 연극부 주장 레이첼이 편견을 벗고 솔직해지도록 하며,

친구들에게 스스로의 진정과 열정을 깨닫게 만든다.

14년 동안 내내 정직하다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해놓고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믿기지 못한 공포를 느끼는 월러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받을 수도 없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의 진실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렇게 '완벽한 정직쟁이'로 유명한 월러스조차 믿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절대로, 절대로, 그렇게 정직할 순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루머로, 음모론으로 가득 찬 세상이다.

뭔가 아름다운 일이 있어도

'분명 뭔가 있을 거야. 무슨 이익이 남지 않으면 저런 일을 할 리가 없어.'하는 사람들......

글쎄......

좀 속으면 어떤가?

아니면 어떤가?

그냥 믿어보자.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믿음은 배신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모두를 순수하게, 열정을 가지게 하는 아이...

백만 퍼센트 정직한 월러스가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

더이상, 그가  괴짜고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보통 아이'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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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믿음 쿠폰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4
신지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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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가출소동>은 사실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왜냐?

주인공 기준이의 가출은 가족 누구도 모르는 채 지나가 버리니까.

바쁘신 부모님 대신 다섯 동생들을 돌보느라 지친 기준이.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가출을 결심하지만,

자유를 만끽한 시간은 잠시....

온 식구의 백화점 양말을 사들고(그것도, 가출자금으로!) 긍의환향한다.

동생들 양말까지 사면서 자기 양말은 사지 않는 기준이.

돼지저금통까지 뜯어 비싼 양말 사왔다고 꿀밤 먹이는 엄마에게 가출할 거라고 또 심통을 부리지만

그 자리에서 돌아서는 순간 행복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기준이도 알리라.

'가족'이란 그런 거니까.

힘든 날들을 함께 하며 티격태격하는 기준이네 가족에게서 그리움과 부러움을 느낀다.
 

 

<그린맨의 찢어진 슈퍼타이즈>

'불편한 진실'이라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다.

이 이야기는 태민이가 알게 된, 앙숙 준오의 -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이야기랄까?

아빠가 하는 세탁소에 지구 환경을 지키는 슈퍼영웅이 찾아왔고,

찢어진 슈퍼타이즈를 수선할 실이나 천을 만들기 위해 신문지와 빈 병이 필요하나고 했다는 준오의 이야기.

도대체 왜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는지 추적하다가

뜻밖의 진실과 생각지도 못했던 '진짜' 그린맨을 만나게 되는 태민이.

자기도 모르게 준오를 위해 거짓말을 하며 스스로에게 당황한다.

참 착한 두 녀석 때문에 그린맨을 만난 것보다 기쁜 마음이 드는 유쾌한 이야기이다.
 

 

<초원을 찾아서>의 성연이는 새엄마가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말도 서툰 몽골에서 온 어용 아줌마.

오랫만에 행복하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다정한 아빠 때문에 새엄마에게 더 심술궂고 쌀쌀하게 구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치만, 어느새 촌스럽고 답답한 어용아줌마에게서 '가족'을 느끼게 되는 성연이.

마음을 연다는 건, 이렇게도 대단한 일이다.

또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족이 기다려주는 집'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안믿음 쿠폰>의 주인공은 믿음이다. 성은 최, 최믿음이다. 그렇지만, 어느새 안믿음으로 불리고 만다.

요즘 아이들은 배려심이 없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배려심은 사실 다른 게 아니다.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도 헤아리는 것.

나 편하고 좋은 것만 하려 하고, 상대에게 보답해야 할 부분들은 '쿠폰'이란 이름으로 미루는 믿음이의 모습은

요즘 어른들에게서 그대로 배운 것 아닐까 싶어 내가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후회하고 '괜찮아, 아직 안 늦었어.갚으면 돼.'하고 마음을 고쳐먹는 믿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만큼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우주최강 문제아>의 준우는 정말 단순하고도 확실하게 엄마의 편견을 일깨워 준다.

아빠 없는 아이라고 윤재랑 놀지 못하게 한 엄마에게 윤재랑 윤재 엄마 마음을 알라고

스스로 반에서 제일 가는 문제아가 되어 짝 엄마에게서 같이 놀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얻어낸 것.

그야말로, 확실한 '역지사지'로 엄마를 꼼짝 못하게 한 준우.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스스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준우.

이제 더 이상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지 않아도 된다면서 좋아하는 준우, 얼마나 그 노릇이 힘들었을지를 생각하면

이 녀석의 강단과 끈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춤추는 거짓말> 속 민채는 '솔직한 안경'을 쓰게 되면서 상대방의 거짓말을 다 보게 된다.
그것이 자신이 뭐든지 시큰둥하고 재미없어 하는 자신을 반 아이들 거의 다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자신이 실망스러워져 남들의 진실을 보는 것이 싫어진 민채에게 손을 내밀어 중 진홍이의 진심을 안 민채는
기쁨을 느끼게 되고 '내가 먼저 진심을 보이면 친구도 하나 둘 생기겠지.'하는 희망을 품는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움직이는 '사회'라고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옛날 우리 때보다 더 빨리 거짓말과 처세술을 배우고 편을 가른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은 결국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마음을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요즘 형제도 많지 않고 마음 나눌 친구들을 사귈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앎 아닐까 싶다.

<담벼락에 그린 마음> 속 연우는 집 나간 엄말 꼭 닮은 아줌마가 보고 싶어, 아줌마의 담벼락에 매일 새벽 낙서를 한다.
엄마와의 즐거운 추억들을 담벼락 가득 채워넣는 연우, 낙서를 지우는 아줌마를 훔쳐보며 엄마 생각을 하는 연우에게서
상처받아,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말조차 하지 못하는 마음을 본다.
그러나, 낙서를 아침마다 힘들여 지우며 뭔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느끼는 아줌마는 화를 내는 대신에 연우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며, 자신의 삶 속에 연우를 초대한다.
그리고 슬픔과 상실감으로 가득 찼던 연우에게 희망과 기쁨을 열어준다.
아마, 이 날 연우는 돼지 꼬리를 최소 아홉 번은 감지 않았을까 싶다.


일곱 편의 이야기들 속엔 순수하고 올곧은 아이들의 예쁜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고집부리고 이기적이고 멋대로 구는 것 같지만

조그만 두드림에도 아이들의 마음은 열리고,

미워하던 사람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순간부터 그 몇 배의 애정을 쏟고,

잘못을 깨달으면 바로 돌아서며,

자신을 향한 사랑에 거리낌없이 기뻐한다.

 

조금이라도 닮아오고 싶은 마음들...

이 아름다운 비밀들을 살포시 들여다보며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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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36
강숙인 지음, 정수영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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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런 얘기가 있다.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아무런 희망도 없이 지루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바로 다음 순간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사람은 행복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거라고 설명에

고개 끄덕였던 오래 전과, 지금 나의 생각은 같다.

 

그런데 여기 '스스로가 시간'인 4차원의 세계 눈나라가 있다.

이 곳 눈나라의 사람들은 우리 3차원 사람들과 다르다.

지구가 꾼 꿈이 이루어진 세상인 이 곳의 사람들 또한 꿈처럼 맑은 정신을 지녀, 질서 있고 아름다운 삶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 곳의 왕자 눈새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지구의 이야기에 사로잡힌다.

특히, 이 세계에선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지구로 갈 결심을 하게 된다.

심장이 눈으로 만들어졌기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울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단단히 가슴에 새기고

눈나라와 지구의 시공간이 일치하는 순간, 지구로 온 눈새.

 

꿈으로 만들어진 소년 눈새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들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꿈을 떠올리게 된다.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았던 할머니에겐 아름답고 즐거운 일로 가득찬 세상의 꿈을 돌려주며,

재산에만 마음을 쓰느라 꿈꾸는 일을 잊어왔던 부자 할아버지에겐 꿈 자체가 되어주고,

가난하고 병약해 꿈꿀 용기조차 내지 못하던 경호에게 꿈꿀 수 있는 힘을 준다.

나쁜 길로 들어서버린 아이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고아원 선생님에게 좋은 보모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찾아준다.

 

그렇게 380일을 보내는 동안 모두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눈새는 알지 못한다.

그저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꿈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 어떤 것인 모양'이라고 느낄 뿐.

3차원의 세계는 그에게 슬픔만을 준다. 

그리고, 수도 없이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눈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그 기회를 놓치고 절망 속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너무도 생생한 눈나라가 그립고 갈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린 것을 깨닫고선 비로소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된 눈새.

 

눈나라 아이 눈새가 지구 아이가 되는 이야기.

'꿈이었던 아이'가 '꿈을 꾸는 아이'가 되는 이야기.

눈새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슬프지만, 세상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기쁘다.

언젠가, 어디선가 눈새를 만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어서......

 

어쩌면, 눈새는 이 세상에 온 우리 아이들, 전부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야말로 우리의 '꿈'이었으니까.

꿈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와, 꿈을 꾸고 우리를 꿈꾸게 하니까.

 

아이들은 하루하루 슬픔을 알아갈 것이다.

우리가 그래왔듯이.

하지만, 꿈의 세계보다 이 곳은 아름답다.

꿈이 이루어진 곳에는 없는 '꿈'이 여기에는 가득하니까.


아이에게서 예전 내가 꾸었던 꿈을 본다.
그 꿈이 이루어졌으며, 꿈꾸었던 것 이상의 새로운 꿈을 펼쳐나가고 있음을 본다.
심장을 녹일 듯한 슬픔들도 한 순간에 잊게 만드는 행복인 나의 아이.

꿈꾸는 것을 배우며 행복해지길... 행복이 되길...
우리 눈새들를 위해 꿈꿔 본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난 꿈을 꾸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꿈꿀 필요가 없는 낙원에서 살기보다는 괴롭고 슬프더라도 꿈꿀 수 있는 지구로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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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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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귀가 솔깃해진다.

'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말장난 같은 한 줄 문장에 호기심이 막 생겨

목차를 뒤져 이 시부터 찾아본다.

동시집을 이렇게 궁금해 하며 보긴 처음이다.

 

데구르르

윗옷에 단추가 떨어져 굴렀다

 

바늘귀가 얼른 듣고

엄마에게 알렸다

 

             <바늘귀는 참 밝다> 중에서

 

단추 떨어지는 소릴 듣는 바늘귀가 신통한 건지, 바늘귀 소리를 듣는 엄마가 더 신통한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아하~~ 이래서 엄마는 나도 모르게 떨어진 내 옷 단추를 그렇게나 빨리 눈치채고 달아주시는구나...

바늘귀가 알려주어서였어'하고 비밀을 알아낸 듯 신난 아이의 표정이 그려지는 건 왜일까?

 

오늘도 그 자리

눈을 부릅뜬 채

밤낮으로

장롱을 지키고 있다

 

붕어야

오늘 밤은 내가 지켜 줄게

잠을 좀 자.

 

                       <붕어자물통> 중에서

 

 

할머니 장롱 속에 뭐 그리 귀중한 보물들이 많이 들었는지

하 많은 밤들 잠 한 숨 못 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키는 붕어자물통을 안쓰러워 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사물 하나 하나의 말들은 듣는 시인의 마음,

그 귀는 어찌나 밝으신지

정말 세상 어느 구석 숨겨둔 반짝이는 마음들 숨소리도 다 찾아내실 것 같다.

 

"아이고, 손이 곱다."

 

"쭈글쭈글한 할머니 손이 고와요?"

 

내 말에 방에 있던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그래, 내게는 네 손보다

할머니 손이 훨씬 곱지. "

 

                                     <손이 곱다> 중에서

 

아이의 엉뚱한 말 한 마디가 찾아내는 할아버지의 마음.

정말 고운 것을 알아보는 지혜로운 눈과 귀.

시인들의 바로 그 것 아닐까 한다.

찬 바람 속을 달달 떨며 헤쳐와 들어서면 "참 곱다."하며 감싸주는 마음.

 

한 편 한 편, 따뜻한 마음을 받아 내 안에 채우면

내 귀도 밝아질까?

내 눈도 밝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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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세상, 무서운 아이들이라지만,

그 안엔 여전히 여리고 사랑을 바라는 마음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이금이 작가님의 이야기들......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그 분의 책들을 소개합니다.

 

 

 

아빠의 재혼으로 마음이 뒤틀릴 대로 뒤틀린 동재에게 햇살처럼 다가온 연아.

연아와 한 교실에 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동재의 모습은 우리의 옛기억을 되살려준다.

짝사랑으로 끝날 줄만 알았던 동재의 사랑은 의붓동생 은재의 뜻밖의 도움에 힘입어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사그라들고 만다.

또다른 사랑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사랑, 그 첫번째인 첫사랑의 설레는 이야기가 우리를 들뜨게, 두근거리게, 행복하게 한다.

 

 

보이는 가치에 따라 점수를 매겨 자기에게 딱 그만큼의 마음만 주고 상대해 주는 것이 '정당'해진 사회.

교실에서 유일하게 진실한 존재인 봄이를 기만하고 이용하다, 결국에는 그 불편한 '진실'을 추방하는 아이들.

진실을 보고도 외면하는 아이들, 자신이 진실하지 않기에 그 누구도 진실하리라 믿을 수 없는 아이들이

가엾다.

 

 

 

15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자신을 찾은 엄마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단란한 가정의 불청객이 된 듯한 소외감과 미안함,

아이들에게 '불쌍한 애'라는 낙인이 찍히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숨기게 된 진실들...

따뜻한 위로와 포옹을 소망하면서도, 동정받기는 싫은 소희...

자신을 숨김으로써, '나'로서만 보이고 싶었던 소희를 보며, 지나온 나의 사춘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120페이지 남짓한 작고 얇은 예쁜 책 속에 빼곡히 들어찬 다섯 이야기의 여운에 왠지 모를 한숨이 가슴에 돈다.

차갑고 사람을 믿기 힘든 세상을 그대로 그려내었지만,

그렇기에 그 안에서 여전히 희망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더 빛난다.

 '아름다움'을 찾는 아이들의 간절한 열망에 나 또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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