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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ㅣ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제목부터 귀가 솔깃해진다.
'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말장난 같은 한 줄 문장에 호기심이 막 생겨
목차를 뒤져 이 시부터 찾아본다.
동시집을 이렇게 궁금해 하며 보긴 처음이다.
데구르르
윗옷에 단추가 떨어져 굴렀다
바늘귀가 얼른 듣고
엄마에게 알렸다
<바늘귀는 참 밝다> 중에서
단추 떨어지는 소릴 듣는 바늘귀가 신통한 건지, 바늘귀 소리를 듣는 엄마가 더 신통한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아하~~ 이래서 엄마는 나도 모르게 떨어진 내 옷 단추를 그렇게나 빨리 눈치채고 달아주시는구나...
바늘귀가 알려주어서였어'하고 비밀을 알아낸 듯 신난 아이의 표정이 그려지는 건 왜일까?
오늘도 그 자리
눈을 부릅뜬 채
밤낮으로
장롱을 지키고 있다
붕어야
오늘 밤은 내가 지켜 줄게
잠을 좀 자.
<붕어자물통> 중에서
할머니 장롱 속에 뭐 그리 귀중한 보물들이 많이 들었는지
하 많은 밤들 잠 한 숨 못 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키는 붕어자물통을 안쓰러워 하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사물 하나 하나의 말들은 듣는 시인의 마음,
그 귀는 어찌나 밝으신지
정말 세상 어느 구석 숨겨둔 반짝이는 마음들 숨소리도 다 찾아내실 것 같다.
"아이고, 손이 곱다."
"쭈글쭈글한 할머니 손이 고와요?"
내 말에 방에 있던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그래, 내게는 네 손보다
할머니 손이 훨씬 곱지. "
<손이 곱다> 중에서
아이의 엉뚱한 말 한 마디가 찾아내는 할아버지의 마음.
정말 고운 것을 알아보는 지혜로운 눈과 귀.
시인들의 바로 그 것 아닐까 한다.
찬 바람 속을 달달 떨며 헤쳐와 들어서면 "참 곱다."하며 감싸주는 마음.
한 편 한 편, 따뜻한 마음을 받아 내 안에 채우면
내 귀도 밝아질까?
내 눈도 밝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