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미사일 동심원 16
김영 지음, 눈감고그리다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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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시집을 손에 들었다.
작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내게 옮겨온 듯하다.
길바닥의 돌멩이 하나에게도 다정한 아이들의 예쁜 마음이

내게도 심어지는 것 같다.
 

 


강아지 우산 나와라
학교에도 없고
신발장에도 없고
어디에 숨어 있는 거니?

나와 함께 비 맞고
학교 가던 생각 잊었니?

                                     - '강아지 우산' 중에서 -

 

아이에겐 모든 것이 친구다.

이 시를 읽다 보면, 강아지 우산이 '강아지가 그려진 우산'이 아니라 '강아지 같은 우산'으로 느껴진다.

학교 갈 때도 심부름 갈 때도 비 오는 날엔 꼭 같이 아이와 함께 걸어가주던 착하고 특별한 친구.

이렇게 아이가 애타게 부르면 어디선가 "멍멍!"하고 짖으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아마, 아이에겐 분명히 들릴 것이다.





나보다 키도 크고
나보다 특공 무술 품새도 높고
나보다 그림도 잘 그리고
나보다 공부도 잘한다는 옆집 아이

................

내가 엄마 아들인데
엄마는 옆집 아이에게 더 관심이 많다.

                                       - '옆집 아이' 중에서 -

 

 

가슴이 뜨끔해지는 시다.

아이에겐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애정으로, 기대와 바램으로 하는 비교라고 엄마들은 억울해 하겠지만,

아이들에겐 이렇게 느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옆집 아이 얘기만 하다, 우리 아이의 멋지고 훌륭한 점은 칭찬하는 것도 잊어버린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우리 아이는 옆집 아이보다 건강하고, 호기심도 많고, 자신감도 넘치고, 운동도 잘할 텐데 말이다.

 

 

이렇게 엄마들을 뜨끔하게 하더니,

이제 정말 생각만 해도 벌벌 떨리는 상상을 펼쳐낸다.


엄마들을
우리들 자리에 앉혀
시험 보게 하면 어떨까?

.....................

텔레비전 연속극 덜 보고
공부 더 할걸
후회도 하겠지

백 점 맞은 시험지를 흔들며
가족들에게 칭찬받고 싶은
우리들 마음도 이해할 거야

                                - '엄마들의 시험 시간' 중에서

 

 

오! 시험이라니~~~

그건 긴긴 학창시절과 함께 끝난 거였는데...

엄마들도 시험친다고 하면,

정말 이제 아이들에게 시험으로 스트레스 주고 야단치지 못할 것 같다.

"공부처럼 쉬운 게 어디 있어?"라고 입에 달고 다니던 말,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엄마보다 더 후회되고 떨렸을 그 마음 다독이고 용기 북돋아 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동화책들을 보면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온다.

때로는 옷장문이기도 하고, 거울이기도 하고, 오래된 책이기도 하다.

 

나에게 동시집은 '아이들의 세상'으로 인도하는 문과도 같다.

이 짧은 시간, 아이의 마음이 되어 행복하기도, 안타깝기도, 즐겁기도 하니까.

우리가 자꾸 잊곤 하는, 그래서 결국 아이들도 잃어버리는 이 사랑스런 세상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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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생의 사랑 푸른도서관 42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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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곳에 살든...

소망하는 자의 가슴은 뜨겁고 아프다.

 

몰락한 양반 가문에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노복 황업산의 지극한 충심과 애정 속에 보호받으며 자란 조생...

가진 것 없으나 마음만은 곧았던 그의 몇 년이 참으로 기구하다.

 

비상한 지성을 소유했음에도 여인네라는 이유로 내방에 갇혀야 했기에

자신이 소유하지 못할 권력에 더 탐욕스러웠던 기화,

높은 이상을 품고 학업에 정진했으나 입신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생원,

왕친이라는 고귀한 신분이 오히려 날개를 꺾는 쇠사슬이 되어

화려한 비단 옷 속에서 삶을 허비하며 허무함만 되씹었던 파릉군 이경,

신념으로 학문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으리란 신념을, 희망을 나누었으나   

결국 권력다툼에 희생당한 정암과 기재,

평생을 조연에 대한 외사랑으로 맴돌면서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던 애기...

 

조생의 길에서 그를 이끌고 지켰던 사람들의 삶 또한 참으로 슬프고 애닯다.

 

춥고 낯선 2천 리 사행길에서 조생은 자신의 과거를 반추한다.

그리고, 그는 그가 배워오고 걸어온 길......

학문이, 역사가, 나라가 닦아온 길에서 벗어나 스스로 길이 된다.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이를

머나먼 길 밖, 바람 속에 두고 온 마음은 한없이 애만 탄다.

하지만, 그대로 놓아주는 것이...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것이

그를 위한 것이리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네.'라는 그의 고백은

나의 목소리이기도 하기에.

 

그것이 그대가 지금 원하는 꿈이기에....

언제까지라도 그 꿈을 걷기를

꿈이 곧 길이 되는 세상을 만나기를

나 함께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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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봉을 찾아라!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작은도서관 32
김선정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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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킬킬거리다 눈물이 왈칵 솟는다.

 

최기봉 선생님, 유보라 선생님, 두식이들과 공주리...

책 속의 인물들이 오래된 친구처럼 바로 친근해지는 것은

내가 지나왔던 학창시절,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지기 때문이다.

 

'저 선생님은 애들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선생님을 하실까?'

의문스러웠던...

가르치는 일에 열의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저 야단만 치고

심지어는 종 치는 시간을 애들보다 더 고대하시는 듯한

늘 굳은 표정의 연세많으신 선생님들...  

 

웃으면 참 다정하고 이쁘실 것 같은데

교실에서는 늘 화만 내시고

송곳처럼 뾰족뾰족, 고드름처럼 찬 기운만 똑똑 듣는

눈이 쭉 찢어져 올라간 듯한 착각을 주는 무서운 선생님들...

 

'계속 저러기도 힘들겠다.' 싶게

매일 한결같이 지각하고, 준비물 빠뜨리고, 숙제 안해오고, 공부는 늘 뒷전이면서

학교에서는 장난치느라 제일 바쁘고 제일 신난 말썽꾸러기들...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도 웅얼웅얼 알아듣기 힘든 대답만 돌려주던,

늘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던...

그래서, 1년 동안 매일을 보면서도 대화다운 대화 한번 나눈 기억이 안 나는 여자아이들... 

 

먼지 속에 묻혀 있던 옛기억의 한 켠에서 걸어나온 듯하다.

 

'도대체 왜 저럴까?'

'너무해.'

'으이그, 답답해.'

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가...

그 많은 시간을 한 공간에서 매일 마주하면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펼쳐진다.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정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주는 것도 두려워,

평생을 '혼자'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최기봉 선생님...

선생님께 이름 한번 불리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그 자신, 정말 열심으로 노력했지만

무관심에 상처만 컸던 유보라 선생님.

 

우리 안엔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입고, 죽고 싶을 만큼 슬프고, 외로운...

그렇게 여린 아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회 안에서 요구받는 역할에 맞추어 강한 척, 대범한 척, 너그러운 척 가면을 쓰지만

어릴 때 필요한 만큼 사랑받지 못했던 상처는 우리가 자라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자라

우리 마음 저 깊이, 이젠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로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리고 지금 상처를 주는 그 사람 또한

나와 똑같이 상처입은...가엾은 한 아이인 것이다.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얇고 가벼운 이 동화책을 덮으며

내가 지나온 오래 전 그 교실들의 모두가 참 그리워진다.

미워했던 애들, 선생님들에게...이렇게 다 늦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아이들도 느꼈으면....

그래서, 더 따스이 마음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야 할 아까운 시간들을 소중히 썼으면 좋겠다.

 

'나를 찾는 특공대'는 결코 나 혼자 할 수 없기에...

서로 나누는 따스한 애정과 소망만이 '나'를 '나'로 살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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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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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기, 아이가 잠잘 시간이 다가올 때엔 절대 보여주지 말아야 할 책 한 권이 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올 때엔 꼭꼭 숨겨두셔요.

안 그러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



자, 처음에 이 책을 보면 물론 아이들의 눈은 똥그래지죠.

귀여운 동물 그림들이 책에 가득하거든요~

당연히...자기도 그려보겠다고 합니다.

"그래...그런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하나만 그려보자."

아이는 고민하면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씩이나 넘겨보며

속으로 생각하겠죠.

'엄만 너무해! 16가지 동물이나 있는데, 하나만 그리라고 그러고...'



어려운 선택 끝에 간택받은 것은 역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입니다.

'잘 그리고 말 테다!!!'하며 입을 앙다물고 색연필을 꼭 부여잡고 그리고 있죠.

순서대로 설명되어 있어 그림그리기가 한결 쉬워요~

옆에서 눈으로 따라그리는 것만으로 엄마도 그림에 자신감이 붙네요..





"와, 잘 그렸네!! 자, 이제 자자!!"

그랬더니, 아이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하고선

하나만 더 그리겠답니다.

그러라고 할 수 밖에요...

이번엔 토끼를 그리겠답니다.

음...그리는 순서랑 바탕은 비슷한데 느낌은 완전히 다른 토끼네요~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엔 '그림을 너무 일률적으로 그리게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저의 과한 걱정이었나 봐요.





"자, 이제 진짜 자자!!"

그렇지만, 우려했던 사태가....

꼭 하나만 더 그리고 자겠답니다.

실랑이 끝에 엄마는 포기합니다.

아이는 이 책에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순록'이 그리고 싶답니다.





뿔을 그리며 좌절을 좀 느꼈습니다만, 엄마의 격려를 받으며 완성했어요.

"그래!! '눈의 여왕' 그림책에 나왔었던 순록이네. 기억나지?"

"사슴이랑 뭐가 달라요?"

"응, 순록은 사슴보다 더 크고, 힘도 세고...눈 덮힌 추운 곳에 살아."





짜잔~~~~

이렇게 세 마리 동물이 완성되었습니다.

특별히 이뻐하는 고양이에겐 귀랑 꼬리 끝에 리본까지...



"자, 이제 자자!!"했더니...

아직 뭐가 더 남았답니다.

그렇죠...





이렇게 자르는 것까지....

그 사이에 고양이 한쪽 귀엔 꽃도 달렸습니다.

이 책의 '호랑이' 부분에 배경으로 꽃 그림이 있었거든요.

그걸 그려 오려붙여준 것이죠...

역시 편애 받는 고양이..^^:

순록의 뿔은 가위질 과정에서 희생당했습니다만....



이제, 인형놀이하고 나면 자겠죠?



네....

결국 이 책을 펼치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동물들 자야 할 시간 지났다고 재우고 "잘 자!" 인사시킨 다음

아이는 자러 갔습니다.



아시겠죠?

이러니, 꼭!!

잘 시간이 다가올 땐 이 책을 책장 저 높이 숨겨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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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아파! -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쉬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법 인성교육 보물창고 12
헬렌 레스터 글, 린 먼싱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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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까맣고 키도 작고 통통했던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외모에 대해서만은 자신감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가.....

어르신 한 분께서 "너 이쁘다. "하셨는데

기분 좋고 말고를 떠나서 당황하다가 입밖으로 나온 말이

"아니에요. 안 예뻐요."였다.

100% 진심으로.......

내 뜻밖의 반응에 그 분도 당황하셨다.

참 기분좋았어야 할 칭찬을 그 분의 배려섞인 위로였다고 한참 동안 생각했었다.

아주아주 긴 시간이 흐른 후, 그 때 그  말씀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의미였든,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였든...그 분께서 보신 '이쁨'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하마순'을 보며 그 날의 내가 떠올랐다.

하마순은 정말 훌륭한 하마다.

하마로서 아주 바람직한 덩치와 힘을 가졌고,

빨리 가라앉기 시합에선 늘 일등이고,

힘센 턱을 가졌고 아무리 아파도 울지 않는다.

 

그치만, 하마순의 마음은 여린 풀잎보다 더 여리다.

누군가가 칭찬으로 하는 말에서도 상처를 받는 하마순....

막무가내로 울어버리는 하마순에게 다른 하마들도 더이상 말을 걸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여림에 있어 하마순을 능가하는 존재가 나타나니,

그건 심술궂기로 이름난 코끼리 삐딱코였다.

하마순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고 실컷 하마순을 놀려대던 삐딱코는 결국 하마순의 말 한 마디에 눈물을 쏟는다.

그리고, 그런 삐딱코의 눈물을 닦아주며 하마순의 눈물이 멎는다.

 

참, 근사한 '세상의 원리'다.

나 자신을 강하게 다잡을 순 없어도

타인을 위로하고 보듬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자신도 치유받는다는 것.

 

강한 척, 센 척을 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은 알고 보면 다 여리다.

그 약함을 드러낼 용기조차 없을 만큼 약한 것일 뿐이다.

'눈물을 펑펑 쏟는 커다란 심술꾸러기' 삐딱코를 보며

그것이 우리 마음 속 모습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또한, 그 모습이 참 이쁘다고도....

 

우리는 참 자주...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리고, 그렇게 참 자주... 그 기분을 잘 알 수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꽁해지고 화내는 모습도

나 또한 그랬었던 어떤 때를 기억하며

조금만 토닥여 준다면

아팠던 이상, 한 순간에 따뜻하고 굳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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