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로 심플하게 꾸민다 - 승승의 우리 집 인테리어 일기
김승희 지음 / 조선앤북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책이 많은 우리 집은 책만으로도 알록달록해서 기본 인테리어 톤을 내추럴하게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화이트가 심심해 보여 싫었는데, 삶이 복잡해져갈수록 화이트가 참 깔끔하니 눈에 들어오네요.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 세포 핵분열 중 푸른도서관 78
김은재 지음 / 푸른책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게도...진짜 재미있었다!

졸리는 것도 참고 하루만에 다 읽어내려가게 되었으니.

죽을 만큼 힘들고, 아프고, 미칠 것 같고, 두근거리고, 절망하는 그 모습들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모인 아이들이 겪는 열 일곱의 사랑 이야기 여섯.

'남녀공학'이라는, 그 때의 내겐 일종의 환상이었던 단어가 붙지 않는 것이 아직도 좀 어색하다. 

 

4학년인 딸 친구가 남자에게 고백하고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도 겁이 났던 나에게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아이에게 닥쳐올 현실이기도 했기에,

긴장감을 느끼며 책을 펼쳤다.

  

 

봄.

 

봄.

 

책 속에 봄이 가득하다.

 

몸에도, 마음에도, 세상에도 봄의 설렘이 아이들을 흔들고 있다.

너무나 강렬한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마음을 전해야만 하는 다급함.

아이들은 처음이고 어찌할 바를 모르기에, 서툴고 거칠다.

 

 

선생님의 '라일락 같은 첫사랑' 비유는 참으로 절묘하다.

달콤하게 시작되었다가 사람을 몸서리치게 하는 쓰라림을 남기는 사랑...

가장 중요한 건 '그게 꼭 쓴맛만은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또 사랑하고, 사랑하며 성장해 가는 것.

 

한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한 그림 같은 남자아이 지오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부터 새로 배워가야 한다.

 

 

 

노을이는 산산이 깨어진 꿈과 오랜 설렘을 헛되이 마음 속에 묻고,

'진짜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진짜 사랑'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한층 더 아름다워진다.

 

 

 

작은 키와 보잘것없는 외모를 타고난 유머감각과 건강한 낙관주의로 극복해온 허단은

라일락 잎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그 쓴맛에 나동그라지기 전에

햇살 속에 눈부시게 웃는 그녀에게 마음을 송두리째 뺏기고 만다.

그러나, 정말 생명을 걸고 지킨 그녀는 꽃미남에 학교의 스타인 '준기오빠'에게 달려간다.

 

 

시집 제목들이 이렇게 사람을 웃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같은 순간, 영혼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단이에게 미안해서 혼자 소리 죽여 웃을 수밖에... 

 

 

 

 

단은 '시작은 했으나 끝내지 못한 사랑, 아니 어쩌면 시작도 못 한 사랑' 때문에 시의 세계에 입문하고

마음들을 되짚어 보게 된다.

시 같지 않은 시를 참 많이도 썼던 나의 '짝사랑 시절'이 생각하게 하는 단이다. 

 

 

 

단이는 같은 날 자기 동생에게 배신당한 친구 여자인 솔과 마포 대교에 가서 첫사랑을 보내준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이상하게 복받쳐 오르면서도 시원섭섭'할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럽다.

이제 처음, 다가올 몇 번의 달콤쌉싸름한 사랑을 준비하는 그 청춘의 눈부심에.

 

 

요즘 아이들이 참 빠르다, 무섭다는 말들을 들으며 막연한 걱정만 해 왔는데

열 일곱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후에

결국 부모들 역시

내 아이에 대한 '첫사랑'엔 서툴 수밖에 없는 처음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자라고 변해가는 내 '첫사랑'을, 매 순간 살피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그 시간들에도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멜 표류기 1218 보물창고 19
헨드릭 하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653년...

무려 364년 전이다.

물론, 그 한참 전의 역사에 대해서도 숱하게 읽었고, 드라마나 영화로도 보아왔지만

그 풍경 속에 선 푸른 눈의 서양인이라니...

어떤 SF보다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걸 보니, 내 머릿속 조선의 이미지가 참 씁쓸하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동인도를 중심으로 해상무역 경쟁을 벌이던 대항해 시대,

네덜란드 서부 해안의 소도시에서 태어나 21세에 동인도회사 선원이 된 하멜은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가던 도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한다.

위풍당당했던 거대한 범선은 산산이 부서지고, 생사고락을 함께 한 64명 중에 36명만이 살아남아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에 심하게 부상당한 몸으로 굶주린 채 내동댕이쳐진 그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해적들이나 추방당한 중국인들의 소굴에 온 건 아닌지 겁에 질렸던 그들은

6일만에 제주 목사를 만났지만, '야판의 나가사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억류되고 두 달 뒤에야 통역자가 도착했지만,

26년 전 하멜 일행과 똑같은 운명을 겪고 귀화한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이는 모국어를 거의 잊어버렸기에

한 달 가까이 함께 지내고 나서야 겨우 의사소통이 원활해져 궁으로 자신들의 사정을 적은 서신을 보낼 수 있게 된다.

1954년 5월 말경, 궁으로 오라는 왕명을 받고 한양으로 이송되어 왕을 대면하고 송환을 간청하지만, 

효종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이곳에서 자신의 돌봄 아래 살아야 한다고 대답하고, 

하멜 일행의 신무기 제조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왕의 호위대로 그들을 임명한다.

그러다 그들 중 두 사람이 만주 사절들에게 접근하는 사건이 터지고,

서양인의 존재를 감추고 싶었던 조정은 사절에게 엄청난 뇌물을 주고 이들을 전남 강진으로 유배했다. 

그 이후, 그들은 전라도 절도사의 관할 아래 긴 시간을 살아가고,

현종 즉위 후 3년간의 극심한 흉년을 겪으면서 굶주림과 고된 노역 때문에 22명밖에 남지 않게 된다. 

13년의 억류 기간 끝에 하멜은 동료 7명과 함께 나가사키로 탈출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하멜의 담담한 서술 속에 담긴 조선은 때로는 나를 자랑스럽게, 또 더 많은 순간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처음 만난 제주 목사처럼 선하고 이해심이 많은 사람들이 준 온정과 측은지심은

하멜 일행이 잔혹한 운명의 장난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고.

결국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주었다.

그러나, 수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관성 없는 행정 절차, 비합리성, 거짓에 대한 너그러움 등은

지금의 이 나라 속에도 남아 있기에 더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하멜의 13년에 대한 서술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나가사키 수장의 질문들이었다.

1년 동안 일본에 잡혀 있던 시적 돌안 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캐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그 이후에 일어났던 우리 역사의 비극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 잡아두는 것이 최선책이라 여겼던 효종의 결정은 완전히 틀렸다.

그들의 바람대로 바로 송환했다면, 조선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들이 노출될 일은 없었을 테니까.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하멜 표류기'가 드라마화되지 않은 것은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서술들과 평가들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두 세계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를 감안하고 객관적으로 형상화해서

'진짜 조선'을 만나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우리가 그 과거들에서 벗어나고 달라질 수 있는 시작일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 기념판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옮긴 이도 같고, 페이지 수만 좀 늘었는데, 가격은 엄청 올렸네요..시공사..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유의 감옥 에프 모던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F(에프)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유'라는 단어에 늘 마음이 설렜던 젊음의 어느 날,

<자유의 감옥>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를 멈춰 서게 했다.

읽기도 전부터 머릿속을 오가는 수많은 의문, 해석들...

'자유'와 '감옥'이라니- 이렇게 완벽히 대치되는 단어들을 하나로 묶다니!

단박에 이 작가의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처음 미하엘 엔데를 만났다.


그리고, 10년 후 <자유의 감옥>이 새로 나온다는 소식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항상 하얀 수염으로 뒤덮인 후덕한 미하엘 할아버지의 사진만 보다가

지성과 따뜻함을 겸비한 장년의 엔데님 표지에 또 한 번 마음이 설레고...^^:

뚫어지게 바라보시는 시선에 더 집중해 이야기로 들어오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는 건 나 뿐인가?


좋은 책은 평생에 걸쳐 여러 번 읽어야 함을 알지만, 인생은 바쁘고 신간은 쏟아져서 그게 당최 되지를 않아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던 엔데의 이 책도 먼지 쌓인 책더미 저 아래에서 바래지고 있었다.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이 책은

표제작인 '자유의 감옥'를 포함해, 첫 이야기인 '긴 여행의 목표'부터 시작해 마지막 이야기인 '길잡이의 전설'까지

모든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 '모든 인간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

이건 지나간 내 10년의 힘일 것이다.

그 땐 신선하고 기발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줄거리에 흡입력 있는 필체를 지닌 '명작'이었었는데,

덤덤한 말투로 조용히 건네지만 살아 숨쉬는 '삶'들이 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집'이라는 평범한 소유물을 가지지 못함을 견디지 못해 평생을 방황하는 시릴은

사랑 없는 환경에서 자라 소유욕과 지력 밖에 가지지 않은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내면에 늘 존재하는 불안과 허기에 맨몸으로 쫓기는 가엾은 어린 아이다.   [긴 여행의 목표]


많은 이들이 항상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자유', '완전한 자유'라는 환상을 좇아 살다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수없이 많은 불확실성 중에 어떻게 인간은 모든 것을 아는 듯이 결정할 수 있는가'(p.287)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인샬라'가 겪는 고통과 절망을 통해 건네주는 지혜는 실로 깊다.  [자유의 감옥]


순수한 영혼이었던 아이가 세상과 사람들과 살아가며 자유의 가벼움(사실은 공허의 가벼움)을 익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찬란한 '진짜 기적의 세계' 앞에서 절망하고, 그리고 다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는

"너 자신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은 오만"이 진짜 잘못이라 가벼이 책망하고, 

세상의 어떤 과오나 공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 빛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길잡이의 전설]



"누군가 진짜 기적을 찾아 나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그 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p.335)던 인디카비아의 다짐은

미하엘 엔데의 마음에도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숙제를 건넨 것 아닌가 하는.


<마법학교>에서 나오는 마법의 공식 '진실로 원하는 것만이 네 자신의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미하엘 엔데가 평생의 작품을 통해 끝없이 상기시키는 삶의 공식인 것 같다.

'내 마음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두려움 없이 들여다보고 포기하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야말로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꼭 필요한 생명수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