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세포 핵분열 중 푸른도서관 78
김은재 지음 / 푸른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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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게도...진짜 재미있었다!

졸리는 것도 참고 하루만에 다 읽어내려가게 되었으니.

죽을 만큼 힘들고, 아프고, 미칠 것 같고, 두근거리고, 절망하는 그 모습들이 사랑스럽기만 했다.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 모인 아이들이 겪는 열 일곱의 사랑 이야기 여섯.

'남녀공학'이라는, 그 때의 내겐 일종의 환상이었던 단어가 붙지 않는 것이 아직도 좀 어색하다. 

 

4학년인 딸 친구가 남자에게 고백하고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도 겁이 났던 나에게

이 아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아이에게 닥쳐올 현실이기도 했기에,

긴장감을 느끼며 책을 펼쳤다.

  

 

봄.

 

봄.

 

책 속에 봄이 가득하다.

 

몸에도, 마음에도, 세상에도 봄의 설렘이 아이들을 흔들고 있다.

너무나 강렬한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마음을 전해야만 하는 다급함.

아이들은 처음이고 어찌할 바를 모르기에, 서툴고 거칠다.

 

 

선생님의 '라일락 같은 첫사랑' 비유는 참으로 절묘하다.

달콤하게 시작되었다가 사람을 몸서리치게 하는 쓰라림을 남기는 사랑...

가장 중요한 건 '그게 꼭 쓴맛만은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또 사랑하고, 사랑하며 성장해 가는 것.

 

한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한 그림 같은 남자아이 지오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부터 새로 배워가야 한다.

 

 

 

노을이는 산산이 깨어진 꿈과 오랜 설렘을 헛되이 마음 속에 묻고,

'진짜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진짜 사랑'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한층 더 아름다워진다.

 

 

 

작은 키와 보잘것없는 외모를 타고난 유머감각과 건강한 낙관주의로 극복해온 허단은

라일락 잎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그 쓴맛에 나동그라지기 전에

햇살 속에 눈부시게 웃는 그녀에게 마음을 송두리째 뺏기고 만다.

그러나, 정말 생명을 걸고 지킨 그녀는 꽃미남에 학교의 스타인 '준기오빠'에게 달려간다.

 

 

시집 제목들이 이렇게 사람을 웃을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같은 순간, 영혼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단이에게 미안해서 혼자 소리 죽여 웃을 수밖에... 

 

 

 

 

단은 '시작은 했으나 끝내지 못한 사랑, 아니 어쩌면 시작도 못 한 사랑' 때문에 시의 세계에 입문하고

마음들을 되짚어 보게 된다.

시 같지 않은 시를 참 많이도 썼던 나의 '짝사랑 시절'이 생각하게 하는 단이다. 

 

 

 

단이는 같은 날 자기 동생에게 배신당한 친구 여자인 솔과 마포 대교에 가서 첫사랑을 보내준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이상하게 복받쳐 오르면서도 시원섭섭'할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럽다.

이제 처음, 다가올 몇 번의 달콤쌉싸름한 사랑을 준비하는 그 청춘의 눈부심에.

 

 

요즘 아이들이 참 빠르다, 무섭다는 말들을 들으며 막연한 걱정만 해 왔는데

열 일곱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후에

결국 부모들 역시

내 아이에 대한 '첫사랑'엔 서툴 수밖에 없는 처음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자라고 변해가는 내 '첫사랑'을, 매 순간 살피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그 시간들에도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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