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감옥 에프 모던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F(에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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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단어에 늘 마음이 설렜던 젊음의 어느 날,

<자유의 감옥>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를 멈춰 서게 했다.

읽기도 전부터 머릿속을 오가는 수많은 의문, 해석들...

'자유'와 '감옥'이라니- 이렇게 완벽히 대치되는 단어들을 하나로 묶다니!

단박에 이 작가의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처음 미하엘 엔데를 만났다.


그리고, 10년 후 <자유의 감옥>이 새로 나온다는 소식에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항상 하얀 수염으로 뒤덮인 후덕한 미하엘 할아버지의 사진만 보다가

지성과 따뜻함을 겸비한 장년의 엔데님 표지에 또 한 번 마음이 설레고...^^:

뚫어지게 바라보시는 시선에 더 집중해 이야기로 들어오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는 건 나 뿐인가?


좋은 책은 평생에 걸쳐 여러 번 읽어야 함을 알지만, 인생은 바쁘고 신간은 쏟아져서 그게 당최 되지를 않아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던 엔데의 이 책도 먼지 쌓인 책더미 저 아래에서 바래지고 있었다.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 이 책은

표제작인 '자유의 감옥'를 포함해, 첫 이야기인 '긴 여행의 목표'부터 시작해 마지막 이야기인 '길잡이의 전설'까지

모든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 '모든 인간의 이야기'가 되어 있다.

이건 지나간 내 10년의 힘일 것이다.

그 땐 신선하고 기발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줄거리에 흡입력 있는 필체를 지닌 '명작'이었었는데,

덤덤한 말투로 조용히 건네지만 살아 숨쉬는 '삶'들이 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집'이라는 평범한 소유물을 가지지 못함을 견디지 못해 평생을 방황하는 시릴은

사랑 없는 환경에서 자라 소유욕과 지력 밖에 가지지 않은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내면에 늘 존재하는 불안과 허기에 맨몸으로 쫓기는 가엾은 어린 아이다.   [긴 여행의 목표]


많은 이들이 항상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자유', '완전한 자유'라는 환상을 좇아 살다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수없이 많은 불확실성 중에 어떻게 인간은 모든 것을 아는 듯이 결정할 수 있는가'(p.287)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인샬라'가 겪는 고통과 절망을 통해 건네주는 지혜는 실로 깊다.  [자유의 감옥]


순수한 영혼이었던 아이가 세상과 사람들과 살아가며 자유의 가벼움(사실은 공허의 가벼움)을 익히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찬란한 '진짜 기적의 세계' 앞에서 절망하고, 그리고 다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는

"너 자신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은 오만"이 진짜 잘못이라 가벼이 책망하고, 

세상의 어떤 과오나 공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 빛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길잡이의 전설]



"누군가 진짜 기적을 찾아 나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그 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p.335)던 인디카비아의 다짐은

미하엘 엔데의 마음에도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 숙제를 건넨 것 아닌가 하는.


<마법학교>에서 나오는 마법의 공식 '진실로 원하는 것만이 네 자신의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미하엘 엔데가 평생의 작품을 통해 끝없이 상기시키는 삶의 공식인 것 같다.

'내 마음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두려움 없이 들여다보고 포기하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야말로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꼭 필요한 생명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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