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개밥바라기별' 
그 뜻을 아무리 짐작해 보아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이 끝나고 '작가의 말'까지 가서야 그 뜻의 풀이가 나온다.
금성이 저녁에 나타날 때 부르는 말..
즉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쬭 하늘에 나타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참 정감 가는, 다감한 삶이 묻어나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그 제목처럼 한국 문학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었던 성장 소설이다.  
우리 전 세대가 겪은 10대의 이야기는 머나먼 외국의 이야기들보다 어째 더 낯설다.
주인공인 유준과 그의 친구 영길, 인호, 정수, 그리고 나중에 만나게 되는 여학생들 선이, 미아...
소설은 이렇게 여러 인물들의 1인칭 시점의 회상들을 돌려가며 
사춘기에서부터 스물한 살까지의 그들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그러한 전개 방식이 처음엔 좀 어지럽기는 하나, 
책장을 넘길수록 멈출 수 없게 빨아들이는 흡입력과 역사소설 못지 않은 깊이와 속도감은 
작가 황석영의 저력일 것이다.
문학이며 미술, 자유와 자아에 대해 미친 듯이 고민하며 위태로운 성장기를 겪는 인물들에게
측은함과, 그와 이율배반적으로 부러움과 경외심을 느끼는 것은
나는 그런 치열한 고민 없이 어른이 되었다는 부끄러움 때문이다. 

쏠리고 몰리어 '개밥바라기별'이라는 초라하고 생경한 이름으로 불리는 별이
한밤을 지나 '샛별'로 가장 오래, 가장 늦게까지 빛나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절망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가야 함을 
아직도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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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세계와 요정의 세계 중간에 있는 마을..

그 마을에 태어난 인간과 요정 사이의 한 아이.

소년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키스를 얻겠다는 치기어린 맹세로 말미암아

자신의 마을을 떠난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찾아 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아름다운 소녀를 위해..

그러나, 그가 찾은 별 또한 한 여인이었으니..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책이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이 넘어갔다.

진실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만한 작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가는 중에

주인공을 쫓는 어둠의 마력에 마음이 옥죄어오다가,

그 급작스럽고도 잔혹한 고난에 마음이 아파오고,

선하든 악하든  그 안의 모든 인물들에게 깃든 인간적인 면모에 동화되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게 된다.

 

닐 게이먼의 유쾌하고도 매혹적인 마법의 세계를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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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다마링크
기욤 뮈소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소.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이 책의 한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정말 신선한 충격.. 그리고 진실.

 

기욤 뮈소를 알고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그의 장편 데뷔 소설이라는

이 '스키다마링크'이다.

처음엔 참 신선한 작가였던 그가,

일련의 작품들 속에 판박이처럼 돌고 도는 플롯들 탓에

조금 식상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를 만든 이 데뷔소설이 나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주었다.

아직 명성을 얻기 전이라서일까..

이 소설엔 많은 노력과 고민이 엿보인다.

또한, 젊은 그가 세상이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내놓은 

가장 황당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계획이 이 소설인 것이다.

세계의 이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현실, 그 안에 젖어 피폐해진 영혼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미래를 줄 수 있을까... 그는 많이도 고민했던 것이다.

 

내가 지금껏 읽어본 그 많은 책들 속에 가장 완벽한 해피 엔딩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의 일들이 정말로 일어날 수는 없을까,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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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첫장의 첫 문장부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아니, 섹시 코드에 질려버린 여성들을 위한 소설이라더니,

처음부터 이 무슨 노골적인 대사들로 가득 찬 정사 장면이란 말인가?

거기다, "너는 어떤 남자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해.

진짜로 진짜로 아무 짝에도 못쓸, 몹쓸 여자야. "하고  독설을 퍼붓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게도 여주인공의 허벅지 사이 깊은 곳에 자리잡은 종기...

그것도 사람 얼굴 모양으로 잔인하고 냉혹한 눈빛을 쏘아대는 인면창이다.

 

수녀원에서 자라 거기서 몸에 밴 계율을 지키며 검소하고 조용하게 살아온,

그래서 이름도 없이, 아씨시의 성자 '프란체스코'로 불릴 만큼 정숙한 그녀를

완전히 여자로서 몹쓸 물건이라고 비웃는 인면창 '고가 씨'는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 마음 깊이 자리잡은

'섹시함에 대한 강박 관념'일 것이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10여년 전만 해도

'섹시하다'는 말은 연예인들에게나 써먹는 말이었지,

평범한 사람들에겐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불쾌한 금지어였다.

말 그대로 '색기를 풍긴다. '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 단어 만한 칭찬도 없다. 

'섹시하다'라는 형용사는 이제 광기에 가까운 열풍의  '동사'가 되어

세상을 움직인다.

고가 씨의 말대로 '섹시하지 않은 여자는 인간 세상과는 인연이 없는 여자'로

취급당하는 것이다.

 

스치기만 해도 그 주변의 사람들의 성욕까지도 말소시키고 

멀쩡한 바이브레이션을 두 동강 내는 프란체스코의 '금욕적 초능력'은

읽는 내내 다음은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를 하게 하고,

예상치도 못한 순간 그 능력이 발휘될 때마다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거기다 자신은 누릴 수 없는 행복한 연인들의 에로스적 사랑을 위해

자기 집의 방 한 칸을 내어주고, 그러며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더없이 순진하며 온화한 프란체스코를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어느새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그녀 안의 냉혹한 고가 씨 또한 엄청난 반전을 맞닥뜨리게 된다.

 

상상치도 못한 설정과 사건들,

그리고 상식을 뒤엎는 노골적이고도 순수(?)한 사랑과 에로스에 대한 대화들.

하지만, 그 안엔 현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지켜가는 사람의 가치를 담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소설'이라 하겠다.

새로운 소설을 발견하고픈 모험적 독서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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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중그네' 에 이어 오랫만에 만난 닥터 이라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섯 개의 옴니버스 속에 그려진 이라부와 화자들의 이야기를

킥킥거리며 읽었다.

그러며, 가슴 한 켠이 따끔따끔거렸다.

심각하다면 천체가 통째로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안고

어두침침하고 퀴퀴한 지하, 이름만으로도 왠지 꺼려지는  '신경과'를 찾아온

이 환자들에게 비춰보이는 내 모습 때문일까..

 

하루종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악의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

부당한 대우와 배신감에 대한 분노도 표출하지 못해 쌓이는 스트레스,

생활에서 오는 압박감 탓에 어떤 하나에 지나치게 자신을 얽매게 되는 의존증,

인간 관계가 곧 나의 존재 가치가 되어 버려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생활,

자신의 모든 행동의 결과에 불안함을 느끼는 강박증...

어쩌면 현대인들이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심리적 불안요소들일 것이다.

 

이라부는 전혀 의사 같지가 얺다.

점잖게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해 주기는커녕,

그들의 망상에 맞장구 치고 심지어 더 악화시키는 언행을 서슴치 않는가 하면

그들의 일상에 뛰어들어 함께 행동함으로써

그들에게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복잡한 인간 관계와 고정관념으로 숨이 막힐 듯한 현실 속에

이라부는 거침없는 세상을 열어 보인다.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하는 우리의 근원적인 두려움이

모든 병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그래..

어떤가..

좀 별나면 어떻고, 아무에게도 인정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하면 어떤가..

그 인정와 이해를 받기 위해 자신을 꼭꼭 포장해야 한다면,

그 인정과 이해는 결코 그 단어에 걸맞는 것도 아닌 것을.

어린아이처럼 원하는 것을 원할 수 있고, 혼자 놀 수도 있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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