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ㅣ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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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편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와 동.서양의 고대 철학과 종교에 관련한 거대 사상에 대해서 정리한다. 저자는 본문에 들어서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어어야 할 것 두 가지, 세계의 구조화와 판단중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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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구조화란, 가장 근본적인 구조에 따라 수많은 개체를 분류하는 것으로써 세계를 추상화해서 단순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말한다. 가장 근원적인 차이를 갖는 자아와 세계는 두 개의 근본 구조로 세계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이원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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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세계관이 하나의 편견이나 선입견일 수 있음을 의심하는 이와 자신의 세계관이 진리일 것이라 굳게 믿고 의심하지 않는 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자아와 세계의 진실에, 인류의 거대 사상에, 닿고자 한다면 판단중지가 필요하다. 진리에 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내가 믿는 진리가 거짓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과거의 상실과 미래의 불안으로 나아갈 용기, 진실의 태양 아래에서 색안경을 벗어낼 용기야말로 인류의 거대 사상과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임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일원론, 관념론으로 이어지는 동양의 관점과 이원론, 실재론으로 이어지는 서양의 관점, 이 두 관점은 균형을 이루었는데 근현대의 역사가 서양의 승리로 균형이 깨지면서 동양의 근현대는 서양을 배우고 모방하는 역사가 되었다. 저자가 오늘날 우리는 동양인으로 태어난 훌륭한 서양인이 되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공감이 되어 고개를 주억거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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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날 유럽인이 스스로를 '유럽인'이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묶어 사유하게 된 것이 로마 제국이라는 단일한 역사에서 기원하는데 정작 당시는 다문화, 다신교 정책으로 번영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유럽의 죽음>의 저자가 이 사실을 각성한다면 어떤 답변을 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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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를 코앞에 둔 21세기에 우리가 왜 시대착오적인 고대 사상을 알아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고대인의 사상과 중교를 되짚어보는 것은 그들이 말하는 진리의 사실과 거짓 여부를 밝기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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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인간이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는 점점 축소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낙오와 도태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안고 산다. SNS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어렵고,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주입식으로 교육받은 대로의 삶이 정답이라고 여기며 한치의 의심도 없이 닦아놓은 길로만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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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의로 혹은 타의로 쳐놓은 울타리에서 과감하게 나올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아마도 이 과정이 자아를 찾아가는 길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스승들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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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종교를 읽기 쉽게 정리해 놓아 무리없이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본질적인 자아를 찾아가는 길,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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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ㅣ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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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에 있어 초인적인 능력을 타고났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냄새도 가지지 못한 그르누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스물다섯 명을 살해하면서까지 완성하지만 결국 삶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그가 오로지 바랐던 것은 타인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기의 모습을 인정받는 것이었으나 스스로조차도 자신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세상 가장 낮은 곳, 썩은 내가 진동하는 생선더미에서 냄새없이 태어난 아이는 사생아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조차도 아이의 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생명을 부여받고 성장하면서 학습되어지는 자아상이 그르누이에게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다. 그가 '냄새가 없다'는 결핍과 반복된 '버려짐'을 안고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자발적 고립이었다. 그르누이는 가능한 한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살기 위해 탯줄이 끊어지자마자 울음을 터뜨렸고 투명인간처럼 몸을 웅크렸다. 사랑보다는 증오가 삶의 원천이었기에 따뜻한 인간의 영혼이라고는 없는 그가 바랐던 자신의 내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소설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르누이와 엮인 사람들의 최후가 썩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르누이를 혹독하게 착취했던 그리말은 그를 발디니에게 넘긴 그날 술에 취해 익사한다. 그르누이를 비열하게 이용했던 발디니 또한 야심만만한 사업계획과 함께 집이 무너져 죽고 에스피타스 후작은 피레네 산맥에서 실종된다. 세 사람이 그르누이와 헤어진 직후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과는 다르게 보모 가이아르 부인은 자신의 소망과는 반대로 긴 여생을 소란스러운 곳에서 비참하게 마감했다. 이들은 주로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의 편익을 위해 무관심하거나 억압과 착취한 자들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18세기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못생기고 왜소하며 결핍을 갖고 있는 그르누이가 예외적인 인물상으로 보이는가? 피고용자를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그리말,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발디니와 드뤼오, 출세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에스피타스 후작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우리 자신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그저 '사람 냄새'가 나는 보통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던 그르누이는 현재에도 존재한다. 숨쉬는 동안 자아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람.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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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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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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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마녀 또는 아그네스
해나 켄트 지음, 고정아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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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
넌 괴물이 아니야.



1828년 3월, 아이슬란드 북부 후나바튼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농부 나탄과 도축업자 피에튀르이고, 피의자는 농부 프리드리크와 두 명의 하녀 시가와 아그네스다. 사건의 개요는 하녀 아그네스가 결혼까지 생각한 주인 나탄이 어린 하녀 시가에게 관심을 보이자 앙심을 품고 나탄의 돈을 노리는 열일곱 살 좀도둑 프리드리크와 작당해 자기의 주인인 나탄과 그날 동행이었던 피에튀르를 살해했다. 피에튀르는 망치에 머리를 맞아 즉사했고, 나탄은 칼에 찔려 사망했다.  


세 사람은 살인과 방화로 기소, 사형을 선고받았다. 관례에 따르면 피의자 세 사람은 덴마크에 보내져 사형이 집행되어야하지만, 후나바튼의 군수 비외르든은 비용 문제로 그들을 아이슬란드 북부에서 처형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그들을 구금하고 부족한 일손도 덜기 위해 머무룰 농가를 알아보는데, 아그네스가 배정된 집은 욘의 코르든사우 농장이다. 이곳은 그녀가 굶주린 어린시절을 보낸 곳이다.


한편 아그네스는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활용하여 자신의 담당 목사를 소르바르뒤르(토티) 부목사를 지목한다.  그는 이 사실을 비외르든 군수로부터 편지를 통해 전달받고, 일면식 없는 아그네스가 자신을 지목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지만  아버지와 상의한 후 일단 그녀를 만나보기로 한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아그네스. 토티 부목사는 그녀의 지난 과거를 들어보고자 한다. 



여섯 살 때 친엄마에게 버림받시피 헤어져 코르든사우 농장에 위탁 자녀로 들어간 아그네스는 위탁모 잉가로부터 글을 배웠다. 그녀는 남편의 반대를 무릎쓰고 그의 눈을 피해 아그네스에게 찬송시를 읽어주었고, 사가를 가르쳤다. 아그네스는 엄마라고 부를만큼 잉가를 사랑했고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2년 뒤 잉가가 출산 후 바로 사망하면서 아그네스는 교구 빈민이 되었다. 이후 결혼도 못한 채 떠돌이처럼 하녀 생활을 하다가  나탄을 만나 연인이 된 아그네스. 나탄의 가정부가 그만두자 그녀에게 가정부 자리를 제안하고, 아그네스는 가정부에서 언젠가는 그의 아내가 될 거라는 꿈을 안고 거칠고 황량한 북부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나탄의 가정부라고 자처하는 열다섯 살 소녀 시가가 있었다. 나탄은 시가의 착각이라고 못박지만, 두 여인 앞에서 명확한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는다.  


어느날 나탄이 데리고 온 청년 프리드리크. 시가와 프리드리크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나탄은 이를 질투한다. 소문으로만 듣던 나탄의 실체. 그리고 프리드리크는 시가에게 청혼하지만, 나탄이 이를 거부하고 아그네스를 쫓아낸다. 겁에 질린 시가, 분노한 프리드리크, 나탄을 사랑하고 그의 사랑이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그네스. 나탄을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그날 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이슬란드에서 마지막으로 사형된 아그네스 마그누스도티르의 실제 사건에 허구를 입힌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알려지고 기록된 아그네스의 인생과 살인 사건, 그리고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은 대부분 사실이고, 소소한 사건이나 인물들의 감정은 허구이다. 소설은 아그네스의 1인칭 독백과 마르그리에트와 토티의 3인칭 관점으로 진행된다.  


아그네스는 당시 시대에서 하층민 더구나 빈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소양을 갖추었다. 글을 읽을 줄 알고 심지어 책 읽기를 좋아하며 교구에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똑똑하고 영리한' 여자다. 검소하고 과묵하며 맡은 일에 성실하다. 즉 영리하고 똑똑하며 과묵한 하녀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신을 믿지 않는 나탄의 집으로 가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고 약초를 섞어 약을 만드는, 한마디로 마녀같은 존재다. 그래서 바로 참수형에 처해지지 않고 코르든사우 농장으로 보내지자, 욘의 가족들은 두려움에 떤다.  


171.
"그건 공정하지 못해요. 사람들은 남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안다고 판단할 뿐, 정작 당사자의 이야기는 들어주지도 않죠. 우리가 아무리 경건하게 살려고 해도, 이 계곡에서는 실수를 잊지 않아요.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요. 내면에서 아무리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하고 외쳐도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결정되고 말아요."



사형 집행 전 종교적으로 회개를 해야하는 죄수에게 담당 목사가 정해지는데, 아그네스의 목사는 토티 부목사다. 아그네스는 어린 시절 스치는 인연으로 자기에게 호의를 보였던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믿고 그를 지목했던 것이다. 그런데 토티와 아그네스의 대화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은 농장의 안주인 마르그리에트다. 출산을 앞둔 로슬린의 태아가 거꾸로 선 것을 아그네스가 알아채고 신선초를 달여 먹여 순산을 도운 것이 계기가 되어 아그네스에 대한 경계를 낮추는 마르그리에트는 병이 나서 오지 못하는 부목사 토티를 대신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진실을 알게 된 마르그리에트와 그의 가족들. 하지만 아그네스가 그랬듯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독교 국가에서 신을 믿지 않는 자에 대한 배척, 여성이 갖는 한계, 그리고 여성 안에서도 하층민에게 가해지는 제약으로 인해 한 인간이 갖는 진심은 묻혀버린다.


마르그리에트와 아그네스가 대화를 하면서 서로에게 갖는 연민, 아그네스의 순수한 내면의 고독과 쓸쓸함, 그리고 북쪽 끝단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추위까지 더해져 독자는 가슴에 한기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진부한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아그네스의 슬프고 아름다운 독백은 어둠이 내려앉은 깊은 밤, 읽는 이로 하여금 홀로 읊조리는 그녀의 곁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마르그리에트가 그랬던 것처럼. 


55.
나는 조용히 지낸다. 세상에 나를 닫고, 마음을 다잡고, 아직 빼앗기지 않은 것들에 결연히 매달리자고 마음먹는다. 나마저 나를 흘려보낼 수는 없다. 내면의 나 자신에게 매달리고,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손이 틀 때까지 빨래하고 낫질하고 부엌일을 하며 쓴 시들. 내가 기억하는 사가들. 내게 남은 모든 것을 가라앉히고 물속으로 침잠한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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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1~2 세트 - 전2권 - 셜록 홈즈 130주년 기념 BBC 드라마 [셜록] 특별판 ㅣ 셜록 홈즈 에센셜 에디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마크 게티스 외 엮음, 바른번역 옮김, 박광규 감수 / 코너스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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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센스같은 작품만 모아놓은 소설집! 표지만큼 내용도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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