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두발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8
카렐 차페크 지음, 정보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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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허망하고 착잡함에 꽤 오래 마음이 무거웠다.  


미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광부로 일하다가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호르두발. 그러나 집에는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그의 자리가 없다.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무용지물이다. 그의 빈 자리를 꽤 오래 전부터 타타르인 일꾼 슈테판이 채워주고 있다.  


어디 가족뿐인가. 알고 지내던 마을 사람들 역시 호르두발을 낯설어 한다. 미국에 다녀왔다며 허세를 부린 때문일까. 한때는 툭 터놓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대화가 어렵고, 심지어 그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슬픔이 호르두발을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린다. 미국으로 되돌아가볼까 싶으나 그마저도 녹록치 않고,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방황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그가 아니더라도 일손은 차고 넘친다. 사실 호르두발이 찾아다닌 것은 일자리라기보다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을 찾아다닌 것이리라.





 
 
"유라이 호르두발이 살해당했다!"
(p163) 

 


호르두발이 누구에게, 어떻게 살해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는 고향에 돌아온 호르두발의 진심을 알고 있다. 그는 아내가 손가락질 받고 죄인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 답답할 정도로 아내를 사랑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수년간 부재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그가 남긴 유언장에 우리는 생각이 많아진다. 그렇기에 법정에서 그저 이기는 것에 급급한 검사와 변호사의 열띤 주장이 공허하게 울린다. 가장 안타까운 지점은 외로움과 고립, 죽어서까지 땅에 묻히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호르두발의 심장과 그의 죽음을 아무도 애석해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8년 만에 돌아온 집에서 다정한 가장이 되어 아내와 딸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한 남자의 죽음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자극적인 치정 살인에 흥분할 따름이다. 


고향 사람들에게 금의환향한 것 마냥 달러를 벌어왔다고 큰소리치지만 실상 그곳에서의 생활은 고통스럽고 끔찍했다. 깊은 갱도를 내려가는 것이 마치 끝없는 지옥으로 가는 것 같았던 호르두발. 이국땅에서도, 고향에서도 이방인으로 존재하며 부유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삶이 참으로 애석하다. 집이 아닌 곳으로 가게 될까 두려웠던 그의 죽음을 단 한 사람도 애도하지 않았다. 너무나 슬픈 인생이다.  




※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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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26-10-2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열차에 내려 고향마을로 호르두발이 거닐 때부터, 아니 이미 열차에서 그의 미국 생활의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고통스럽겠구나 하며 아주 더디게 읽어나갔답니다. ˝애도 없는 슬픈 인생˝이란 말씀, 정말 아프네요. 감사히 읽고 갑니다~